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숨[suːm] _ 공간에서 숨 쉬다 2011-08-23
공간에서 숨 쉬다
[Who&Work] 숨[suːm] _ 박지하, 서정민

2011 팸스초이스 선정작 <공간에서 숨 쉬다>는 듀오 그룹 ''숨[suːm]''의 작품이다. ''숨[suːm]''의 두 연주자는 국악기를 연주한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들은 이 음악이 ''과연 국악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숨과 호흡, 공간과 ''숨[suːm]''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가야금을 연주하는 서정민 씨와 피리, 생황을 연주하는 박지하 씨를 만났다.


"나를 가꿔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Q: 먼저 언제부터,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각자 연주하는 악기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부탁한다.

A 서정민(이하 서): 가야금을 연주한지 15년 정도 되었지만 ''가야금을 시작했다''고 말하고 싶은 때는 ''숨''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말하고 싶다. ''숨''에서 활동하면서 진심으로 가야금을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은 25현 가야금(현대화된 개량 가야금)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울림통이 큰, 그 두꺼운 악기를 뜯을 때 느낄 수 있는 깊은 울림에서 매력을 느낀다. 특히, 바닥에 앉아서 연주를 하면, 현을 누르는 힘과 뜯는 힘이 울림통 안에서 함께 합쳐져서 더욱 깊이 있는 울림이 몸으로 전달된다.

박지하(이하 박): 어릴 적 우연한 기회에 피리에 관심을 가졌고 국립국악중학교, 국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때는 다른 길을 시도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고, 플루트을 연주했던 경험으로 인해 클래식이 더 듣기 편하고 이해가 잘 되었던 적도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정악, 산조 등을 연주하면서 음악을 똑같이 연주해야만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 때문에 전통음악을 선택한 것에 회의가 들 때도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나만의 음악을 하고 싶었다. ''숨''을 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리와 생황을 주로 연주하는 데 피리는 예부터 개량 없이 전해져오는 악기라 다루기가 힘들다. 서양악기의 경우 음을 내면 바로 그 음이 바로 나오는데 피리 같은 경우는 내가 음을 인지하지 못하면 그 음에 맞춰서 소리를 내기가 정말 어렵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음과 음 사이를 꾸며서 낼 수 있는 가능성 즉, 시김새(장식음이나 잔가락)가 가능해졌다. 피리는 노래하는 것처럼 불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다른 국악기의 특징처럼, 연주자의 개입이 많이 요구되는 악기인 것이다. 연주하고 연습하면 할수록 이 악기를 통해 표현해 낼 수 있는 음악의 영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박지하(피리, 생황)

 

서정민(가야금)




Q: 팀 이름이 나온 계기는? 앞서 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호흡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렇다면 ''숨''의 뜻을 호흡으로 이해하면 될지?

A 박: 한글 이름을 짓고 싶었고, 그것이 한 글자라도 좋았다. 또 해외에서 ''숨''이 소개될 때는 ''숨''이 한글인 것도 알렸으면 했다. 가장 간결하고 아름다운 한글 이름을 짓고 싶었다. 숨 뒤에 발음 기호를 넣은 이유는 국악을 하면서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호흡은 단순히 들이쉬고 내쉬고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음악에서는 연주자의 호흡, 악기와 연주자의 호흡, 연주자 간의 호흡, 그리고 연주자와 관객과의 호흡 이 모두를 중요시 여긴다.


Q: 작업을 하면서, 두 분 사이에 경쟁의식은 없는가?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A 박: 서로 악기가 달라서 그런지, 둘의 성격이 달라서인지, 특별히 경쟁의식은 없다. 서정민은 시원시원하며 연주에 있어서도 아이디어가 넘치고 도발적인 음악가라면 나는 조금 더 정리하고 기획하는 면이 있다. 물론 작은 의견차이나 미묘한 경쟁심리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것도 다 우리의 음악에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함께 잘해야 ''숨''이 잘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둘의 호흡이 잘 맞을 때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몇 년의 경험으로 알았다. 이제는 서로에 대한 불만이나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를 한다.

서: 미묘한 경쟁이라면 내게 부족한, 박지아의 뛰어난 부분은 따라가고 싶다. 발전을 위한 긴장감이라는 표현이 더 좋겠다. 매일 만나지만 항상 새로운 이야기가 있고 그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위치를 다시 점검하게 된다. 음악작업을 할 때 이렇게 공유된 생각들이 드러나고 음악에 우리의 삶의 기억들이 기록되고 있다. 결국 사람이 악기이기 때문에 음악에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알고 그 음악을 느꼈을 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나를 잘 가꾸어가야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야금과 피리로 만들어진 이야기

Q: "삶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을 음악으로 표현 한다"고 했다. 작품을 만들면서 에피소드나, 일상 속 어떤 관심사가 작품으로 승화되는지 궁금하다.

A 박: 아직은 어떤 것을 관객에게 전달할지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진정성이 없거나 우리가 체험하지 않은 것을 찾기보다는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차근차근 음악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것이 모여서 결국은 뚜렷한 주제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다.

서: 우연히 특별한 공간에서 공연할 기회가 많았다. 탄광이나 태아의 자궁을 모티브로 한 클럽 등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즉흥연주 기회를 가지면서 그 공간에서 받는 다른 에너지와 시너지를 느꼈다. 어두운 탄광, 석탄가루가 날리는, 그런 공간에서 연주할 때의 느낌은 연습실에서 연주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때 만든 곡이 <혼>이다. 날카로운 탄광의 느낌이 남아있다. <공간에서 숨 쉬다>는 이러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거울자아> 라는 곡은 숲 속에서 초를 켜두고 작업했다. 그때의 느낌을 바탕으로 연습실에서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특정 공간을 선호하거나 기획하기 보다는 늘 우연히 기회를 만들어왔다.


<공간에서 숨 쉬다>

 



Q: 숨의 음악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 감상 팁을 준다면.

A 박: 우리가 음악을 만들 때는 작품마다 주제를 부여하고 내용을 입히지만, 막상 감상자 개개인에게 전달될 때는 듣는 사람의 해석과 상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다양한 상상력을 열어두고 듣는다면 듣는 이의 이야기가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전에 나는 전통음악이 개개인의 이미지나 상상력을 줄 수 있는 여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의 음악적 깊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었겠지만, 그런 갈증에서 이 팀을 시작하게 되었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서: ''음악이 국악인데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분에게 음악으로 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가야금과 피리로 만들어진 우리 이야기를.


Q: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A 서: 2010년에 참가했던 대만의 레지던시에서 만났던 예술가들과의 인연이 되어 대만에 다시 가게 되었다. 4개월 예정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설치예술을 하는 대만 아티스트인데 이들과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분야가 다르지만, 여러 가지로 소통이 잘되는 친구들이라 나름 기대가 크다.

박: 인터뷰하면서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진 것 같다. 그간 운 좋게도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의상, 무용 등등 음반제작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자리를 통해 그 분들께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최근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게 합격하게 되면 꼭 이야기로 들려드리고 싶다.


관련 링크:

| <공간에서 숨쉬다 > 작품소개  바로가기
| 숨[suːm] 단체정보   바로가기
  • 기고자

  • 김유정 _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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