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최진아 연출가 _ 집을 짓다 세상을 읽다 2011-08-23
집을 짓다 세상을 읽다
[Who&Work] 극단 놀땅 _ 최진아 연출

무대에서 실제 집이 짓는 공연으로 화제가 된 <1동 28번지 차숙이네(이하 차숙이네)>. 오는 10월 서울아트마켓 팸스초이스 쇼케이스로 선보일 <차숙이네> 준비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일 <예기치 않은> 공연 준비로 한창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최진아 연출을 만났다.


사람이 재산이다

Q: 극단 놀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A: 처음엔 극단 연우무대에서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독립하게 되었다. 연우무대를 통해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점차 극단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는데, 극단을 만든다는 건 큰살림을 꾸리는 일이라 사실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자기 색깔의 연극을 하려면 극단이라는 지지기반이 필요하다는 주변 선후배들의 권고가 있어 작년 12월 단원 6명으로 서울연극협회에 극단 등록을 하게 되었다.
연우무대에서 함께 작업하던 연출가 손기호씨가 연습실을 같이 운영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이때 연습실 이름을 지어야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극단 이름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 본 만화에서 ‘노는 집’이라는 뜻의 정자이름이 인상 깊었는데 자연스럽게 연상된 ‘노는 땅’, ‘놀땅’이 극단명으로 탄생되었다.






Q: 연극의 매력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그 시작이 궁금하다.

A: 대학시절 연극반 활동을 했는데 공연이 끝난 뒤 어떤 벅차오름을 경험했다. 졸업 후 전공과 상관없이 연극을 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1년 반 정도 직장 생활을 한 뒤 연우무대에 입단하게 되었다. 입단원서에는 연기지망으로 냈는데 욕심만큼 캐스팅은 잘되지 않았다. (웃음) 연극은 하고 싶은데 그 방법과 길을 몰라 막막하던 차에 연극공부를 하기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연출의 길을 내딛게 되었다. 희곡을 쓰게 된 건, 초반에 다른 제작팀의 연출을 몇 차례 맡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연극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처음 쓰게 된 작품이 <연애얘기아님>이었다.


Q: 배우에서 조연출, 연출을 거치면서 각각의 단계마다 느낀 경험들이 작품을 만들 때 어떤 동력으로 작용하게 되었는지.

A: 연출을 잘하기 위해선 어떻게 지치지 않고 연출을 하느냐 그리고 어떤 좋은 연출법을 만들어내느냐 이 두 가지 힘이 필요한 것 같다. 연극작업 도중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이 내겐 큰 재산인데, 다음 작품은 뭘 할 거냐며 참견을 마다 않는 후배들과 또래 동료들, ‘농부가 농사를 짓듯 연극인은 연극을 해야지’라는 기국서 선생님의 말씀 모두가 나를 지치지 않게 해주는 동력이 된다.
연출법에 대한 영감 역시 주변 동료들을 통해 얻게 된다. 연극관람을 함께 한 후 ‘저 연극엔 핵심이 없어’ ‘연극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라며 동료들이 던지는 코멘트는 연극에 대한 다른 시각의 접근과 고민을 생각하게끔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장식 없이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까 계속 사고하게 된다.


집의 절망과 희망

Q: 실제 집 짓는 과정을 관찰하며 <차숙이네>를 쓰게 되었다고 들었다. 작품의 아이디어는 대부분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

A: 평소 제일 궁금했던 것, 제일 자극적이었던 사건들을 붙들고 쓰기 시작하는 편이다. 내가 했던 어떤 행동 또는 목격했던 일들 중 이해하기 어려웠던 ‘저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정규학습을 통해 배운 글쓰기가 아닌 탓인지 일정한 구조와 목적을 갖는 글쓰기보다 그 일은 왜 일어났고, 어떤 심리와 상황에 기반을 둔 것일까를 추론하며 글을 쓴다. 그러면서 글 안에서 답을 얻고자 한다. 글쓰기의 소재들은 <차숙이네>처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발견한다.



Q: 집이라는 대상이 인생의 최우선 순위의 목적이 되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차숙이네>는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었다고 본다. 작가로서 이 작품에서 가장 담고 싶었던 집에 대한 생각과 의미는 무엇인가.

A: 집이라는 사물 자체가 내겐 너무 흥미로웠다. 대부분의 사물을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판단을 하게 되는데, 사실 사물 그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이는 일종의 화해와 지혜의 산물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로서 집이라는 사물을 바라보고자 하였다. 작품에서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 과정을 보여주면서 집이 갖는 사물로서의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다. 사물을 면밀히 바라보면서 인간의 갈등과 화해가 담긴 이 사물이 얼마나 귀하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면 우리들의 시야와 삶에 대한 태도도 조금 더 깊이를 가질 수 있게 될 것 같다.



<1동 28번지 차숙이네>




Q: 실제 무대에서도 사물바라보기로서의 집짓기가 잘 표현되었나.

A: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나조차도 드라마라는 서사구조와 연극적인 전개에 습성화된 탓인지 이를 무대에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지 않은 부분은 있다. 작품의 결말은 집이 완성되지 못한 채로 마무리된다. 일부 관객은 ‘집을 끝까지 짓되 그 집에서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되어야 한다’는 등 여전히 사람 중심에서 집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는 집의 절망을 말하고 싶었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체제와 구조로 인해 완성되고픈 자기 희망과 욕구를 잃어버리고 스스로 절망해버린 그런 집 말이다. 하지만 집이 지어지다 만 것에 대해 관객들이 각자 본인의 시선대로 작품을 해석하고 의미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고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집을 짓는 분들의 땀방울을 극장에 다 옮겨놓지 못한 점이다. 보통 작품에는 노동의 기쁨과 성취감이 많이 표현되곤 하는데, 뙤약볕에 냉방 없이 노동을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Q: 연출의 기법 중에 연기자들이 설명을 통해 즉 다큐형식을 빌어 관객과 소통하는 장면이 있다. 최진아 연출가다운 특유의 기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어떤 맥락에서 선택한 방법론인가?

A: 연극은 관객과 나누고 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행동을 보았을 때 짐작하고 추측하는 걸 잘 못한다. 그래서 넘겨짚지 말고 보이는 만큼 믿고 책임지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이러한 성향이 직접적인 해설이나 독백, 설명의 방법론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특별히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어떤 상상을 하게 되고, 어떤 판타지를 꿈꾸게 되는지 직접 포착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차숙이네>에 ‘한 장 가네, 두 장 가네’ 하며 집 짓는 재료들을 나르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은 집 짓는 과정을 보고 느꼈던 이미지를 춤을 추는 듯 율동감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 또 이것을 무대에 만들어 관객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말로는 해설과 독백이 되고, 어떤 장면에서는 동작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것이다.



Q: 독특한 작품제목이 유독 눈에 많이 보인다.

A: <1동 28번지 차숙이네>의 초고 제목은 <집을 짓다, 시간을 짓다>였다. 그러다가 이 연극이 다큐멘터리 형식이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고 어떻게 하면 더 다큐적 요소를 지닐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관념적인 말보다 주소, 숫자가 가진 객관성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Q: 창작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A: 연극은 만드는 그 사람의 수준만큼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내가 얼마큼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좋은 연극이 나올지가 결정된다. 이것이 연극의 매력이다. 내가 세상을 잘 보려고 노력하는 일이 직업과 맞닿아 있는 게 기쁘다. 생활에는 강요나 억압, 또는 권장되는 규율이 있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여러 감정들이 인정되지 않고, 무시되거나 간과될 때가 있다. 그럴 때의 고통과 인식을 나누고 싶고, 통찰력을 가지고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


관련 링크:

| <1동 28번지 차숙이네> 작품소개  바로가기
| 극단 놀땅 단체정보  바로가기
  • 기고자

  • 해민영 _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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