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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감성이 소통하는 공간 _ 베를린 슈필차이츠 오이로파 공연 축제 2011-02-15
연극, 감성이 소통하는 공간: When Emotions Come to Play
베를린 슈필차이츠 오이로파(Spielzeit Europe) 공연 축제

글. 바니니 벨라미노
 
“유토피아, 감성, 희망” 은 브리게타 퓨얼라(Brigette Fürle) 예술 감독도 동의하듯, 베를린 “슈필차이츠 오이로파(Spielzeit Europe)” 정기 공연 축제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핵심 컨셉이다.
 
슈필차이츠 오이로파 축제의 퓨얼라 예술 감독은 프랑크푸르트의 국립 레퍼토리 극장에서 경력을 쌓고, 비엔나와 잘츠부르크의 권위 있는 국제 축제를 기획하는 등 공연예술 분야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져왔다. 오늘날 연극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낙관적인 관점을 견지한 퓨얼라 감독은 열성적인 어조로 말한다. “연극에서마저 유토피아적 순간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과연 어디서 우리가 유토피아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현실을 옮겨내는 일은 쉽습니다. 그러나, 저는 작품을 통해, 현실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추구하고자 합니다.” 2010년을 기해 7회를 맞이한 2010슈필차이츠 오이로파 축제는 “’이해’란 언어로 표현된 타자의 경험을 순수하게 해석하는 행위라는 유럽 내 팽배한 전통적인 관점”을 초월해, 신선한 차원의 관점을 연극적으로 풀어내는 과감한 도전으로 진행됐다. 2010 오이로파 축제는 ‘타자’를 ‘자아’로 바라보는 시선을 추구하며, 문화적 대화를 통해 연극이 완성되는 경험을 선사했다. 연극적 언어들과 조우하고 혹은 심지어 충돌하면서 ‘대화’의 경험을 실현시키는 명작들이 올해 시즌 프로그램을 장식했다. 레미 포니파시오(Lemi Ponifasio)와 MAU의 [MAU 포럼: 자아와 타자의 발생 (MAUForum: THE EVENT OF THE SELF/OTHER)], 아젤랭 프렐조카주(Angelin Preljocaj), 볼쇼이 공연단(Bolshoi-Theatre), 발레 프렐조카주(Ballet Preljocaj)의 [그 후, 천년의 평화 (AND THEN, ONE THOUSAND YEARS OF PEACE)], 라벤 루얼(Raven Ruëll) 감독의 MISSION, 시디 라르비 쉐르카위(Sidi Larbi Cherkaoui)와 데미안 자렛(Damien Jalet)의 바벨 (BABEL [words]), 센 웨이 댄스 아츠(Shen Wei Dance Arts)의 봄의 제전 [RITE OF SPRING | B.E.R.L.I.N. | RE- [PART II]], 바르길리오 시에니 컴퍼니(Compagnia Virgilio Sieni)의 TRISTI TROPICI와 같은 걸작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매년 10월에서 1월까지, 오이로파 축제는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 (The Haus der Berliner Festspiele)에서 탁월하고 우수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2004년 처음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그간 하이너 괴벨스(Heiner Goebbels), 디미터 고트쉐프(Dimiter Gotscheff), 알비스 헤르마니스(Alvis Hermanis), 로베르 르빠주(Robert Lepage), 크리스토프 마탈러(Christoph Marthaler),시디 라르비 쉐르카위(Sidi Larbi Cherkaoui) 등 당대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후원해왔다. 그 밖에도 오이로파 축제는 잘츠부르크 페스트슈필레 (Salzburger Festspiele) 음악제, 비너 페스트보켄(Wiener Festwochen), 아비뇽 페스티발(Festival d’Avignon) 및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 (The 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과 같은 주요 축제들의 정례적인 프로덕션 파트너로도 기능해 왔다. 프리미어와 협작 이외에도, 오이로파 축제는 유럽의 뛰어난 감독들과 안무가들, 또 이들의 공연단을 단독 초청하는 기획도 하고 있다. 토론회 시리즈, 영화 상연, 콘서트도 축제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하는 부대 행사로 기획된다. 올해는 슈필차이츠 오이로파의 예술적 영향력이 유럽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 하다.

“저는 예술가들의 출신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국적이 정체성이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신원이나 국적으로 누군가를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인도 사람이냐 독일 사람이냐가 결국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런 식의 정의는 결국 ‘당신은 여성이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저희 축제는 이상(idea)과 대화의 필요성을 전제로 기획됩니다.” 퓨얼라 감독의 목소리는 자신에 차 있다. 시즌별 프로그램 기획자인 퓨얼라 감독은 지난 5년 동안, 경계에 도전하는 예술가 발굴과 협력 단체 모색에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축제를 ‘세계로 나 있는 창’으로 부르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예술 세계 내부로부터 예술적 가능성과 대화를 만들어내는 것, 예술과 세계의 ‘마주침(encounter)’을 기획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퓨얼라 감독은 설명을 이어간다. “저는 그저 이국성을 쫓는 공연 기획을 반복하는 일에 권태를 느끼고 있습니다. 축제 기획은 특정한 롤 모델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새로운 얼굴을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퓨얼라 감독의 이러한 철학이 단순한 수사적 언명에 그치지 않는 다는 점은 오이로파 축제가 ‘연극적 마주침 (theatrical encounter)’을 기획하고 창조해 오면서 얻은 명성을 통해 자명하게 드러난다. 오이로파 축제를 기획한 첫 해에, 오스트리아 태생의 퓨얼라 감독은 총 7주에 걸친 축제 기획을 통해, 이른바 “연극적 시간(theatrical time)”을 일상의 방식이자 생존 전략으로, 또, 열망된 공간이자 시간을 초월한 공간(space-in-time)으로 실현하는 실험을 시도했다. 2006년 공연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is going to be all right.)” 라는 주제로 진행되면서, 기억과 유토피아의 마지막 은신처(the last refuge)를 구체화했다. 이후 2007년에는 60년대의 감성을 부활시킨 “Paradise Now” 라는 주제로, 60년대 세대들의 멘텔러티를 재조명했다. 2008년의 “끝-그리고 시작 (The End-A Beginning)”이라는 주제는 인간 존재의 심연과 시간의 끝에 대한 비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인간의 열망을 폭발적이고 강렬한 현대 발칸 블루스를 통해 표현되었다. 또, 베를린의 카데비(KaDeWe)백화점 쇼 윈도우에서 “마네킹의 반란(The Revolt of Mannequins)”이란 작품도 동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됐다.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베를린을 위한 동화 (Fairy Tale for Berlin)”라는 주제로 아주 매력적인 대중 프로그램이 제작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주연 배우들이 자이언트급 거구로 분장을 해야 하는 관계로, 지속적인 정기 퍼포먼스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 작품은 철의 장막으로 인해 헤어진 삼촌과 조카가 4일 동안 베를린 거리를 배회한다는 설정 하에, 이들이 수백 만의 행인들과 거리에서 미소를 나누는 퍼포먼스이다. 프랑스 거리 극단 로얄 드 럭스(Royal de Luxe)가 기획해 실외에서 펼쳐진 이 연극적 풍경에는, 높은 플랫폼을 장착해 각각 15미터와 7미터의 키로 분장한 두 자이언트가 등장하며, 이를 통해, 두 사람이 분데스부르그 게이트에서 상봉하는 장면이 보다 동화적 이미지로 연출됨으로써,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독일 연방 문화부가 연간 130만 유로를 후원 예산으로 책정한 덕분에, 우수한 작품들이 베를린의 무대와 길거리에서 공연되었고 축제 매니아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 예산 중 30만 유로는 극장 운영유지비로 지출되며, 나머지 100만 유로는 프로그램 제작비에 소요된다. 퓨얼라 감독의 예술적 관점 등을 고려해 볼 때, 감독이 해외 예술가들을 축제에 참여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편, 감독은 매년 선정되는 7편의 우수작들 중 대부분을 독일 초연작으로 기획하고 이 중 최소한 한 작품은 세계 초연작으로 꾸려갈 계획이다.

퓨얼라 감독은 슈필차이츠 오이로파 축제 기획의 장점이 예술적 자유와 축제 개발 과정의 충분한 시간적 여유라고 말한다. “제 개인 공연장이 있어서, 필요한 경우에는 4개월 동안 리허설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예술가 발굴의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통해 참여 예술가들을 선발합니다. 저와 함께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들도 많고요. 또, 저 또한 베를린 시의 구성원인 만큼, 베를린에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일은 정말 보람됩니다. 저는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자신의 일을 즐기는 감독에게도 어려운 점은 있다. “우리가 베를린에 소재한 축제 단체라는 이유로 관객 개발에 소홀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우리 단체를 차별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정체성을 명확히 할 필요도 있고요.” 공연과 관련해 딱히 정해진 횟수나 그 밖의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퓨얼라 감독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늘 자문한다고 한다.

축제 주제를 선택할 때는, 역사적 사건에 영감을 받은 주제들 이외에도 예술가들이 직접 제안한 주제들도 고려하게 된다. 이제 6회째 기획을 맡게 될 퓨얼라 감독은 2011년 축제 주제로 “로마”를 다뤄볼 계획이다. 2011년에는 레미 포니파시오와 파브리치오 카솔(Fabrizio Cassol)에게 위탁한 작품도 공연될 예정인데, 이 작품은 베를린의 새로운 얼굴을 들여다보는 시도가 될 것이다.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이 작품은 베를린 사회의 공감을 얻으면서도 신선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 간의 슈필차이츠 오이로파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관객들과 향후 축제에 참여하고 싶은 공연 단체들은 오이로파 축제가 “예술가들 간 마주침을 기획하는 축제, 관성을 뛰어넘는 축제”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일견, 대형 축제들의 경우 유명한 이름들이 고정적으로 등장하거나 이러한 관행이 일반적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다수의 공연과 작품들이 한 축제에서 상연되면 동 축제의 다음 시즌에도 어김없이 무대에 올려진다. 그러나, 공연 축제들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이러한 스타급 예술가들과 유명 작품 영입 이외에도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퓨얼라 감독은 연극계에서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이들과 이미 잘 알려진 예술가들 작품들 간 균형적인 프로그램 안배를 위해 노력한다. “저는 늘 잘 알려지지 않는 것, 새로운 경험에 매료가 됩니다. 일단 작품을 보면, 그 작품에 뭔가 말할 것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습니다. 또, 예술가 단체에도 직접 찾아가 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일하는지 살펴보기도 합니다. 저와 일하고 싶은 예술가들도 저의 작품 세계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모든 단체들이 자신들이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특정 프로그램에서 공연을 하고 싶을 때는 해당 프로그램과 자 단체의 예술적 성격이 부합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퓨얼라 감독은 힘주어 말한다. 볼쇼이, 아젤랭 프렐조카주, 시디 라르비, 샤올린 멍스(Shaolin Monks)와 같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기상천외한 컴비네이션, 샤샤 발츠의 무용과 건축에 대한 대담한 실험적 접근, 쇼핑몰의 살아 있는 마네킹, 거리를 배회하는 거대한 자이언트 등 슈필차이츠 오이로파는 이미 아직 명확한 정의도 내리기 힘든 레이스의 선두에 서 있다.

본 축제 공연의 예술 기획에 정치성이 가미되느냐는 질문에, 퓨얼라 감독은 단연코 아니라고 말한다. “저는 제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정치적이고 싶으면 정치성을 담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저는 우리 축제에 정치색을 가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아주 이상적인 관점에서, 퓨얼라 감독은 현대 사회에서 연극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연극은 서로 만나고 교감하는 장입니다. 하나의 거대한 그룹이 되어, 무언가를 함께 소통하는 곳입니다. 또, 그런 점에서 연극은 소통이 가장 어려운 공간이기도 합니다. 연극은 일종의 소도와 같은, 요새화된 안전한 은신처입니다. 연극을 통해 소통에 대한 인식을 더욱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소통이 반드시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퓨얼라 감독은 “감성, 보이는 모습, 느낌은 어떤 정치도 닿을 수 없는 세계, 어떤 정치로도 설명할 수 없는 세계까지 나아간다” 한다고 말한다.

사진:

| AND THEN, ONE THOUSAND YEARS OF PEACE
Ballet Preljocaj / Bolshoi Theatre © JC Carbonne

| BABEL [words] Sidi Larbi Cherkaoui, Damien Jalet © Koen Broos

| BABEL [words] Sidi Larbi Cherkaoui, Damien Jalet © Koen Broos

| CONTINU Sasha Waltz & Guests © Sebastian Bolesch

| RE- [PART II] Shen Wei Dance Arts © Alex Pines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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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 Forum http://www.mau.co.nz/

Sasha Waltz & Guest www.sashawaltz.de

Ballet Preljocaj http://www.preljocaj.org/

Bolshoi Theatre http://www.bolshoi.ru/en/

Sidi Larbi http://www.youtube.com/watch?v=Sz7UY5DEVhQ

The Berlin Reunion http://www.riesen-in-berlin.de/en/the-giants-arrive/trailer.html

  • 기고자

  • 바니니 벨라미노 _ 벨라미르노&파트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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