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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리치 사업을 통한 국제교류의 가능성_한-일 공연예술 교류를 다시 생각하다(1) 2011-02-21
아웃리치 사업을 통한 국제교류의 가능성
한-일 공연예술 교류를 다시 생각하다(1)
글. 기무라 노리코
시작하며
한국과 일본의 공연예술 현장에서 일하면서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최근엔 한계를 느끼곤 한다. 아니, 한계라기보다 새로운 관점과 패러다임이 내 자신에게도, 양국 공연예술계에도 필요한 것이리라.

필자가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던 90년대 후반 이후 양국을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상황은 극적으로 변화했고, 그에 따라 한일관계도, 한일교류의 현장도 크게 달라졌다. 특히 최근에는 ‘제2차 한류붐’이라고 불릴 만큼 K-POP을 필두로 하는 한국의 쇼비지니스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일본의 대형 상업제작사가 한국의 스타가 출연하는 뮤지컬을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등 이제는 교류를 넘어 ‘문화산업’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또한 장기화되고 있는 일본의 불황은 문화정책면 역시 재고하는 기회가 되어 하토야마 정권 이후(2009), 국가예산을 재검토하는 ‘시와케’(국가 정책 및 예산에 대한 재평가 작업-역주)가 이루어지면서 공연예술과 국제교류 사업을 담당했던 문화청이나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을 비롯한 각 기관도 그 대상이 되었고, 국제교류의 움직임도 ‘인바운드’보다 ‘아웃바운드’가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극장법’의 입법과 시행이 추진되면서 그 대상이 되는 공공극장이 공연예술 지원의 창구로 변화될 전망이다.

위와 같은 변화에 따라 필자 역시 한국과 일본 간의 공연예술 교류를 다시 생각하기에 이르른 것 같은 느낌이다. 더불어 한일 국제교류의 큰 목적이었던 ‘상호이해’가 사람과 정보의 흐름에 의해 어느 정도 진행된 지금, 좀더 다른 목적과 과제를 갖고 한일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면 안 되는 시기에 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에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한국과 일본의 현재 상황에 기반한 새로운 교류의 가능성과 패러다임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일본 공공극장에 정착된 아웃리치 사업을 소개하고 국제교류로의 발전 가능성을 짚어보겠다.

일본 공공극장의 아웃리치 사업
아웃리치(Outreach)란 본래, 1) 손을 내미는 것, 손을 내민 거리, 도달거리, 2)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원조, 복지) 활동, 공적 기관이나 봉사단체의 출장서비스, 라는 의미다. 일본 전역의 공공극장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시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예술가를 학교나 복지시설에 파견하여 워크숍 등의 펼치는 아웃리치를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이러한 아웃리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 추진하고 있는 기관 중 하나가 재단법인 지역창조다. 지역창조는 1998년, 젊은 클래식 연주자의 콘서트와 아웃리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공공극장 음악 활성화 사업’을 시작했고, 2002년에는 ‘공공극장 무용 활성화 사업’을, 2008년에는 ‘공공극장 연극 네트워크 사업’을 실시하여 공립문화시설과 공동으로 다양한 아웃리치 사업을 펼쳐왔다. 또한 기타큐슈예술극장이나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 등 독자적인 아웃리치 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극장도 있어, 현재 아웃리치 사업은 공공단체 및 공공극장 활동의 일환으로 정착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아웃리치 사업은 소수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 형식의 프로그램이 중심이 되며, 보다 적극적인 예술적 체험을 어린이, 고령자, 장애인 등, 폭넓은 시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평소에 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거나 어려운 지역이나 주민에게 예술체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화예술을 지역에 폭넓게 보급함과 동시에 지역에 있는 공립문화시설의 역할을 확대시켜왔다. 그중 가장 선도격이라고 할 만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 재단법인 지역창조 아웃리치 사업 (촬영 / 가시마 세이코)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 - 초등학생 대상 연극 워크숍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는 현대연극과 무용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적인 제작과 시민의 자유로운 창작과 체험활동을 통해 새로운 공연예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극장으로 1997년에 개관했다. 시설로는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와 씨어터 트램의 두 개 극장 외에 연습실, 작업실, 음향스튜디오 등 공연창작을 위한 다양한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구민의 생활과 문화예술을 이어준다는 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개관 당시부터 다양한 공연과 학예프로그램을 펼쳐왔는데, 특히 개관 전부터 당시만 해도 보편적이지 않았던 워크숍을 실시했고, 개관 이후에도 공연과 함께 워크숍을 중심 활동으로 삼고 있다.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가 학교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워크숍은 학교의 요청에 맞춰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의 워크숍 리더들이 학교를 방문, 연극 기법을 활용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워크숍 리더들은 통합적인 수업을 마련, 표현학습의 강사나 수업의 초청강사로, 학예회나 학습발표회의 서포터로 학교를 방문한다. 선생님과의 협의를 통해 학교나 학급, 어린이들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내용으로 워크숍을 기획하여 최근에는 교육현장에서도 주목받는 아웃리치 사업이 되었다.

이 밖에 ‘세타가야’라는 지역을 소재로, 참가자가 자신들이 사는 동네를 실제로 다니며 취재하여 연극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 지역을 다시 바라보는 ‘지역 이야기 워크숍’ 등, 다양한 아웃리치형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사이타마현 장애인 아트페스티벌 - 곤도 료헤이의 댄스워크숍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월에 걸쳐 사이노쿠니 사이타마예술극장에서 개최된 ‘사이타마현 장애인 아트페스티벌’에서는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댄스컴퍼니인 ‘콘도르즈’(Condors)의 대표인 곤도 료헤이가 장애인과 함께 워크숍을 실시, 그 결과물을 선보였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은 여가활동이나 치료요법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사이타마에서도 장애인이 예술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충분하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예술성과 창조성이 넘치는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장애인 아트’라는 키워드로 표현하여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촉진 시키고,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사회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뜻있는 시민들이 ‘사이타마현 장애인 아트페스티벌’을 사이타마현에 제안하여 사이타마현, 재단법인 사이타마예술문화진흥재단 등이 중심이 되어 실현시켰다. 곤도 료헤이와 장애인에 의한 댄스워크숍, 청각장애를 가진 영국의 연출가 제니 시레이에 의한 연극 워크숍과 그 결과물인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등도 기획되었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이 단순한 여가활동이나 치료요법이라는 기존의 인식틀을 뛰어넘은 아웃리치형 워크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쿠라엔 - 어르신과 노무라 마코토의 공동작곡 워크숍
1999년, 특별 노인 요양 시설인 사쿠라엔에서 작곡가 겸 멜로디언 연주자, 피아니스트인 노무라 마코토가 시작한 공동작곡 워크숍은 부정기적이지만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월 1회의 빈도로 개최되고 있다. 시작 이래, 언론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노인홈에서 음악이 울려 펴지다-작곡가가 된 어르신』이라는 책도 출판되었다. 이 워크숍은 오랜 인생경험과 잠재적인 창조력을 가진 어르신들의 감각을 이끌어내 작곡을 해보고 싶다는 노무라 마코토의 개인적 동기에서 시작됐다. 워크숍 결과인 창작곡 ‘왁자지껄 합창’, 공동작곡의 영향을 받아 노무라 마코토가 작곡한 멜로디언 앙상블 ‘F와 I'', 피아노곡 ‘계란 들고 가출’ 등, 상호 결실을 맺고 있는 아웃리치형 워크숍이다.

재단법인 후쿠오카시문화예술진흥재단 - 스톱 갭 댄스워크숍
‘댄스 라이프 페스티벌 2008’의 일환으로 후쿠오카시와 후쿠오카시문화예술진흥재단의 주최로 스톱 갭 댄스 컴퍼니(Stop Gap Dance Company)의 워크숍이 아웃리치 사업으로 펼쳐졌다. 1997년 설립된 스톱 갭 댄스컴퍼니는 학습장애인, 신체장애인,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영국의 댄스컴퍼니로서 댄서가 가진 신체능력이나 지적 능력의 가능성을 살린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예술성이 높고 누구든지 즐길 수 있는 작품의 발표뿐 아니라 학교나 지역에서의 교육프로그램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에는 장애인도 다수 참가하고 있다.

후쿠오카시문화예술진흥재단은 교육, 복지, 도시조성, 건강 등 다양한 분야와 무용의 지속적인 협업이 보다 확대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이 아웃리치 사업을 기획했다.

아웃리치의 선도격인 사업을 간략하게 소개했는데, ‘아웃리치’라는 용어가 단순한 출장서비스라는 정의에서 크게 확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공연예술을 통한 교육, 복지, 정책(지역사회 활성화,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 고양, 지역재생) 측면에서 효과가 있는 사업이지만,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 기관이나 예술가를 파견하는 데 그치는 형식적인 사업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아웃리치 사업이 늘어나는 반면 이를 담당할 아티스트나 코디네이터가 부족한 것도 우려점이다. 일본에서 아웃리치 사업이 정착되었다고는 하나 아웃리치의 의미나 역할, 실행방법을 재고할 시기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웃리치사업과 국제교류
사이타마현 장애인아트페스티벌에서의 제니 시레이의 워크숍과 공연, 후쿠오카시문화예술진흥재단에 의한 스톱 갭 댄스컴퍼니의 워크숍과 공연 등에서 보듯 아웃리치 사업이 ‘지역 내 교류’에서 ‘국제교류’로 이행하고 있음에 주목했으면 한다. 현재는 커뮤니티 컬처(시민문화 또는 시민예술)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 올바른 아웃리치를 배운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지만, 앞으로 커뮤니티 컬처가 공연예술의 하나의 흐름이 되리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교류가 다양화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작품의 공연이나 공동공연 같은 교류의 차원을 넘어 현대사회나 시민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함께 생각하고 공연예술을 통해 사회의 성숙을 이끄는 국제교류에 대한 요구와 방법을 읽을 수 있다.

일본과 한국 교류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양국의 공연예술 교류는 민간 차원이든, 공공차원이든 어느 정도 ‘상호이해’라는 목적을 달성했고, 새로운 패러다임과 상호이해의 심화를 요구받고 있다. 또한, 양국의 문화정책에도 예술가의 교육현장 투입, 문화예술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 등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아웃리치 사업을 담당하는 예술가나 코디네이터의 양성과 효과적인 방법을 논의하는 장, 공연예술과 교육과 복지를 둘러싼 양국의 상황을 공유하는 장, 양국 시민 차원의 워크숍 등, 지금까지 개척되지 않았던 다양한 교류 컨텐츠가 떠오른다. 이것이 작품으로 이어지고 공연되는 과정도 흥미로울 것이다.

앞으로 한일 공연예술 교류가 서로를 아는 교류에서 서로를 성숙시키는 폭넓은 교류가 되기를 바라며 필자 역시 아웃리치 사업을 통한 국제교류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찾아보고자 한다.

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아웃리치와 국제교류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과연 가능성이 있을지, 어떠한 결말로 글을 맺어야할지 불안감도 없지 않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필자 역시 많은 발견을 할 수 있었고, 한일 공연예술 교류에는 아직도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

다음 글에서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공동제작, 혹은 공동공연의 실태와 그 가능성을 모색해볼 예정이다.

참고자료

<새로운 아웃리치의 추진> 재단법인 지역창조 2008년/2009년 조사연구보고서
  • 기고자

  • 기무라 노리코 _ 한일연극교류협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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