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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안무가 _ 안은미가 있을 때, 세상은 다르다 2011-08-08
안은미가 있을 때, 세상은 다르다
[Who&Work] 안은미 안무가

안은미의 <신춘향>에는 원작에서 방년 16세였던 춘향이 40세 노처녀로 등장하였고, <바리>에서는 짧은 머리의 왜소한 청년이 바리공주 춤을 추었다. 고정관념과 이분법의 안팎을 넘나들던 그녀의 무대는 이제, 고령화 사회 속 우리네 할머니들의 몸을 기록하고 있다. 안은미무용단의 2011년 신작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속 조상님은 바로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나의 어머니이고 할머니이다.


노년의 몸, 역사의 뮤지엄

Q: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그간의 작업들과는 달리, 평범한 노년기 사람들의 일상적 몸짓을 무대 위에 올렸다. 작업의 시작은 무엇이었나.

A: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핵가족화, 고령화 사회 속에서 할머니들이 몸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여생을 즐길 수 있도록 담론을 형성하고자 시작했다. 우리는 매체의 영향으로 할머니와 그들의 인생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은 우리의 관심 대상에서 제외된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용수들과 함께 전국 곳곳을 자전거로 일주하며 만난 우리네 할머니들의 삶에는 자연과 노동이, 초월의 경지로 살아온 눈동자가, 자극을 받으면 분출하는 에너지가 있었다. 그들의 춤이 진짜 춤이 아니겠는가.


Q: 사회가 부여한 수동적 역할을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무대 위에서 진정성 있는 일상의 몸짓을 드러냈을 때, 잘 숙련된 무용수의 아름다운 움직임과는 다른 차원의 감동을 느꼈다.

A: 이 작품은 마치 ‘DNA의 퍼레이드이자 페스티벌’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만큼, 할머니 한 분 한 분이 살아온 역사의 몸짓들을 기록하고 있다. 개개인의 역사가 무대 위에 펼쳐지고, 이들이 한 데 모여 커다란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다. 이들의 문화적 배경이나 사회적 계층은 중요하지 않다. 배경과 계층을 떠나서 할머니들에게 새겨져있는 몸의 역사는 동일하다. 그들의 몸은 다 신기하고, 다 기쁘고, 다 웃기고, 그 안에 기상천외한 여러 역사를 담고 있는 다양한 ‘뮤지엄’이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Q: <바리> <토끼는 춤춘다> <춘향> 등의 작품에 이어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에서도 음악감독 장영규가 작품에 참가하였다. 그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A: 1990년대 초, 친구의 소개로 그녀의 사촌동생인 장영규를 처음 만났다. 당시 베이스기타를 치고 있던 그에게 바그너, 팝송, 뽕짝 등 이런저런 장르의 음악이 담긴 LP판 10장을 주면서 편집을 부탁했는데, 그가 가져온 결과물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때 이후로 그와의 인연이 지속되었고, 피나 바우쉬 페스티벌에 초청 받아 함께 독일을 방문하기도 했다. 우리의 인연은 그에게도 새로운 세계로 작업영역을 넓혀나가는 계기가 됐다. 다양한 장르의 친구들과 교류하며 서로 영감과 자극을 주고받고 있다.


Q: 관객들이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어떻게 보고 느끼고 이해하길 원하는가.

A: 내 작품은 주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에둘러 돌아가는 법이 없기 때문에, 눈앞에 펼쳐두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질의응답식으로 말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비언어적인 것이 언어로 실재화, 화석화 되면 상상력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논리와 이성으로 풀리지 않는 것이 많다. 어떻게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Q: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가 ‘고령화 사회와 노인의 몸’을 화두로 던지고 있는 만큼, 그 취지와 활동이 사회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A: 2011년 10월 1일, 경기도에서 할머니들을 위한 나이트클럽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나아가서는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다니는 무빙 나이트클럽을 만들어서 전국을 돌며 할머니들에게 새롭고 신기한 경험의 장을 만들어드리고 싶다. 전국은 물론, 세계 각지를 돌며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나이트클럽 프로젝트를 계속해나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할 일이 많다.


신이 나를 무용수로 택했다

Q: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지, 창작활동을 하며 고민해온 주제들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내 영감의 원천은 언제나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오는 직관적인 깨달음의 순간들이다. 독서와 같은 주변 요소는 내 스스로 깨달은 것을 재확인하는 작업이자 과정이다.

나의 20대는 나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정립해나가는 시기였다. 이때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전미숙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맘껏 탐구하고 시도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그리고 서른 즈음부터는 예술작업을 하면서 주변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내 주관대로 꿋꿋이 나아가는 연습을 했다. 20~30대를 거치며 ‘전통’ ‘죽음’ ‘정체성’ ‘공공’과 같은 주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하고,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나는 춤을 통해 동양무용은 정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나의 고민지점과 주제를 아방가르드하게 표현하고자 시도해왔기 때문에 상징적 표현, 여백의 미, 강렬한 비주얼을 추구한다.






Q: 사회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예술가의 역할은 몰랐던 사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질문과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백남준 같은 예술가가 있을 때와 없었을 때를 비교해보라. 세상이 다르다.

질문에 대한 답과 방법론까지 예술가가 모두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질문을 받은 그들 중 누군가 주도적으로 집단 내에서 교감을 이끌어내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스스로 움직인다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 뒤에 일어날 일을 누가 알겠는가?


Q: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작업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이었나.

A: 피나 바우쉬와의 만남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남성이 기득권을 잡고 있는 예술계에서 여성이 주도권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2000년부터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10년간 우리는 동성의 예술적 동지로서 교류를 이어갔다.


Q: 안은미에게 ‘춤을 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나에게 춤은 ‘신탁(神託)’과도 같다. 춤은 즉, 숙명인 셈이다.

네 살 때 본 한국전통의상의 강렬한 색채와 전통춤에 매료되어 춤을 시작하였고, 춤은 ‘신탁’과도 같다고 이야기하는 안은미. 그녀에게서, 소외 받는 보통 이들의 이쪽과 몸의 환희가 넘치는 저쪽을 잇는 매개자의 모습을 발견해본다. 10대 고등학생들과 함께 할 그녀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관련 링크:

|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작품정보  바로가기
| 안은미 프로필  바로가기
  • 기고자

  • 구효진_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전략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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