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맨체스터의 오늘은 세계의 내일이다” 2011-08-16
"맨체스터의 오늘은 세계의 내일이다"
[포커스] 맨체스터인터내셔널페스티벌의 운영전략

맨체스터인터내셔널페스티벌 (Manchester International Festival, 이하 MIF)는 2007년부터 매 홀수년 6-7월에 열리는 맨체스터시의 야심작이다. 맨체스터시는 2002년 영국령이거나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가 참가하는 제17회 커먼웰즈 게임대회(Commonwealth Game, 영국연방게임)를 개최한 이후, 시 차원의 대규모 이벤트와 도시경제 활성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 시의회는 27만 여명의 방문객과 3천4백만 파운드(한화 약 597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측되는 새로운 메이저급 국제축제를 위한 예산 2백만 파운드(한화 약 35억원)를 승인했고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북서개발기구(North West Development Agency: NWDA)와의 협력, 축제를 위한 민간조직 운영을 골자로 종합예술축제의 준비에 들어갔다. 

혁신적 방식의 새로운 축제
이 축제의 키워드는 바로 ''새로운 축제(New Festival)''. 에든버러나 아비뇽에서 개최되고 있는 축제와는 차별화된 축제를 목표로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축제를 만든다''는 모토를 내세웠다. 

본격적인 축제 시작 이전이었던 2005년 11월, 시범사업으로 맨체스터오페라하우스에서 영국 가상 애니메이션 캐릭터 밴드인 ''고릴라즈''를 공연화한 라이브 콘서트(Gorillaz Live)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2007년 6월 『서유기』를 고릴라즈와 결합한 서커스-오페라 프로젝트 <원숭이: 서방으로의 여행>(Monkey : Journey to the West)을 필두로 축제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팝과 오페라 그리고 무대예술이 결합한 새로운 제작방식, 가상 애니메이션 캐릭터 밴드 ''고릴라즈''라는 독특한 성격의 아티스트, MIF에서의 세계 초연이라는 축제의 비전과 방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큰 반향을 불러모았다.



<원숭이: 서방으로의 여행>(Monkey : Journey to West)
 

MIF의 가장 큰 전략은 혁신적 방식의 새로운 작품(New Approach: Innovative), 작품의 신작 제작(New Commision) 그리고 세계 초연(World Primere)이다. 이러한 전략의 수행을 위해 MIF는 매년이 아닌 2년마다 한번 개최되는 비엔날레 형식을 택했고 2년간 새로운 작품의 발굴과 제작 그리고 초연작의 투어를 진행한다.

작품의 제작은 단순히 제작비용을 지급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직접 MIF에서 작품의 아이디어에서 제작 그리고 작품 발표까지를 진행하며 전 과정을 협업 파트너와 공유한다. 또한, MIF가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 것은 바로 ''세계초연''이다. 세계초연은 축제의 고유한 독창성과 축제에 대한 명성 그리고 맨체스터 방문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이다. ''세계초연''을 통해 단순히 시간적 선두가 아니라 지역의 자부심과 혁신적 도시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거두게 되었다. 

맨체스터의 클래식 전통과 인근 리버풀 등의 영국 팝 전통에 걸맞게 대중음악, 클래식, 오페라 등의 다양한 음악 장르가 유명 예술가와의 접속을 통해 무대화 된다. 또한 컨템퍼러리 미술과 건축 등 다양한 전시와 설치 프로젝트 등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작품''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공연예술, 시각예술, 대중문화까지를 아우른다.

MIF에서 선보여온 작품들을 보면 축제의 다양성과 도전을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2009년 제작된 ''자하 하디드(Zaha Hadid) 프로젝트''는 바흐의 독주회를 위한 실내악홀 프로젝트로 음향을 재료로 하여 건축적 구조로 설계되었다. 2009년 MIF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게 의뢰하여 제작되었으며, 축제 기간 중 맨체스터아트갤러리(Manchester Art Gallery)에 설치되기도 했지만 이 홀은 이동이 가능한 구조라는 특징을 갖는다. 또한,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과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삶과 죽음>(Life and Death of Marina Abramovic) 역시 2011년 MIF가 제작한 세계 초연작이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유명한 행위예술가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은 2009년도에도 MIF와 작품을 제작한 바 있는데 그 성공에 힘입어 2011년에도 로버트 윌슨과 함께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11개의 방''(11 Rooms) 역시 MIF가 2011년에 선보인 프로젝트로 저명한 큐레이터 클라우스 비젠바흐(Klaus Biesenbach)와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커미셔너로 참가하여 컨템퍼러리 미술 씬에서 퍼포먼스와 미술과의 관계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11명의 작가를 초청, 전시했다.


자하 하디드 프로젝트 ⓒLuke Hayes Photography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삶과 죽음>
 


11 Rooms

새로운 축제를 위한 준비는 단지 뛰어난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앞서 말한 축제의 전략을 현실화 하기 위한 축제 조직 역시 차별점을 보인다. 축제 조직의 상당한 비율을 프로듀서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기준으로 예술감독(Festival Director)을 맡고 있는 알렉스 푸츠(Alex Poots)을 필두로 총감독(General Director), 행정감독(Associate Director), 그리고 신작의 제작을 위한 각 장르별 프로듀서 9명이 있다. 그 외에도 예술가 관련 업무, 기술, 재정, 행정, 홍보, 마케팅 등 축제운영 스태프 25명이 작품과 프로젝트의 개발, 실현을 모색한다. 축제의 성격에 맞게 공연예술 분야에서 연극, 무용, 음악, 시각 분야에서 전문 프로듀서/큐레이터로 활동해온 책임자급의 경력을 가진 프로듀서들로 구성되어 각 프로젝트별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와 관계 맺기
공공기금으로 조성된 축제의 미션과 역할에 부합하기 위해 MIF는 다양한 방식의 커뮤니티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2009년 조직된 MIF 내 MIF 크리에이티브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데, 첫 해에는 ''세계기후협약''의 일환으로 지구온난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한 「맨체스터 보고서」(Manchester Report 2009)를 발표했다. 또한 올해에는 전통적인 농업방식인 흙을 사용하지 않고, 빌딩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도시 내 농업을 촉진하는 빌딩농장(Vertical Farm) 프로젝트를 런칭했다. 빌딩농장은 콜롬비아대학 딕슨 데스포미에(Dickson Despommier)가 1998년 제자들과 함께 고안한 기술인데, MIF는 올해 축제에서 ''알파농장''(Alpha Farm)이라는 명칭으로 2013년 본격적인 시작을 위한 프리젠테이션과 회의를 가졌다.


빌딩농장 (Vertical Farm)
 

MIF는 지역커뮤니티를 위한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민 정책 이후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영국의 특성에 걸맞게 이슬람, 천주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 배경을 가진 각 지역의 유명 전통음악가들을 초청,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다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축제를 통한 새로운 교육 방식과 참여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아이슬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대중음악가 비요크(Bjork)와 지역의 어린이가 함께 레지던스를 하여, 바이오와 앱(app)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공연 <바이오필리아>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장소특정적(Site-Specific) 공연을 활발히 소개하고 있는 극단 펀치드렁크(Punch Drunk)는 축제의 위촉을 받아 BBC 방송사와 함께 유명 TV시리즈 <닥터 후>를 기본 줄거리로 하여 <크래시 오브 엘리시움>(The Crash of Elysium)을 선보였고, 뮤지컬 <우리가 노래한 날>(The Day We Sang)에는 지역 어린이들이 출연하여 지역 화합을 도모하기도 했다.  

MIF의 도전적이고 다양한 시도는 단순히 미학적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축제가 아닌 새로운 미학과 커뮤니케이션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지역과 세대, 이슈와 미학의 틀을 넘어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사회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축제가 국가 중심의 문화발신이 도시단위의 지역발신으로 전이되고 있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며 다른 축제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새로운 예술축제 모델을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MIF의 예술감독인 알렉스 푸츠는 "맨체스터의 오늘은 세계의 내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이 바로 축제를 통한 맨체스터의 새로운 구상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MIF는 이제 세 번째 걸음을 마치고, 네 번째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숫자로 보는 맨체스터인터내셔널페스티벌 (2009년 기준)

• 21개의 세계 초연작, 총 172회 공연 (2007년 25편)
• 231,450명의 참가자
• 171개국에서 축제홈페이지 접속
• 전체 프로그램의 1/3 무료로 운영
• 53명의 정규직 및 임시직
• 331명의 자원봉사자
• 3,590만 파운드(한화 약 630억원)의 경제효과
• 티켓 구매자의 55%는 맨체스터 거주자, 45%는 영국 및 해외 거주자
• 2,664명의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





관련 사이트

| 맨체스터인터내셔널페스티벌  바로가기
| 웹진 weekly@예술경영 [특집] 한국공연예술축제, 변화와 진단③ 예술생태계 관점에서 "축제, 창작과 유통의 접점" 바로가기
 
  • 기고자

  • 임인자 _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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