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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현 대표 _ 젊고 고집스런 전통 2011-09-14
젊고 고집스런 전통
[Who&Work] 정가악회 _ 천재현 대표

정가악회는 2000년에 창단되어, 가곡과 줄풍류 등의 전통음악과 깊이 있는 창작 음악을 바탕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악단체이다. 연주회와 음반을 통하여 발표된 전통음악과 창작극은 정가악회만의 독특하고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국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통음악이 시대와 함께 호흡하데 있어 모범이 되고자 호시우보(虎視牛步)의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는 정가악회 천재연 대표를 만났다.  

지루하고 지겹기 때문에 도전한다

Q: 먼저 단체소개를 부탁드린다. ‘정가악회’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단체이름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A: 가곡(歌曲)·가사(歌詞)·시조(時調), 이 세 가지를 통틀어 한자로 바를 정(正), 소리 가(歌)를 쓰는 정가(正歌)라고 하는데, 바를 정(正)을 쓰는 것에서 정가의 도덕적, 철학적, 이념적 측면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가곡과 줄풍류를 음악의 핵심으로 가져가되 젊은이답게 따뜻하고 인간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기에, 바를 정(正) 대신, 뜻 정(情)을 써서 ‘정가(情歌)악회’라고 하였다. 물론 지금도 이름이 고루하다는 내부의 평이 있지만 창단 당시도, 지금도 그런 고루한 이름이라도 사람들과 만나 대화할 거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중이 반기지 않는 전통음악을 포기해야 하나 갈등하던 상황에서 치열하게 이 길을 가보자고, 욕심을 부려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고집을 부린지 이제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천재현 대표



Q: 정가악회의 음악적 특징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

A: 먼저, 정가악회의 음악적 중심이 정가가 아닌 가곡이라는 이야기를 해두고 싶다. 정가는 이념이며 철학이지 장르를 규정하는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디 정악(正樂)은 옛 사람들이 심신을 단련시키는 바른 음악을 이르지만, 5-60년대부터 일부 사람들이 이 개념을 선점해서 사용하면서 바른 음악인 정악(正樂)과 그렇지 않은 음악-바르지 못한 음악-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음악에 둘러싸고 이데올로기나 계급을 다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악 중에서도 가곡(歌曲)을 택한 것은 가곡이 가진 ‘노랫말’ 때문이었다. 가곡은 소리자체가 편하며 공명이 많이 필요한 음악이다. 다른 음악과 비교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가곡이 고급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연습을 하면 할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곡의 음악 자체가 너무 좋았고, 사람들이 지겹고 지루하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꾸준히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가든 줄풍류든 국악기가 들려주는 사운드에는 비어있는 공간 안에서 연주자들 각자의 능력으로 채우고 만들어가는, 호흡을 충분히 느끼고 서로 주고받는다는 즐거움이 있다.


Q: 말씀하신 대로 흔히 전통음악 중에서도 가곡은 어렵고 지루한 음악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가곡 감상법에 대한 조언 부탁드린다.

A: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알기를 원하는 것이 사람들의 기본적 욕구다. 하지만, 가곡은 한자가 많은 등의 이유로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가곡을 즐기려면 바탕이 되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나, 라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는 만큼 들린다”는 대답을 드리고 싶다. 일단 감각적으로 좋아서 입문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매력이 있다. 가곡을 ‘문인들의 음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지금 사람들이 과거 문인들이 즐기던 방식으로 가곡을 즐기려면 그만큼의 공부가 필요하다.


다양한 전통음악의 ‘통로’를 만들다

Q: 그렇다면, 이번에 팸스초이스로 뽑힌 <세계문학과의 만남>은 가사와 내용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가. 문학과 만나는 과정에서 변화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A: 처음에 <세계문학과 만나다>를 기획했던 이유는 ‘친절한 콘서트를 해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음악을 섞지(fusion) 않는다는 큰 전제 아래, 관객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공연하는 ‘동짓달 기나긴 밤에’라는 세 줄짜리 시를 10분간 노래하는데, 동짓달이라는 단어를 11박에 넣어서 노래하니 사람들이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래서 시각적인 표현을 더했다. 템포에 맞춰 가사를 배치하니 노랫말의 묘미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른 문학과 견주어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가사의 뉘앙스를 받아들이기 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음악은 치열하게 계산된 음악이 아니라, 정서를 전달하는 음악인만큼, 성글게 구성해 관객들이 빈 공간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국악을 한다는 것은 ‘우리끼리의 리그’인 셈인데, 무작정 대중을 만나겠다고 생각하면 소위 퓨전이나 월드뮤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쪽을 선택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생각했다. 이번 작업처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을 통해 문학을 들려주는 식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문학과 만나다>


Q: 문학작품은 어떻게 선택하는가. 해외문학과 만난다면, 매력적인 국제공동작업이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A: 우선, 단체에서 대강의 스토리를 구상한다. 거기에 우리가 구현하고 싶은 기본적인 이념 안에 음악을 배치하고, 그 러프한 흐름 안에 같은 정서를 가진 시를 찾아 넣는 식이다. 각 나라 문학작품을 찾곤 하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만, 결국은 팀 내에서 선별하는 작업까지 직접 한다. 음악의 정서를 알아야 가능한 작업이기에 남에게 맡길 수가 없다. 다행히도 추천받은 문학으로 좋은 작품을 만든 경험이 있다. 2009년, 페루에 갔을 때는 페루의 세사르 바예흐라는 유명 시인의 작품만으로 작업을 했었다. 페루에서도 그 나라 작가의 작품으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기뻐했고, 의미가 있었다. 이런 공동작업의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쉽게 찾을 수 있는 기회는 아니다.


Q: 정가악회의 작품활동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전통음악을 하는 단체로서 전통의 계승과 현대화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다.

A: 들려주는 방식에서 생각해보면, 전통음악은 악기나 음악을 한옥이라는 공간 안에서 연주하는 형태 이상으로는 발전하지 않은 것 같다. 오랜 시간 보물같이 묻혀 있다가 근대에 들어와 이것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생기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전통을 있는 그대로 힘들게 지켜온 사람들은 전통을 변화시키면 안 된다는 의견이 강했으며 현재까지 이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변형되지 않은 전통음악은 한옥에서만 연주 가능한 정도의 음량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전통음악의 호흡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점이 많지 않은 것이다. 극장에서 전통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내가 자주 쓰는 표현을 빌면, ‘시골에서 농사짓던 사람에게 양복 입혀서 서울에 데려다 놓은 느낌, 무엇을 해도 촌스러운’ 느낌이다. 그래서 정가악회는 음향을 쓰지 않는 공간에서 전통음악을 연주해왔다. 전통음악의 묘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한옥과 같은 작은 공간을 찾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음향기기가 국악기에 맞게 발달된 것도 아니고, 음향기기로는 호흡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초반에는 기술적인 것을 배제하고 작업을 했다. 그러다 또 다른 관객을 만나기 위해 극장이라는 공간에 적합한 음악, 즉 표현방식을 변형하는 시도를 시작했다. 무용과의 만남, 현대음악과의 만남 등이 그러한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음악에도 조금의 변화를 가했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시도들, 때론 대중적인 시도를 계속해 나가며 칭찬과 비난을 함께 수용하고, 그 안에서 고민을 심화하는 과정이 정가악회 내부의 힘을 키우는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통의 계승과 현대화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과 많은 소통을 해나가고 싶다.

관련 링크:

| <정가악회 세계문학과 만나다> 작품정보  바로가기
| 정가악회 단체소개  바로가기

  • 기고자

  • 김유정 _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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