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미국 현대공연예술의 현주소 2011-10-18
미국 현대공연예술의 현주소
[포커스] 2011 서울아트마켓 NPN 프리젠테이션 리뷰

지난 10월 11일, 2011 서울아트마켓 부대행사의 하나로 국립극장에서는 전미공연예술네트워크(National Performance Network, 이하 NPN) 소속 회원들이 추천하는 미국 현대공연 예술가 및 단체 소개가 있었다. NPN은 미국 전역의 공연장과 복합문화공간, 축제 등 공연예술 관련 61개의 다양한 기관과 단체들로 구성된 협력체로 올해 설립 26주년(1985년 창설)을 맞이한다. 미국 전역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해온 공연예술 기관 및 공연장들의 협력 구축과 예술가에 대한 정보 공유, 기금 조성을 통해 예술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이 NPN의 주된 설립 목적이다. 특히 10여 년 전부터 교류의 범위를 북미 너머로 확장시켜 ‘퍼포밍 아메리카스’(Performing Americas)라는 이름으로 중남미 기획자 연합회인 라 레드(La Red)를 중심으로 중남미의 예술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또한 최근 2년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글로벌역량강화사업’의 파트너로서 한국과의 협력관계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은 상대국의 공연예술 정보를 교환하는 리서치 단계로 향후 예술가들의 직접적인 교류도 추진할 예정이다. [더아프로]NPN

해외교류에 있어 NPN이 중점을 두는 것은 크게 예술가의 상호 이동과 정보 네트워크의 구축으로 나눌 수 있다. 파트너 국가에서 작품을 공연하는 것이 예술가의 상호 이동 차원이라면, 정보 네트워크의 구축은 단체의 재원이 고갈되어 작품을 직접 보내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하게끔 기반을 다지는 장기적인 비전의 사업이다.

NPN은 연례총회를 통해 각 회원 기관들에게 미국 각지의 공연예술 현황을 알리는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다. 이번에 서울아트마켓에서 진행된 NPN의 프리젠테이션은 지난 NPN 연례총회를 통해 발표된 내용 중 현대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프리젠테이션에서는 동부, 서부, 중부, 알라스카의 네 기관을 선정하여 미국 지역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그려 볼 수 있도록 지역 안배를 하였다. 또한 음악, 연극, 무용, 복합예술 등 다양한 형식의 실험적인 현대창작물들을 두루 소개했는데 특히, 미술과 퍼포밍아트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들도 참가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 공동체에게 던지는 화두
앵커리지 아웃노스의 스콧 스코필드(Scott Schofield)는 집단의 문제나 환경에 대응하려는 개인을 중심으로 공동체에 관한 퍼포먼스를 소개했다. 이는 알래스카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민족, 인종, 환경, 정치적 성향 등 특정 공동체의 정체성을 통해 이러한 작업들이 지닌 의미와 관심, 주제에 대한 요구를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또한 스콧은 작가들이 해외에서 일정기간 레지던시를 진행하면서 그 지역 커뮤니티와 교류할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테오 카스텔라노스 디-프로젝트(Teo Castellanos D-projects)는 힙합, 브레이크 댄스 등을 차용하여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이다. 최근작인 <팻보이>(Fat Boy)는 기아와 가난, 쓰레기 문제 등을 소재로 해서 명상, 제의, 80년대의 팝컬처를 혼합한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30년 이상 모던발레, 재즈 교육을 받은 레슬리 워드(Leslie K. Ward)는 예술가이자 교사로서 교육프로그램과 공동체 운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설립한 ‘1000마리 종이학’은 알래스카의 자살방지를 위한 캠페인으로 지역 전역에 널리 확산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집시, 카니발 문화, 자신의 미국 남부에서의 생활 그리고 일본인 조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적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강한 보컬과 구어를 결합시킨 무용작품 <고아>를 선보였다. 무용단체인 팻 그레니 컴퍼니(The Pat Graney Company)의 <마음의 집>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만든 약 500제곱미터의 설치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마음속에 존재하는 집의 형상을 재현하려는 목적으로 집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킬 수 있는 물건과 형태를 만들어 관객이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고 무용수들이 그 공간에 개입하여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또한 스토리텔러인 잭 달턴(Jack Dalton)은 유픽족의 마지막 샤먼이었던 조부에 대한 기억을 통해 토착문화를 바탕으로 문화의 전승에 있어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환기시켜 주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멀티미디어와 복합예술로 빚어지는 컨템퍼러리아트
미국 서부지역의 대표적인 컨템퍼러리아트센터를 지향하는 LA 소재의 극장 레드캣(REDCAT)의 조지 러그(George Lugg)는 매체를 이용한 작품들을 소개했다. 빅 아트 그룹(Big Art Group)은 무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스크린에 복제시키면서 연극 내 장면과 대사의 전달 방식을 확장시킨다. 또한 <사람들>이라는 작품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시인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 『오레스테이아』와 민주주의, 전쟁, 테러리즘과 정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터뷰 방식으로 구성되었는데 공동체 안에서의 대화의 방식과 민주주의의 탄생이라는 개념을 적절히 녹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짤츠부르크, 독일,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에서 각기 다른 버전으로 제작, 공연되기도 하였다. 미와 마트레옉(Miwa Matreyek)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멀티미디어 예술가로 미디어를 주로 사용하는 공연단체인 클라우드 아이 컨트롤(Cloud Eye Control)의 창립멤버이다. 그녀는 애니메이션을 실제 공연과 설치작품으로 결합시키는 작품을 제작했다. <신화와 기반시설>은 원시 세계와 혼잡한 도시 공간이 연결된 환상적 필치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스크린 위로 그녀 자신의 신체 그림자를 개입시킨 퍼포먼스이다. 실재하는 신체와 가상의 공간이 결합되어 환상과 비환상의 병치가 오가는 가운데 도시와 자연, 인간의 몸의 붕괴가 은유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시카고현대미술관의 공연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욜란다 커삭(Yolanda Cesta Cursach)은 300개가 넘는 공연단체가 있는 시카고에서 특히 주목하고 협업해 온 작가들을 중심으로 소개를 이어갔다. 럭키 플러시 프로덕션스(Lucky Plush Productions)를 설립한 안무가 줄리아 로즈(Julia Rhoads)의 <더 나은 절반 >이라는 무용극은 남편에 의해 자신이 ‘정신이상자’라고 믿게 되는 아내를 다룬 1940년대의 고전멜로드라마 <가스등>을 재해석하여 오늘날의 불안정한 현대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츠카사 타이코 앳 JASC(Tsukasa Taiko At JASC)는 지역 내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뮤지션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투어 그룹이다. 이들은 일본식 드럼악기인 타이코(태고)와 거장 재즈뮤지션의 즉흥 연주를 결합해 현재 미국 내 다양한 재즈페스티벌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네아폴리스의 레젼아츠에서 온 존 허버트(John Herbert)는 음악과 연계된 작품들을 소개했다. 작곡가 마이클 루즈(Mikel Rouse)는 현대음악과 매스미디어의 접목에 관심을 두고 있는 작곡가로서 토크쇼 형태를 빌린 오페라를 제작하여 본인은 호스트, 관객은 게스트로 참여하는 작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의 최근작 <중력 라디오>는 이론적으로는 존재하지만 탐지되지 않는 파장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루즈 본인의 보컬과 그가 이끄는 밴드의 기타사운드, 여기에 공연되는 지역에서 캐스팅된 현악사중주단, 단파무선주파수, 그리고 AP뉴스의 라이브 라디오 보도가 혼합되어 있다.

이외에도 의도적으로 일상의 사물을 쌓아 만든 무대를 통해 일종의 로우테크의 미학을 구사하고 있는 하이잭(Hijack)이라는 단체의 <스미소니언스미스>(Smithsoniansmith)라는 작품도 소개되었다. 미네아폴리스 출신의 안무가인 모건 도슨(Morgan Thorson)은 경매장과 같은 공간에서 드러나는 반복적 언어를 신체 움직임의 패턴과 병치시켜 무용작업을 선보이는데 최근에는 미네소타 출신의 걸출한 인디락 밴드 로우(low)와의 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단서들
한 시간 반 정도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소개된 작품들의 간략한 이미지와 개요만으로 현대 미국의 공연예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장르와 문화들 간의 접합시도와 표현양식들을 가늠할 수 있지만 깊이 있는 내용의 성찰이나 예술가의 특별한 관점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상 어려웠다. 다만 컨템퍼러리 퍼포먼스에 있어서 유럽에 비해 미국이 다소 뒤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선입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불식시켜 준 부분은 있다. 한편 NPN의 회원단체들이 제공해 준 몇 가지 퍼즐 조각들은 미국 현대공연예술의 전체 그림에 조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단서들을 통해 미국에서 첨예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을 만나고 서로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계기들이 발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관련링크
| 전미공연예술네트워크( National Performance Network,NPN)   바로가기  
| 라 레드(La Red)   바로가기
  • 기고자

  • 김해주 _ 국립극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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