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예술가의 철학을 담는 공간 에어 크렘스 2012-02-21

예술가의 철학을 담는 공간 에어 크렘스
[FOCUS] 오스트리아 에어 크렘스 참가기


지난 2011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북촌창우극장이 주최한 ‘2011 전통예술 레지던시 워크숍’이 있었다더아프로 관련기사(영문)보기. 한국 전통예술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해외의 예술가 및 축제감독을 초청하여 일주일간 함께 지내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서로의 음악과 에너지를 교류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워크숍을 계기로 오스트리아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 공동작업 ‘마크로포니아’(macroPHONIA)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크로포니아 프로젝트는 NOE축제(NOE Festival) 디렉터인 조 아이칭거(Josef Aichinger)의 제안으로 오스트리아 뮤지션 3명과 한국 뮤지션 4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나는 지난 12월 한달 간 오스트리아 에어 크렘스(Artist In Residence Krems)에 참여했다.

예술가가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레지던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지역인 크렘스(Krems an der Donau)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역사 깊은 도시 중 하나이다. 도나우 강변에 자리한 인구 2만 5천 정도의 이 작은 도시는 미술, 문학, 공연예술, 영화 등 모든 예술장르를 포괄하는 로우 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저지역, Lower Austria)의 문화수도이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에어 크렘스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티스트 레지던스로 예술가들의 국제적인 교류와 소통을 목적으로 2000년, 로우 오스트리아 정부와 로우 오스트리아문화협회(Lower Austrian Cultural Association: NÖKU)가 함께 설립하였다. 시각예술, 문학, 건축과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예술가들은 한 달에 1000유로(한화 약 148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1개월에서 3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다. 레지던스의 설립목적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에어 크렘스 거주 작가들은 로우 오스트리아 지역의 많은 예술 축제, 전시, 공연의 초청을 받기도 하고 오스트리아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요청을 받기도 한다. 반대로 로우 오스트리아 지역의 공연이나 전시에 초청된 작가들이 이 공간에 머무르기도 한다.


에어 크렘스 스튜디오

에어 크렘스에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시각예술, 문학, 건축과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오스트리아의 향기를 맡으며 자신의 작품을 위하여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12월 여러 작가들과 함께 머물렀던 시간은 개개인의 삶을 볼 수 있는 참으로 흥미 있는 경험이었다. 몬테네그로공화국에서 온 미술작가의 작업실 바닥과 벽에는 그녀가 작업한 한국의 수묵화와 비슷한 느낌의 무수히 많은 드로잉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스계 독일인 사진작가는 낮 시간에는 수영이나 등산을 하고 모두가 잠든 늦은 시각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미술작가는 오스트리아 바덴에서 전시 오픈을 앞두고 있어 창작보다는 홈페이지 제작, 행정처리 등에 집중했다. 본인 역시 레지던스 공간을 현지 뮤지션들과 리허설장소로 사용하기도 하고 새로운 충전시키기 위한 사색과 휴식의 공간으로도 활용했다. 이처럼 에어 크렘스는 참여 예술가들 개개인이 자신의 삶과 작품을 위해 각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으며,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공간 활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공식적인 프로그램 외에도 에어 크렘스와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위원을 통해 생활과 작품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에어 크렘스의 레지던스 담당자뿐만 아니라 미술 분야의 쿤스트할레크렘스(Kunsthalle Krems) 큐레이터, 음악분야에서 오스트리아의 페스티벌 감독 등이 전문위원으로 참여하여 예술가들을 문화예술 관련 모임에 초대하거나 오스트리아 내의 문화를 소개하는 등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에어크렘스 참여 작가

예술가의 철학을 담다

입주 작가들간의 교류뿐만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뮤지션들과의 음악 작업은 나의 레지던시 참여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크렘스로 출발하기 전 계획되어 있던 마크로포니아 프로젝트 공연 외에도 솔로 공연 등 총 5회의 공연을 가졌다. 이를 통해 만나게 된 다양한 뮤지션들과 새로운 작업을 위한 연습과 논의 등은 일회성 만남이 아닌 지속적인 예술 파트너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곳에서 만난 음악들은 주로 실험적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연주되는, 또는 행해지는 음악들이었다. 클래식 음악의 고향 오스트리아이기에서, 자신들의 전통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보여주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에 전통악기 연주자로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의 전통악기 연주자로서 스스럼없이 서구의 뮤지션들과 소통하고, 현대어법으로 그들과 나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섞는 것에 집중하면서, 전통에 바탕을 둔 새로운 소리가 가장 최선의 조합이라는 사실도 자각했다. 또한 연주자 간에 경계를 두지 않고 각자의 악기로 개성 있는 사운드를 찾고자 할 때 가장 좋은 앙상블을 이룰 수 있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박경소와 현지 뮤지션들과의 공연 모습

에어 크렘스 레지던스에 입주하던 첫 날 서로의 방문을 노크해 인사를 나누던 기억이 난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도시 속에서 이루어지는 에어 크렘스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그들만의 철학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공간이자 오스트리아의 새로운 예술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레지던스 공간들도 에어 크렘스와 같이 예술가들의 철학을 담을 수 있는 비어있는 그릇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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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로포니아   바로가기
  • 기고자

  • 박경소 _ 가야금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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