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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제 감독 _ 한국 재즈, 비워가는 작업으로 채우다 2011-09-27
한국 재즈, 비워가는 작업으로 채우다
[Who&Work] 근동사중주단 _ 손성제 감독

근동사중주단은 오랜 기간 동안 한국 전통음악과 컨템퍼러리 재즈 씬 사이에 존재해 왔던 음악적 갈급에 대해 고민하던 아티스트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이다. 색소포니스트 손성제, 베이시스트 이순용, 기타리스트 정수욱, 그리고 다양한 한국전통 악기를 다루는 김동원으로 구성되었다. 근동사중주단을 결성하기 전부터 이들 네 명의 멤버들은 국내외 다양한 컨템퍼러리 장르의 음악 씬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해 왔다. 팀의 리더이자 작곡을 맡고 있는 손성제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비워가는 작업

Q: 재즈와 한국 전통음악이 공유하는 근동사중주단의 음악처럼, 손성제 감독 개인의 이력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경험해온 음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A: 피아노와 클라리넷 연주로 음악을 시작했고, 한때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꿈을 키웠다. 음악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싶어 작곡 공부를 하다가 그룹 왬(wham)의 <케어리스 위스퍼>(Careless Whisper)를 듣고 색소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볼륨이 크고 음색이 특이한 게 색소폰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 점 때문에 클래식에선 잘 쓰이지 않지만 재즈에선 중심 악기로 사용되고 있다. 색소폰을 연주하고 싶었는데, 평생 다른 사람의 곡을 연주하기보다 자신의 곡을 들려주고 싶어 재즈를 택했다. 재즈라는 장르가 즉흥연주에 의한 연주자의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어 연주에 더욱 빠지게 되었다.

미국은 재즈를 자신들의 음악이라고 생각하여 재즈의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에서 재즈를 배우면서 재즈의 정통성과 재즈 안의 정치와 권력 등 문화와 정서에 있어 극복할 수 없는 벽을 느꼈다. 한국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음악을 접하던 때 유럽재즈를 비롯한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럽인들은 재즈를 본인의 음악으로 만들고, 본인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을 때 재즈 연주자로 인정하는데, 이에 크게 동감했다. 정형화된 음악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손성제



Q: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한국 재즈를 시도하게 된 이유인가.

A: 한국식 재즈라고 해서 굳이 국악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즈''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면이 아닌 선(line)으로 이루어져 꽉 채워지지 않은, 비어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이해할 만한 연주자가 드럼같은 서양 타악기에는 없었다. 다들 메트로놈처럼 맞춰서 정확하게 치는 것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통 타악기와 함께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 전통음악과 재즈가 결합한 퓨전국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데 국악기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음악을 소스로 썼던 것은 한국 전통 음악에 어떤 특징 때문이었나. 본인이 활용하고 싶었던 한국음악의 장점은 무엇인가.

A: 한국 전통음악에서 응용하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구체적인 부분이나 장단, 가락 등을 가져다 쓰고 싶지는 않다. 연주할 때도 어떤 장단 위에 코드를 만들어서 붙이는 형태의 작업은 하고 싶지 않았고, 서양악기로 국악 멜로디를 연주하고 싶지도 않았다. 한국 전통에는 서양음악과 확연히 구분되는 아름다운 컨셉들이 많다. ''여백의 미'' ''선적인 아름다움'' 등 수직적으로 무언가를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비워가는 작업이 좋았다. 긴 호흡에서는 서구화된 사회와는 다르게 시간을 거슬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인간미 있고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적인 것을 추구한다.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안에 어떤 것을 채워나가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음악으로 말하고 싶었다. 자신이 잘 아는 문화 안에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하며, 그 느린 작업의 과정에서 얻어갈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즈와 한국 전통음악의 본질

Q:근동사중주단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A: 영어로 ''The Near East Quartet''이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어 동양을 의미하는 ''East''가 들어가는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동양에 가까운, 동양적인 콰르텟이라는 의미로 ''The Near East Quartet''이라고 붙였다. 같은 발음인 ''nearest''가 ''가장 가까운''이라는 뜻이라는 점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가까운''의 철학적 의미가 좋았다. 하지만, 원래 ''Near East''라는 표현이 ''유럽에서 바라보는 중동''이라는 의미로 쓰인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Q: 근동사중주단의 첫 음반, 《Chaosmos》는 무엇을 테마로 한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 달라.

A: 먼저 음반의 표지 이미지를 먼저 감상해 주기를 바란다. 처음 사진을 봤을 때 예술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세 명의 남자가 짐을 잔뜩 실은 말 두 필과 함께 카메라를 보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이 어색한 듯한 그들의 얼굴에서 피곤이 엿보인다. 사진 속 남성들의 옷차림 등을 봤을 때, 사진은 일제시대에 찍혔을 확률이 높은데, 그렇다면 그들은 고향을 떠나 중국의 간도나 만주로 향하는 중이었을 것이다. 농경사회가 기본인 한국인들에게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정체성의 상실을 의미했다. 그들은 고개를 넘기 전 뒤돌아 고향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며 진한 상실감과 내일에 대한 불안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이 음반의 표지사진은 음악만큼이나 공을 들여 찾아냈다. 《Chaosmos》는 슬픈 유랑의 정서를 화두로 삼고 있다. 고향을 떠나는 슬픔, 내일에 대한 불안, 숙명에 대한 체념과 인내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슬픈 여정을 상상하게 만든다.


《Chaosmos》표지

 

근동사중주단



Q: 근동사중주단은 재즈와 한국 전통음악이 공유하는 음악적 본질과 유사성에 대한 깊은 고찰을 바탕으로 전혀 새로운 음악적 스타일과 표현방법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 같다. 근동사중주단의 음악에 대한 반응이라든지, 감상법 등을 알려줄 수 있나.

A: 장르나 악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어린아이처럼 들으면 될 것 같다. 공연 직후 어떤 관객으로부터 "공간이 많은 음악"이라는 평을 들은 적이 있다. 깊이 생각하는 음악, 끝나고 마음을 쓸어내리는 짠한 감동이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사실, 근동사중주단 이전에는 개인활동으로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음악 하는 사람들이나 관계자들에게 이런 좋은 반응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즈나 국악 뮤지션이 아니어도 음악을 많이 듣는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 그렇지만, 의외의 관객에게서 좋은 평을 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Q: 근동사중주단이나 개인적인 활동계획을 알려달라.

A: 서울아트마켓은 많은 공연예술 관계자가 모이는 자리인 만큼, 자유롭고 재미있고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르와 상관없이 좋은 작업을 하는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 독창적인 것을 만드는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만남들을 통해 한국의 음악 씬도 더 다양해지고, 음악작업도 더 재밌어질 것 같다.

개인앨범인 《비의 비가》(Elegy of rain)가 막 발매되었다. 이 음반은 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보여주고 싶은, 그리고 드러내고 싶은 한국적 정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음악활동만큼은 편견이나 선입관 없이 열과 성의를 다하려고 한다.


관련 링크:

| 작품정보  바로가기
| 근동사중주단 단체소개   바로가기
 
  • 기고자

  • 김유정 _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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