더아프로 포커스

전통과 현대적 움직임의 결합을 고민하다 2012-03-05

전통과 현대적 움직임의 결합을 고민하다
[Focus] 제3회 탄츠커넥션


탄츠커넥션(TanzConnexions)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괴테문화원에 의해 2009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무용 및 전통안무 관련된 경험과 지식들을 교환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탄츠커넥션 프로그램의 첫 해는 작업 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는데 예술가, 안무가부터 비평가, 큐레이터, 문화산업 관계자들에 이르기까지, 동남아시아, 뉴질랜드, 호주 그리고 독일에서 온 다양한 무용관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해당 지역의 현대무용에 대한 유익한 담론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도 개설하였다. 그 당시에는 교류의 폭이 아시아와 유럽의 예술가들을 포함하는 보다 넓고 전반적인 주제를 다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해부터 본격적으로 전통 고전에 깊이 뿌리를 둔 몸의 언어와 표현을 구사하는 동남아시아 지역 현대 안무가들을 위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재정의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고전 전통과 현대무용에 관한 다양한 질문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일련의 회의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11년 12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크메르아츠앙상블(Khmer Arts Ensemble)과 함께 제3회 탄츠커넥션이 열렸다. 이번 탄츠커넥션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저명한 세 명의 안무가 ? 캄보디아 크메르아츠앙상블 예술감독인 소필린 치엄 샤피로(Sophiline Cheam Saphiro), 인도네시아 안무가 에코 스프리란토(Eko Supriyanto), 그리고 태국 전통 무술가이자 안무가인 피쳇 클런천(Pichet Klunchun)이 참여하였다. 이들 안무가들은 1년 전에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나흘에 걸쳐 두 명의 무용수들이 서로의 작업을 서로에게 공연하였던 바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세 명의 안무가가 자신들의 소속 단체 6명과 함께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의 ‘불의 시련’(Trial by Fire)를 주제로 진행하였다. 서양의 현대 이데올로기와 관습은 물론, 크메르와 자바, 타이의 전통무용을 익히고 연구한 바 있는 예술계 리더들과 함께 진행하는 열흘간의 이번 프로그램은 그들 주변과 외부세상의 현실적이고 다양한 이슈들을 정치, 사회 문화적인 관점에서, 또 예술과 철학의 측면에서 다루어졌다.

제3회 탄츠커넥션 안무가와의 대화 
ⓒAiida Tubiman

따르되 깨야 하는 규칙들

안무가 소필린은 반드시 전통과 현대무용의 관습을 넘나드는 주제를 탐구하되 ‘이제껏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무언가를 시도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전통의 형태를 따르는 방식’이라고 이번 작업을 소개했다. 일반인은 아름다운 무희들이 남녀역할을 맡아 전통 음악가들의 연주에 맞춰 정교한 의상을 입은 고무인형처럼 손과 발을 폈다 구부렸다 하는 소필린의 작품이 전통에 얽매여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안무가는 자신의 작품이 사실은 현대적 해석을 한, 크게 진전한 작품이라고 밝힌다. 머리를 젖히는 동작과 같은 전통무용의 움직임을 크게 과장한 것이나, 무대 위에서의 남자 여자 주인공의 배치를 바꾼 것, 공연에서 대화체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 등은 비순응주의자(Non-conformist)적인 단계로, 현대 무용적인 해석을 반영한 것이라 한다.

동료 안무가인 에코와 피쳇도 전통적인 공연에서 무대 위 남녀의 위치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앞에 서건 뒤에 서건, 좌측이든 우측이든, 그들의 전통무용에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정해진 규칙이 있다고 한다. 단순한 움직임이나 무용수들의 위치에 따라, 그 의미와 해석이 변하는 것이다. 피쳇은 이에 대해 “전통무용에서는 무대에서 무용수의 위치에 많은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무대에서 무용수를 앞에 배치하는 것은 힘을 상징하고, 여자를 남자 앞에 세우는 것은 갈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소필린 치엄 샤피로의 작품 에코 스프리란토의 작품 핏쳇 클런천의 작품
ⓒLim Sokchanlina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안무연구 작업을 했던 피쳇클런천댄스컴퍼니(Pichet Klunchun Dance Company)는 고전적인 이미지부터 가공되지 않는 현대적 질문에 이르는 과정을 세 개의 단편을 통해 제시했다. 태국 궁중무용인 ‘콩’(Khon)을 훈련한 바 있는 피쳇은 전통무용을 오늘날의 사회와 집합적으로 유추해냈다. 전통과 현대무용의 해석을 결합시키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의 이해 등을 위해 계속적인 대화와 토론이 지속되었고, 무용수들에게 스스로 고민해보기를 주문했다. 피쳇은 대화와 토론, 무용수 스스로의 해석과 같은 방법은 기존의 고전무용의 전통에는 시도된 바 없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피쳇은 현재 시점에서 전통을 바라보고, 전통으로부터 더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따라야 하고 동시에 깨어져야 하는 규칙들을 염두에 두고 안무 연구를 진행했다. 그의 현대적인 작품들이 전통 태국무용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볼 때, 에너지를 계속 발산해가는 서양의 컨셉에 비해 에너지를 가두어 둠으로써 공유하는, 보다 전통적인 방식을 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쳇은 전통을 유지함으로써 전통 안에 갇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않는다. 그는 “나는 내가 속해있는 사회(태국)를 대변해야 한다고 믿는다. 태국은 전통이 매우 강한 나라이지만, 아주 어리석은 일도 많이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속한 사회를 지지하는 것이 매우 본질적인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전통과 현재, 미래를 되묻는 공간’

인도네시아 안무가 에코 스프리란토는 ‘현대무용이란 우리의 전통과 현재, 미래에 대해 되묻는 공간’이라고 정리한다. 보르네오에서 태어나고 자바에서 자란 에코는 UCLA의 세계문화예술(World Arts and Culture from UCLA) 과정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무용수들은 자바 전통궁중무용 전수자들로 에코는 전통의 에너지를 몸 안에 체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에코의 단체인 솔로댄스스튜디오(Solo Dance Studio)는 큰 그룹 속에서 펼치는 인상적인 독무 공연이 특징이다. 에코는 여섯 명의 무용수들이 보이는 춤의 언어와 무용가 한 사람의 신체를 통해 표현하는 독무를 철학적으로 접근하면서 오늘날 인도네시아 사회가 겪고 있는 이슈들을 표현한다. 에코는 ‘안무연구는 동물적 측면을 갖고 있는 남자와 여자, 인간의 감정과 그 감정적 충격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용을 통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동물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번 프로그램은 크메르아츠앙상블(Khmer Arts Ensemble)과 솔로댄스스튜디오, 피쳇클런천댄스컴퍼니로부터 예술적인 역량과 에너지를 한데 모아 예술가들의 완벽한 조합과 함께 현대 아시아 무용의 실천에 대한 고무적인 대화들과 실질적인 고민이 오가는 자리였다. 이번 프로그램은 동남아시아 지역 예술가들의 힘과 잠재력에 대한 자각을 일깨움과 동시에 균형잡인 큐레이팅을 통해 더 이상 협업에 있어 상명하달식 접근이나, 서양이 동양에게 한 수 가르쳐준다는 식의 전통적인 제국주의적 접근 방식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관련링크

| 탄츠커넥션   바로가기
| 크메르아츠앙상블   바로가기
| 피쳇클런천댄스컴퍼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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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자

  • 바니니 벨라미노 _ 벨라미르노&파트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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