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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 안무가 _ 멀티미디어에서 움직임의 회귀까지 2011-09-27
멀티미디어에서 움직임의 회귀까지
[Who&Work] 최상철 댄스프로젝트 _ 최상철 안무가

안무가 최상철은 90년대 중반부터 음악, 미술, 영상 등 다양한 분야와 공동으로 작업하며 일찍이 현대무용, 멀티미디어, 복합예술 사이의 새로운 접점을 모색해왔다. 최상철의 작품 <까망천사>(2000), <접촉>(2001), <빨간 백조>(2002)은 인간의 몸과 하이테크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신체언어의 방식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러한 2000년 초반의 작업과는 달리,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논쟁>은 오로지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호흡에 충실한 작품이다. <논쟁>은 2010년 제18회 무용예술상(창무예술원 주최) 안무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하이테크에서 인간의 몸으로 회귀한 안무의 전환,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최상철 안무가를 만났다.


‘노 세트, 노 컬러, 노 드라마’

Q: 작품의 주제가 ‘논쟁’이니만큼 창작과정이 궁금하다. 대본, 음악, 조명 등 다른 예술가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논쟁을 벌였는가.

A: 다들 친구다. 오랜 기간 나의 작품과 일상에 영향을 준 사람들이다. <논쟁>은 다른 작품에 비해 꽤 오랜 시간 구상을 했고 작업이 진행되었다. 참여한 예술가마다 저마다 논쟁에 대한 생각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토론이 진행되었다. 대본작가의 경우 논쟁은 사랑 때문에 발생한다고 제시했다. 이것에 동감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과 싸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폭탄을 던져 싸움을 끝내는 극단적인 방법도 있겠지만 사랑을 통해서도 논쟁에 이르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이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하는 논쟁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한 정서를 드러낼 수 있는 움직임을 연구하게 되었다.

반면 음악의 경우는 매우 직설적이고 동시에 직관적이다. 작곡가 임동창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어느 날 그와 나는 “논쟁은 개소리”라고 의견일치를 내렸고 다른 예술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품에 실제 개 짖는 소리를, 그것도 꽤 길게 사용했다. 작년 공연에 이어 올해 창무국제무용제에서 다시 공연했을 때 다른 예술가들이 이 소리를 조금이라도 줄이라는 조언을 했고, 미안해서 살짝 줄였다. 하지만 더 이상은 양보하기 어렵다.(웃음)


최상철



다른 예술가와 융합, 협업을 할 때 이들 모두 자신의 시간과 자존심을 걸고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을 안다. 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기를 미리 주문하지는 않는다. 전적으로 맡긴다. 물론 젊었을 때는 이렇게 작업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 것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춤 언어며 결국 안무가로서 이를 총체적으로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업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지만 어려움과 좌절이 있을수록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성향인지라 이 긴 제작과정을 나름 즐길 수가 있었다.

Q: 그간의 작품성향과는 달리 <논쟁>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다. 이러한 안무의 변화는 앞으로도 지속할 생각인가.

A: 사실 논쟁이라는 논리적인 사고의 전개과정을 움직임만으로 전달하려는 발상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도 받았다. 사실 나는 남이 하지 않은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좋고 설사 포기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도 재미를 느낀다.

처음부터 <논쟁>은 ‘노 세트, 노 컬러, 노 드라마’를 원칙으로 삼았다. 멀티미디어와 금속성을 통한 차갑고 기계적인 감성과는 다르게 인간의 움직임과 땀으로만 도달할 수 있는 영역, 즉 움직임의 회귀를 통해 춤의 본질에 접근하고 싶었다. <논쟁>은 언어의 이중성에서 출발한, 말의 뉘앙스를 추적해 나가는 작품이다. 춤의 큰 틀에서 이미지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본질적으로 춤에 순응하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인생을 누르는 힘을 아는 나이이기도 하다. 지금은 부수적인 것들을 빼고 또 뺀, 정제된 신체의 움직임만으로도 도달할 수 있는 춤의 원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다름을 인정하다

Q: 그렇다면 당신이 느끼고 실천해 온 컨템퍼러리 댄스란 무엇인가.

A: 물론 나의 지난 작업들과 비교할 때 지금의 방식은 매우 상반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안무가의 시선에서 보면 ‘컨템퍼러리’라는 개념은 남에 의해 규정되기보다는 안무가 자신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시대적 격차는 늘 있었다. 90년대 중반, 처음 국내에서 즉흥무용페스티벌을 시도한 것이나 무용단체가 아닌 ‘프로젝트’ 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밀고 나갈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예술장르와의 융합이나 멀티미디어와의 접목을 시도한 것은 매우 앞선 행보였다고 본다. 지금은 보편화된 작업들이지만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행위들이었다.

그러다 작업에 접목시킨 멀티미디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어 2003년 두 번째 미국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안무가가 멀티미디어를 배운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내가 지닌 독특함이나 안무가로서의 존재감을 다른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문화적 코드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오히려 한국적인 현대무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다름의 인정, 다름의 가치를 존중해야만 글로벌한 안무가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논쟁>

 



Q: 현재 최상철 댄스프로젝트는 무용수로만 구성되어 있나?

A: 아직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체에서 안무가 인큐베이팅을 시도하는 중이다. 한국 출신의 뛰어난 무용수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배출되는 안무가는 적다. 나는 안무가로서 자질을 갖춘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고 싶다. 이들이 안무가로서 더 자유롭고 뚜렷한 자기 확신과 비전을 가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틈틈이 이들과 차를 마시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도 그러한 훈련 중에 하나다.

Q: 단체의 활동범위가 넓다. 창작 외에도 찾아가는 순회공연이나 예술교육 등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A: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안무가로서 공동체에 대한 기여나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만 실제 무용수가 짊어질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은 그리 많지 않다. 보호시설의 청소년이나 소외지역의 어린아이들에게 다가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무용을 접하면서 느끼는 감성과 감동은 매우 중요하다. 흔히 미래의 관객개발이라 일컫는 의미도 있지만 안무가로서 사회적 역할을 병행하는 것이 창작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Q: 2009년부터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에서 프로그래머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로서 중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A: 무엇보다 프로그래머라면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하며 프로모터로서 작품을 판단하고 결정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안무가의 진정성에 무게중심을 둔다. 결과물로서 작품의 완성도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예술가의 진정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날 때면 그 작품에 믿음이 생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뢰처럼 말이다.


관련 링크:

| <논쟁> 작품정보  바로가기
| 최상철 댄스프로젝트 단체소개   바로가기
 
  • 기고자

  • 염혜원 _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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