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무용의 집’과 ‘유럽 댄스 하우스 네트워크’ 2010-12-29

‘무용의 집’과 ‘유럽 댄스 하우스 네트워크’


글. 베트람 뮐러(Bertram Muller, 뒤셀도르프 탄츠하우스 NRW 감독)


국경을 초월한 무용예술 창작의 새로운 체계와 비전


무용 센터를 지칭하는 ‘댄스 하우스’란 이름 자체가 시사하듯, 댄스 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연구, 창작, 공연, 커뮤니케이션 등 현대 무용과 관련된 종합적인 활동이 펼쳐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사실, 유럽은 미술 전시회 공간만도 수천 개에 달하며, 오페라 하우스와 콘서트 홀, 극장도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무용 센터의 존재는 몇몇 센터를 중심으로 최근에야 비로소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용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유서가 깊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다양성을 자랑하는 예술 장르 중 하나이다. 따라서, 전통 무용과 현대 무용을 선보이고 발전시킬 수 있는 무용 예술 전용 시설(기관)의 필요성을 21세기야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은 한편으론 아이러니다.


또, 무용 예술가들이 운영을 전담하는 창작 전용공간도 유럽 내 소수의 수도(capital) 도시에서나 겨우 찾아 볼 수 있다는 점도 역시 의아한 일이다. 지난 10년 간, 무용은 고전적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타 예술 장르와 소통하고 교감하며,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입지를 굳혀 왔다. 


그러나, 이렇듯 자율성을 추구하는 무용계의 움직임을 지원할 수 있는 적절한 체계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존의 대형 단체 이외의 다양한 공간에서도 무용이 예술적으로 성장해 왔으며, 이와 더불어 수많은 독립 안무가와 프리랜서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무용계는 각 작품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무용예술의 고유성을 추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며, 이미 공간 모색에 대한 부단한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무용 센터는 다문화적 협력과 작품의 보급처이면서 동시에 지역 사회의 예술 창작을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최근 대두되고 있긴 하나, 이러한 인식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선 개념으로, 최근에야 무용예술의 컨셉을 발전시킬 수 있는 본격적인 체계가 마련되었다. (유럽 댄스 하우스 네트워크 (EDN: The European Dance House Network)가 2009년 5월에 창립되었다.)


무용 센터는 프랑스의 안무 센터처럼 특정 무용단 혹은 무용단 단장이 주도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내외 협작 지원, 공연, 교육,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열린 공동체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고 장르를 융합하는 현대 예술의 신미학 감상을 위한 새로운 관객층 개발도 문화 센터의 중점 사업 중 하나이다. 다만, 아직 열악한 무용계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독립 예술 지원을 위한 적절한 대책 마련이 관건이라 하겠다. 오늘날 무용 지원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 대부분의 국가에서 무용가들이 신작을 창작하고 고유의 예술적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 체계 미흡
     ● 예술가 지원, 특히 국제 협력은 대부분 여전히 일회적이며, 향후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평가 및 개선 체계 부재
     ● 무용 단체와 다양한 공연을 위한 체계적인 재정 지원 부족


상기 언급한 이유 및 여타 다른 원인들을 감안해 볼 때, 새로운 형태의 체계적인 국제 지원 개발을 위한 양방향 접근법이 필요하며, 신선하면서도 문화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때이다.


1. 댄스 하우스의 역할


안무 센터나 무용 극장도 무용예술 발전에 주요한 역할을 하지만, 댄스 하우스는 이들과는 다른 독특한 기능을 제공한다. 유럽댄스하우스네트워크 EDN에 따르면, 댄스 하우스는 다음의 7가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 연중 지속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 무용 공연, 홍보, 지원 및 작품 제작에 주력
     ● 예술의 독립성을 지향한다는 모토하에 예술의 공공성 담보

         (예, 특정 예술가, 단체, 협작품의 이해를 반영하는 지원 지양)
     ● 무용 및 관련 이슈에 대한 국내외적 차원의 체계적인 관여
     ● 교육, 관여 및 참여를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 제공
     ● 창작, 연구, 공연을 위한 체계 마련
     ● 전문 안무가와 무용가를 위한 리허설 공간 제공 및 지원 시스템 마련
     ● 전문가와 일반 관객을 위한 무용 관련 정보 및 리소스 제공

2. 유럽에 소재한 각 댄스 하우스들은 규모나 시설, 내용 면에서는 차별화되지만, 이 모든 센터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 철학에 기반해 운영된다.


- 무용 미학은 한 두 가지의 절대적 진리로 평가될 수 없으며, 다양한 문화와 각각의 안무가에 따라 수많은 미학적 진실이 동시에 공존한다. 따라서, 유럽의 무용가들은 개별 작품의 고유성과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며 이를 발전시켜 나간다.


     ● 무용 미학은 한 두 가지의 절대적 진리로 평가될 수 없으며, 다양한 문화와 각각의 안무가에 따라 수많은 미학적 진실이
         동시에 공존한다. 따라서, 유럽의 무용가들은 개별 작품의 고유성과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며 이를 발전시켜 나간다.
     ● 해외 및 타 문화의 예술가들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및 작품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 지역 사회 관객들을 예술에 대해 열려 있는 주체로 바라본다.
     ● 새로운 관객층 개발에 참여한다.
     ● 창작 과정의 예술적 독립성과 고유성을 존중한다.
     ● 예술 작품을 공연하고 작품의 의도를 실현하며, 예술가 개인의 미적 가치를 보다 폭넓은 관객층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전문 지식에 기반한 신중한 커뮤니케이션 및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 인적 자원 및 다양한 체계에 대한 정보와 지식 공유 및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인식함으로써, 지원 대상 예술가들이 자신
         의 아이디어를 최적의 예술적 표현을 통해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각 댄스 하우스간 유사점과 차이점


tanzhaus nrw Dusseldorf

Mercat-de-les-Flors-Barcelona


유럽의 무용 센터들, 즉, 런던의 “더 플레이스(The Place),” 뒤셀도르프의 “탄츠하우스 NRW (Tanzhaus NRW),” 파리의 “국립 무용 센터(CND),” 바르셀로나의 “메르캇 데 레스 플로르스(Mercat de les flors),” 스톡홀름의 “댄스 하우스(Dansenshus),” 오슬로의 “댄스 하우스(Dansens Hus),” 비엔나의 “탄츠쿼르티(Tanzquartier),” 아테네의 “이사도라 던컨 센터(Isadora Duncan Center),” 리옹의 “댄스 하우스(Dance House)” 등 본 네트워크의 제휴 단체들은 서로 유사하면서 동시에 상이한 특색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통의 비전을 갖고 활동하지만 각 센터별로 상이한 특성 덕분에, 목표와 니즈가 다른 예술가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가능하다. 런던의 더 플레이스는 가장 오래된 무용 센터 중 하나이며 젊은 신진 예술가들의 양성소로 잘 알려져 있다. 파리의 국립 무용 센터 CND는 대형 도서관 등 연구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필요한 시설을 잘 갖추고 있으며, 프랑스 내외의 다양한 예술 단체들과도 우수한 네트워킹을 자랑하고 있다.


또, 이사도라 던컨 센터는 아테네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위한 훌륭하고 조용한 전원 시설을 자랑하며, 뒤셀도르프의 탄츠하우스 NRW는 다양한 문화와 무용 장르를 아우르는 예술가들로 늘 활기가 넘칠 뿐만 아니라, 미술 단체들과의 우호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렇듯 센터별 각기 다른 장단점들을 감안해 볼 때, 신생 예술가들에게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조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본 네트워크의 다양한 제휴 단체들을 만나고 대면하면서, 예술가들은 다양한 체계에 대한 정보를 얻고, 무용계에서 활동하는 이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축적하게 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미학적 가치 체계가 상이한 관객도 조우하게 된다. 새로운 형태의 지원은 예술가의 성장과 발전에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4. 유럽 댄스 하우스 네트워크 EDN의 역할


EDN 네트워크는 회원이 18명에 불과한 작은 네트워크이다. 그러나, 이 회원들은 모두 각 무용 센터들의 상이한 구조, 내용 및 시설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이들로, 각 제휴 센터들이 자 센터의 예술가들을 추천하고 이들 예술가들이 차기작을 위한 최적의 지원을 얻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EDN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 지원도 보다 용이해 졌다. 일례로, 본 네트워크가 지원한 2007년과 2008년 “차이나 무브스(China-moves)”라는 프로젝트는 크고 작은 참여 무용단들의 유럽 순회 공연뿐만 아니라, 8인의 유럽 예술인들이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현지 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기획하고 공연함으로써, 새로운 관객 개발에 이바지했다. 뿐만 아니라, “코리아 무브스(Kore-A-moves)”도 역시 EDN이 거둔 큰 성과 중 하나이다. 총 11인의 안무가들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무용이 유럽의 8개 도시 무대에 올랐다.


EDN의 최대 프로젝트로 모듈 댄스(Modul Dance)를 들 수 있다. 모듈 댄스는 EU가 250만 유로를 지원하고 50명 이상의 안무가들과 이들의 무용단들이 참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향후 4년 동안 3개 이상의 무용 센터에서 작업을 진행하며 참여 작품들을 현지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듈 댄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각 EDN 제휴 센터들의 상황과 인적 자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EDN의 모듈 시스템


왜 “모듈 시스템”인가?


모듈 시스템은 보다 경제적인 다문화 협력과 더불어 예술 작품의 질을 개선하고 예술가들의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참여 센터들이 열띤 논의 끝에 결정한 시스템이다. 


작품의 질 저하는 주로 시간 부족으로 인한 준비 미흡에서 기인한다는데, 감독들은 의견을 같이 했다. 즉, 평가, 연구, 실험 및 시도, 적절한 파트너 예술가, 프리미어 공연장 선정 및 작품 홍보에 필요한 적절한 인력 배치 등 작품 창작과 공연 과정에서 무언가 미흡했기 때문에 예술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지원 대상”인 독립 무용 예술가들과 무용단들은 대게 지역 사회 내 기관들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이 지원금은 프로덕션 자체에 국한되는데, 이로 인해 촉박한 일정과 빠듯한 예산을 무릅쓰고 공연을 올릴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극소수의 대형 무용 센터들은 다소 다층적인 지원 구조를 갖고 있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창작 모듈과 특정 니즈 측면에서 이들 대형 센터들이 최고의 후원자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대다수의 무용 단체와 기관들은 첫 무대를 기획하는 무용인들에게 이른바 “선진적인” 지원 혹은 깊이 있는 전문 지원을 제공할 만한 구조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본 모듈 시스템은 기존의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창작 과정의 효율적 지원에 주력하는 시스템이다. 창작 과정별로 각기 다른 방식과 형식의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본 모듈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다음의 네 단계를 통해 지원을 제공한다.  


     1. 연구(아이디어, 소재, 파트너 등)
     2. 시도 및 실험(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다양한 시도들, 성과를 미리 가늠해 볼 단계는 아님, 해결책 모색 등) 이 경우, 레

         지던시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최적, 굳이 전문 프로덕션 팀이 주재할 필요는 없음 (기간: 3.8 주)
     3. 모든 단원들과 함께 프로덕션 기간 및 일정 확정, 목표 및 결과 중심
     4. 프리젠테이션 및 홍보(관객 관련 이슈, 홍보, 바이어 프리젠테이션-시사회 등)


각기 다른 부문(unit)을 둔 모듈 체계는 사실 예술계에 처음 도입된 지원 방식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모듈 시스템의 문제점은 각 부문 간 유기성이 떨어지고, 특히 무용 발전이 미흡한 이른바 “주변” 지역에서 거주하고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부문간 유기적 협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편, 본 모듈 시스템은 무용예술 공간들과 개별 예술가 및 단체들간의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예술가들의 실질적인 니즈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점, 특히 이러한 지원이 국제적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모듈 시스템과는 차별화된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는 이러한 모듈 시스템을 적용, 개발함으로써, 참여 예술가들과 긴밀한 대화와 논의를 진행해 결정된 다문화, 다국가, 단체 간 협력의 좋은 선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국제 모듈 시스템은 유럽 예술 단체들의 기존 인프라와 시설 및 체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다양한 형식과 결합하는 것이지만, 그 기반은 동일한 예술적 가치관을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듈 시스템을 통해, 참여 예술가와 단체들은 예술계와 특정 지역 사회 및 국제 무대에서의 경험 등 다양한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젊은 예술가를 위한 기존의 전국적, 지역적 체계의 “모범적인 선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모듈들은 각 부문들의 유기적 결합으로 구성되며, 지원하는 예술 작품별로 각기 다른 계획과 주안점을 갖고 지원을 제공한다. 즉, 이 모듈 시스템은 정형화된 프로그램이 아닌, 참여 예술가들의 구체적인 니즈를 완벽하게 반영할 수 있는 열린 지원 체계라 하겠다.


  • 기고자

  • Bertram Mu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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