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유스케 _ 교토국제공연예술제 프로그램 디렉터
인터뷰. 기무라 노리코 _ 공연예술 교류 코디네이터
지난 10월부터 한 달간, 교토에서는 처음으로 국제 규모의 공연예술 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최근, 역사와 전통의 고도 교토가 실험적 공연예술의 발신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교토국제공연예술제’의 하시모토 유스케 프로그램 디렉터에게 교토의 문화예술 현황과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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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himoto |
일본의 문화예술은 심각한 도쿄편중을 보이고 있는데, 지방도시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교토의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했지만, 예술미학이 아니라 패션미학이었습니다. 연극과 만나게 된 것은 전공과는 상관없다고 봐도 되겠죠. 교토는 인구의 10%가 19세에서 24세 사이의 학생인 학생도시입니다. 그래서이기도 하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많은 학생극단이나 연극서클이 있었습니다.
아직 학생이었던 스물두 살 때, 학생극단에게서 야외공연 기획과 제작을 부탁받아 처음으로 프로듀서라는 직책으로 일을 했는데, 이게 덜컥 성공을 한 겁니다.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이었죠. 그래서 프로듀서로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생겼던 건지, 장래를 결정한 거죠.
제가 프로듀서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였는데요, 당시에도 물론 문화예술은 도쿄에 완전히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그때 아직 경제호황기가 한창일 때였고, 연극도 그 영향을 받아, 물론 작품이 좋지 않으면 소용없지만, 교토에서 오사카로, 오사카에서 도쿄로, 라는 중앙 진출 루트가 만들어지고 있었죠. 교토에서 프로듀서를 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면 비즈니스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 겁니다.
어떤 단체에서 제작활동을 했나요.
지금이야 교토국제공연예술제 프로그램 디렉터에 전념하고 있지만, 무용의 자레오 오사무 +데라다 미사코, 연극에서는 히라타 오리자의 세이넨단에서 활동하다가 독립한 후에 교토로 거점을 옮긴 미우라 모토이가 대표로 있는 지텐이나 한국에서도 <바다와 양산>을 공연한 적 있는 마츠다 마사타카가 이끄는 극단 마레비토노카이의 매니지먼트를 했습니다. 두 극단이야 이제는 해외에서도 초청 받는 극단이 되었죠. 저 역시 이 단체들과 함께 교토에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극단의 제작에 더불어 2004년부터 2009년까지는 교토아트센터의 ‘연극계획’ 프로그램 기획에도 관여했습니다. 교토아트센터는 폐교를 활용해 2000년에 개관했는데, 교토시가 예술을 종합적으로 발전시키고 다양한 예술 관련 활동을 지원하고 예술에 관한 정보를 폭넓게 제공하고, 예술을 통해 시민과 예술가가 교류하도록 만든 시설이죠. ‘연극계획’은 연출가의 발굴과 양성을 위한 종합적 프로그램인데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교토를 거점으로 연극의 세계적인 흐름 안에서 활동할 수 있을 만한 연출가가 소수이긴 하지만 성장했죠. 마츠다 마사타카나 미우라 모토이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기회를 부여 받았던 사람들입니다.
교토국제공연예술제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교토에서 활동하면서 ‘교토 이외 지역의 예술가나 예술단체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다, 교토의 작품을 세계적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2007년에 교토시와 교토아트센터 등 각 관계기관에 제안을 했죠.
한편으로는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예술가가 교토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교토의 문화예술적 상황이 갖추어졌다는 확신이 든 것도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0년에 교토아트센터와 교토조형예술대학 무대예술학과가 설립되기 전까지는 노(Noh, 能)나 교겐(Kyogen, 狂言), 가부키(Kabuki, 歌舞伎), 일본전통무용 등 고도 교토의 이미지에 맞는 전통예능이 굉장히 강세였지만, 2000년 이후 일본의 현대연극이나 컨템퍼러리 댄스를 선도하는 예술가들이 교토와 관련을 맺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점에 자극을 받은 교토의 예술가들도 많았고요. 그리고 오타 쇼고가 교토조형예술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혁신적인 연극교육과 함께 실험적인 작품을 시도하면서 다양한 작품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토대가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죠.
아마도 이러한 다양한 계기가 있어서 추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페스티벌의 취지를 설명해 주십시오. ‘Kyoto Experiment''라는 부제가 붙어있기도 한데요.
일본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최첨단의 작품을 소개하고, 여기에 모이는 사람들이 교류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개척할 새로운 비전이 만들어지는 장을 지향합니다. 교토는 국제적인 역사도시이자 많은 예술가, 연구자, 기술자 등이 매일매일 깊은 연구를 거듭하는 창조적인 잠재력이 넘치는 도시입니다. 그러한 교토를 무대 삼아 기존의 인식을 뒤흔드는 체험을 하고, 현재를 새로 쓰는 순간을 느꼈으면 합니다.
올해는 교토, 도쿄, 요코하마, 그르노블(프랑스), 방콕(태국),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등 6개 도시 10개 단체가 공식참가 했습니다. 굳이 도시 이름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국가보다도 도시와 도시의 연결에 무게를 두고 싶어서입니다. 앞으로는 국가 간 교류보다는 도시 간 교류가 중요해지리라 생각합니다. 글로벌리제이션 속 로컬리즘의 복권이라고 할까요.
초청단체는 연극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용이나 퍼포먼스도 포함해 실험성 있는 작품, 혁신적인 내용, 교토라는 도시의 모습과 역사와 현재 등 독특한 시공간을 관객에게 체감하도록 할 수 있는지가 선정기준입니다. 교토는 관광객도 많고 외국인도 많아 표면적으로는 개방적인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은 계급사회가 아직 남아있는 폐쇄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도시이기도 합니다. 개인이 가진 조건에 따라 사는 지역, 활동하는 장소, 행동범위가 어느 정도 정해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조건과 다른 공간이나 장소, 지역에 들어가면 주변의 시선을 비롯해 굉장히 마음이 불편하거나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분명하게 받게 됩니다. 노나 가부키, 일본무용 등의 전통예능도 굉장히 흥미롭고 깊이와 중후함을 느끼지만, 이 공연을 보는 관객은 특정 계층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예전보다 대중화 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문턱이 높죠. 이러한 교토의 폐쇄성 같은 것을 문화예술로 타개하고 싶었습니다. 교토라는 도시를 진짜로 개방적인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교토국제공연예술제가 앞으로 교토의 문화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십니까.
지방에는 활동할 자본이 없고, 관객이 적고 예술적 자극이 없다는 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발상을 바꾸면 이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이 없다는 것은 경제논리나 시장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의미죠. 관객이 적다고 하지만, 예를 들어 마레비토노카이는 1천3백만 명이 사는 도쿄에서 공연할 때 500명을, 전체인구가 260만 명인 교토에서 공연해서 400명 남짓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인구비율로 따져보면 상당히 높은 동원율이죠. 결코 관객이 적은 것이 아닙니다. 도쿄에는 공연이 많고, 자극적이고, 시대의 속도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오히려 거리가 있기 때문에 냉정하게 침착하게 자신의 페이스로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츠다 마사타카나 미우라 모토이가 도쿄에서 활동하려고 생각만 했다면 못할 게 없을 텐데 교토에 거점을 둔 것은 위와 같은 이유와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 교토의 문화상황이 서서히 변화하고, 소비에서 창조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토국제공연예술제’는 도쿄를 거치지 않고도 교토에서 바로 세계로 연결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지역에서 연극이나 무용작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가능성과 꿈을 볼 수 있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쿄에만 평가의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단, 프로듀서나 디렉터 같은 인력이나 극장시설이 적은 것은 고민입니다. 이 측면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도 몇 차례의 방문을 통해 교토의 문화기반이 서서히 갖추어지고 실험적인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젊은 예술가들도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지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교토 인구의 10%가 학생입니다. 또한, 일본에서 몇 안 되는 현장중심의 교육을 하는 교토조형예술대학이 최근 몇 년 새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했죠. 그 중에 교토에 남아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스태프, 단체가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대학 연극 서클이나 학생극단에도 자극을 주고 있고, 공연을 통해 이전에는 없었던 대학 간 교류도 시작되고, 관객의 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교토의 공연예술을 선도해줄 거라고 믿고, 세계적인 흐름에 맞는 작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교토의 문화적 흐름이 흥미로워질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교토국제공연예술제’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토국제공연예술제
http://kyoto-ex.jp
교토아트센터
www.kac.or.jp
필자소개 :
기무라 노리코는 프리랜서로 연극 및 무용의 한일간 교류를 위한 코디네이터이자 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