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신창호 안무가 _ 현대무용의 또 다른 시도 2011-09-26
현대무용의 또 다른 시도
[Who&Work] Laboratory Dance Project _ 신창호 안무가/대표

2011년 8월, 신창호 안무의 <노코멘트>가 전미숙 안무의 <반갑습니까?>, 이인수 안무의 <모던 필링>과 함께 미국 최초의 현대무용축제로 올해 79회를 맞이한 제이콥스필로우 댄스페스티벌(Jacob''s Pillow Dance Festival)에 초청되어 역시 미국 최초의 현대무용 전용극장인 테드숀시어터(Ted Shawn Theatre) 무대에 올랐다. 미국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LDP(Laboratory Dance Project, 이하 LDP)의 신창호 대표(안무가)를 만났다.


LDP, 거꾸로 춤춘다

Q: 춤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하다.

A: 발레를 전공하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17살 때 처음 무용을 시작했다. 발레가 아닌 현대무용으로 곧장 들어섰는데, 창의력을 발휘하며 몸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현대무용의 길로 들어서도록 조언을 준 것 역시 어머니였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와 전문사를 거쳐, 2001년 창단부터 지금까지 LDP의 정단원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2002년부터는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해외활동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스위스 생갈렌 시립무용단(Dance Company St. Gallen)에 몸담고 있었는데, 이때 만난 필립 에글리(Philipp Egli)와의 인연으로 <패턴스 온 임프레션스>(Patterns on Impressions)를 공동창작하여 2011년 2월에는 스위스 안티겔 페스티벌(Festival Antigel)에서 공연한 후, 5월에는 국제현대무용제(Modafe)에서 함께 공연하였다.

Q: LDP의 그간 활동에 대하여 이야기해 달라. 또한 LDP가 공유하고 있는 공통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A: LDP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무용수 10명이 주축이 되어 ''기존 현대무용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만한 실험적인 작업을 하자''라는 모토로 출발하였다. 우리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거나, 무용계 또는 관객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하고자 했다. 공사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H빔을 무대에 세우기도 하고, 거대한 그림 패널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이 거꾸로 춤을 추기도 했다.

2001년 창단 때부터 해외 예술가와 교류를 시작했는데, 그간 미샤 프루커(Micha Pruker), 이즈탁 코바치(Iztok Kovac), 이스마엘 이보(Ismael Ivo)와 함께 작업했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무용을 통해 관객과 공감대를 갖고 마음으로 소통할 것인가이다. 무용 관객층은 매우 국한되어 있고, 다수의 사람들은 무용이 자신의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며 난해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LDP는 소규모의 공연이나 타 장르와의 상업적인 협업공연, 소외지역 공연에도 적극 참여해오고 있다.


신창호



''주관적 경험의 재현''

Q: 안무가 신창호에게 묻고 싶다. 창작을 위한 영감과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가.

A: 책, 신문, 광고, 사진,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원천을 통하여 영감을 얻는데, 주로 시각적인 이미지가 창작 욕구를 많이 자극하는 편이다. 물론 이미지와 그 이미지에 얽혀있는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와서 표현하지는 않는다. 이미지를 접한 순간 내가 갖게 된 감정과 느낌에서 출발하여 그 자체의 이미지를 내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데, ''주관적인 경험의 재현''이라는 개념으로 나의 경험을 창작 모티프로 활용한다.

<노코멘트>는 TV 뉴스에서 보도된 이라크 전쟁 장면에서 출발하였다. TV에 방영된 장면은, 도시가 폭격을 맞아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가슴을 치며 흐느끼는 한 남성의 이미지였다. 그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하여 작품 모티프로 삼게 되었다. 내가 안무한 또 다른 작품인 <플랫폼>은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기차역에서 만난 그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경우이다. 플랫폼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에게서 동유럽 특유의 문화적 정서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암울한 정서가 깃들어있는 반면 그들이 즐기는 음악은 밝고 경쾌하다. 어두운 면을 밝음이 치유한다는 특유의 감성이 공존하는 그때 그곳의 정취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플랫폼>을 창작하게 되었다.

Q: <노코멘트>가 이라크 전쟁의 이미지로부터 출발하였다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예술가 개인의 의견을 작품 속에 반영하였다고 봐도 되는 것인가.

A: <노코멘트>는 전쟁 중 인간의 절망 안에서 보이는 ''자극''과 ''생명력''을 모티프로 창작한 것일 뿐, ''반전'' ''반미''와 같은 정치적인 메시지는 없다.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 세계에 시대적인 목소리를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되도록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인간의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 표현하고 싶다. 종교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성경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볼 생각인데, 성경 속 이야기와 메시지를 그대로 무대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모티프를 통하여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각자가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로이드 뉴슨(Lloyd Newson, DV8 Physical Theatre 예술감독)이라는 영국 안무가는 동성애자, 장애인 등 사회 소수자들을 소재로 한 작품을 다수 발표하며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나도 특정 문제에 대하여 ''나의'' 의견과 방안 또는 결론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이슈를 환기시키고 ''그들의'' 의견을 묻는 역할을 하고 싶다.


<노코멘트>




소리와 몸짓의 공존

Q: <노코멘트>는 올 3월 미국 포틀랜드 공연더아프로 기사 참조후 현지 매체로부터 "움직임이 세르비아의 월드뮤직 작곡가 고란 브레고비치(Goran Bregovic)와 런던에서 활동하는 그룹 트랜스글로벌 언더그라운드(Transglobal Undergound)의 음악과 단단히 맞물려있다"고 평가받았다. LDP의 작품에서 안무와 음악의 관계는 어떠한가.

A: 안무와 음악의 비중을 5:5 정도의 비율로 둘 만큼, 몸의 움직임 못지않게 음악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음악은 안무와 무용을 뒷받침하기도 하고, 이끌어가기도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월드뮤직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을 듣고, 무용과 음악의 조화를 통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리와 몸짓의 공존이라는 개념으로 어떻게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래서 평소에도 귀에 들어오는 음악, 작품과 어울리는 음악이 들려오면 멈춰 서서 다양한 방법으로 음악을 찾아볼 때도 있다.

Q: 구상하고 있는 다음 작품에 대해 조금만 이야기해줄 수 있나.

A: ''어머니''를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 중인데, 2012년 초에 초연할 계획이다. ''단전''과 ''기(氣)''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단전과 유사한 이미지를 구상하다보니 생명을 만들어내는 ''모태(母胎)''와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머니들의 애절한 이야기가 아닌, 어머니와 자식 간의 상호관계를 무용수의 몸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아직 모티프를 중심으로 리서치 하는 단계에 있는데, ''모성''이라는 주제를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다. 다른 작품들은 어머니와 연관된 주제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도 살펴보기도 하고, 우리 어머니의 행동 패턴도 관찰하고 잔소리하시는 것도 열심히 듣는다.(웃음)

Q: 근래에 다양한 예술 장르 간 융합이 빈번히 시도되고 있는데, 무용 외 인접 장르에 대한 관심은 어떠한가?

A: LDP 단원 중에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협업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주로 몸의 움직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술이나 미디어 등 타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필요한 무대를 구성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Q: 궁극적으로 어떤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는가?

A: 피나 바우쉬(Pina Bausch)는 한 세기가 지나도 유효한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나 역시 무용계의 흐름과 이슈를 만드는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는데, 이는 모든 안무가들의 꿈이지 않을까.(웃음)


관련 링크:

| <노코멘트> 작품정보  바로가기
| LDP 단체소개   바로가기
  • 기고자

  • 구효진_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전략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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