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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준 안무가 _ 공간을 신체로 디자인하다 2011-09-26
공간을 신체로 디자인하다
[Who&Work] PDPC _ 안영준 안무가

안영준은 안무가이다. 2000년에는 파리국제무용콩쿠르 컨템퍼러리 남자 솔로 그랑프리, 2009년에는 CJ영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인간의 신체를 공간구성의 도구로 사고하고자 2009년, PDPC(Physical Design Project Company)를 창단하고 대표로 활동 중이다. 안영준은 난해하게 느껴지는 컨템퍼러리 댄스가 친근하고 소박하게 관객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담백하고, 서두르지 않는 ‘안영준표’ 무용을 만들고 싶어 한다.


몸에 대한 신뢰

Q: 무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어릴 때부터 무용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작했다는 편이 맞겠다. 사실 어릴 때는 미술을 공부했었다. 어릴 때 좋아하는 만화를 똑같이 그리고 싶어서 연습했는데 하다 보니 잘 그리는 편이었다. 미술학원을 다니라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셨지만, 당시 집안 형편으로는 학원을 다닐 수 없어서 중학교 때 학교 미술선생님의 지도로 미술을 배웠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진학보다는 직업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인테리어를 공부하게 된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무용을 하는 사촌형이 키도 크고 신체조건도 좋으니 무용을 해보라고 권유해서 무용을 시작하게 되었다.

Q: 키도 크고 신체조건이 좋다고 해서 다 무용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웃음) 막상 무용을 시작하니 어땠나?

A: 태권도를 오래한 덕인지 무용을 시작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대학도 무용과로 들어갔지만, 수업에는 잘 들어가지 않았다. 무용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학교 수업보다는 재미있는 작업을 하는 단체나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수업은 안 들어가고 김형희 예술감독이 계신 트러스트 무용단에 가서 일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일을 하면서 의미를 찾아가는 스타일이다. 무용을 하면서도 안무가가 되어야겠다고 어느 순간 결심한 것이 아니라 무용을 시작하면서부터 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안무가로 창작 작업을 하고 싶었다. 무용을 하지만 내 주변에는 무용과 관련된 사람들보다, 다른 장르의 사람들이 많고 그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고를 제한하지 않고 폭넓게 사고할 수 있어서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안영준



Q: 2009년에 PDPC를 창단했다. PDPC를 만들게 된 계기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우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에게 중요한 것은 ‘피지컬’과 ‘디자인’이라는 개념이다. 무용에서는 신체, 즉 몸이 우선이고 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어렸을 때 미술을 공부하면서 나한테 자연스럽게 들어온 것 같다. 무용은 일정한 공간에서 신체로 디자인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안무가는 바로 그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다. 내 위치에서 누군가를 답습하지 않고 스스로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대한 신뢰 때문에 피지컬 디자인 프로젝트 컴퍼니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다.

워낙에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기도 하고, 목표나 지향점을 정해놓고 가기보다는 ‘과정’에 충실한 편이라 특별히 지향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무용보다는 ‘컨템퍼러리 댄스’라는 말을 더 쓰고 싶고 더 매력이 있다. 컨템퍼러리 댄스가 좋은 이유는 무엇이든지 수용 가능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다. 원초적이고, 한계점도 없고, 또 맨발이라는 것도 좋다. 직업적으로 맨발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 않나? 무용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이며, 재미있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일반인 대상 수업도 많이 한다. 뮤지컬 안무도 많이 하고. 하지만, 일 년에 한편 정도는 내 작품을 창작하려고 한다. 다작을 못하는 이유가, 단계적으로 집중해서 하는 작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새로운 것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그렇게 물어보는 건 너무 조급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Q: 작품구상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하다. 어떤 매개체로부터 도움을 받나?

A: 도움이 되는 매개체가 특별히 있지는 않다. 늘, 그리고 꾸준히 고민하는 것들이 다른 수단을 통해서 구체화된다. 고민은 하지만 생각을 구체화 하기는 힘든 경우들이 많은데 책을 보면서 작가가 이렇게 고민하고 느꼈구나 공감하면서 고민하는 바를 펼쳐보게 되는 것 같다. J. D. 샐린저라는 작가를 좋아하는데,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부터였다. 그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가 다른 편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는데, 한번 읽고는 이해할 수 없는 책들이 좋은 것 같다. 책을 계속 읽으면서 이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계속 파고든다. 약간은 스토커처럼.(웃음)


<뮤지컬 체어스>



세상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

Q:<뮤지컬 체어스>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A: 대학 강의를 하면서 대학무용제 안무를 맡은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보통 10명 이상과 작업을 하는데 그렇게 다양한 소스를 만나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뮤지컬 체어스>는 2009년 학생들과 작업하면서 나온 아이디어로 만든 10분짜리 작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작품 제목도 <뮤지컬 체어스>였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를 언젠가는 구체화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박스’라는 오브제를 이용하지만, 그때는 사람이 직접 박스를 표현하였다.

<뮤지컬 체어스>는 지금까지 안무해온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프레임>(Frame)은 신체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어렵고 재미없는 무용을 보면서 신체를 가지고 무용적으로 순수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주사선>(Scanning Line)은 그 프레임을 더 잘게 나누어본 것이고, <흘러나온다>(Streaming Out)도 그 연장선에 있는데, 사람의 신체가 액체라는 가정 하에서 출발했다. <뮤지컬 체어스>까지 그러한 고민이 이어졌다.

이 작품에는 조금 더 철학적으로 고민한 지점들이 있는데, 다른 사람 혹은 다른 것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이 그것이다. ‘다른’ 대상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과연 옳은가. 다수가 옳다고 말한다고 다른 편에 서 있는 소수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어릴 때는 존재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이면에 대해서, 혹은 이전에 알았던 것에 대해서 조금 더 다른 의미를 찾고 이야기 하게 되는 것 같다.

Q: 팸스초이스를 신청하면서, 특별히 관심 있는 지역이 있나.

A: 없다. 어릴 때부터 유럽을 자주 나갔다. 예전에는 무용수로서 유럽의 컴퍼니에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이제 안무가로서 활동하다보니 그냥 부딪혀 보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어느 정도까지, 어느 선까지 와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것이 어렵다면 한국에서 작업해서 유럽에 나가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고 정해놓은 것은 없다.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무거울 수도 있지만 가벼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회적인 이야기는 아직은 무겁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들은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어떤 방향성을 두고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그때그때 느끼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관련 링크:

| <뮤지컬 체어스> 작품정보  바로가기
| PDPC 단체소개   바로가기
 
  • 기고자

  • 임은아 _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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