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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질주, 홍콩의 문화 공간 조성 붐과 그 명암 201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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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질주, 홍콩의 문화 공간 조성 붐과 그 명암


취재: 엘리너 브릿지(Eleanor Bridge)
출처: GIG VOL.6 No.16 Page 8 “Full Speed Ahead”


“불과 수 개월 만에 홍콩 정부는 새로운 문화지원책에 착수했다.”


지난 8월 홍콩시민들은 처음으로 서부구룡문화지구(The 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WKCD)의 건축과 관련된 세 개의 입찰안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홍콩 달러 기준 216억 달러(22억 유로)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98년부터 진행되어 왔다. 초기에는 영국 출신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구상안이 2002년에 채택되었으나, 해당 설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3년 후 백지화됐다. 11월까지 진행되어 총 3개월 동안 실시되는 시민 참여의 장(Public Engagement Exercise)에 ‘포스터 + 파트너스(Foster + Partners)’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컨셉의 새로운 구상안을 제시했고 그 밖에 다른 두 개의 세계적인 건축기업들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1단계인 핵심 문화 시설 완공은 2015까지 마무리 될 계획이며, 신규 철도 건설 등 서부구룡지구 전역에 대한 프로젝트 최종 마무리는 프로젝트 착수 후 30년 이상이 지난 2031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프로젝트가 이렇듯 장기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문화지구 프로젝트를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문화 산업 육성에 다소 느슨한 태도를 갖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 정부는 상업과 기업활동의 중심지로만 국한된 홍콩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 왔다. 과거에도 홍콩은 문화예술 발전이 다소 더딘 곳이었다. 정부의 연간 보조금을 받는 9개의 주요 공연 예술 단체 중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Hong Kong Philharmonic Orchestra: HKPO)가 70년대에 설립된 유일한 단체이다. 한편, 최근 상하이와 베이징은 유수의 문화 행사를 유치하고, 대형 문화예술회관을 개관하는 등, 국제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도 지난 10년 간 새로운 문화 공간을 창출하면서, 다양한 회의 및 국제 예술제를 개최하는 등, 홍콩에게는 위협적인 경쟁국가가 되고 있다. 

위 도시들과 다른 이유이긴 하지만, 마카오도 홍콩에게는 위험한 경쟁상대이다. 2008년, 홍콩 예술 경영인 협회의 브리핑에서는 “카지노 관광에 기반한 마카오 공연계로 홍콩의 경영진과 기술진 등 문화예술인재들이 유출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마카오 공연장의 객석 수가 서부구룡문화지구 전체 공연장의 객석 수 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러한 우려에 걸맞게, 오는 9월 16일 마카오의 “꿈의 도시” 카지노는 특수 설계된 2,000여 객석을 갖추고 세계 최대의 물쇼가 될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The House of Dancing Water)를 개시할 예정이다.


물론 홍콩의 창작산업도 성장하고 있으며, 점차 홍콩 경제에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홍콩 제조업의 많은 부분이 중국 본토로 이전한 한편, 홍콩 내에서는 문화 컨텐츠를 강조하는 첨단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왔다. 문화산업 지원기구인 CreateHK 대표 Alan Siu에 따르면, 홍콩은 현재 창작산업과 관련된 단체 및 기구들만 3만 2천 개에 이르며, 연간 총 매출액이 6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홍콩 정부는 창작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배가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창작산업을 6대 경제 핵심 산업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Siu 대표는 말을 잇는다. “CreateHK은 3억 달러를 투자한 CreateSmart라는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에 설립됐습니다.” CreateHK은 영화 및 디자인 분야 진흥을 위한 두 개의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면서, 후속 작업을 책임지는 단체로 시작했다. “창작산업이 더욱 발전해 가는 상황인 만큼, 우리는 영화와 디자인 부문을 넘어 다른 문화예술 부문까지 지원영역을 확대해 왔습니다.” Siu 대표는 설명한다. 


CreateHK는 비즈니스 창업 자금 지원 사업 이외에도 문화 산업 인프라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CreateHK는 구. “Police Married Quarters(PMQ)” 지역을 중심으로 홍콩의 도심을 창작 허브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대한 다양한 안들을 검토 중이다. PMQ 지역 주변으로 대형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어, PMQ는 디자인 스튜디오, 전시 공간, 사무실이나 소매 상가 등을 갖춘 공연과 리허설 공간으로 거듭나기에 좋은 환경이다. CreateHK의 첫 번째 “창작 클러스터(creative cluster)” 계획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PMQ 레노베이션 프로젝트는 2014년까지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홍콩 현대문화원(The Hong Kong Institute of Contemporary Culture:HKICC)도 이 프로젝트에 5개년 사업 계획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현대 문화원은 다섯 개의 문화 투자 업체로부터 2500만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고, 영화제작자 장애가(Sylvia Chang), 대중 스타 황요명(Anthony Wong Yiu-ming), 유명 디자인 브랜드 G.O.D의 설립자 더글라스 영(Douglas Young) 등 홍콩 문화계의 유명 인사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메인 사진: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Hong Kong Philharmonic Orchestra)와 음악감독 Edo de Waart
사진 출처: HKPO 오케스트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House of Dancing Water) ⓒ 2010 Melco Crown Entertainment Ltd


PMQ 지역과 근접한 올드 배일리 스트리트(Old Bailey Street), 챈서리 래인(Chancery Lane), 신 힝 스트리트(Shin Hing Street)에 아트 갤러리가 다수 위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창작 클러스터”가 주로 시각 예술을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창작 클러스터”를 비즈니스 중심가에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예술계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높은 위상을 잘 보여준다. 2007년 홍콩은 뉴욕과 런던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예술작품 거래 마켓이 되었다. 특히 최근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eby’s) 경매사가 자사의 동남 아시아 지사를 싱가포르에서 홍콩으로 이전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콩에 소재한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sia Art Archive) 이사 클레어 수(Claire Hsu)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홍콩은 금융도시입니다. 따라서, 홍콩 사람들은 돈, 자금의 흐름에 대해서는 익숙하지만 이들이 예술과 작품 세계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게는 투자 가치 등에 주목하기 마련이죠.”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서부구룡문화지구 프로젝트와 별개로, 현행 문화 전략이 단기 투자나 사업 개발을 목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쉬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홍콩 정부가 최근 몇몇 장기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공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쿤통(Kwun Tong) 지역에서 추진할 연극, 음악, 무용의 대규모 공연을 제공할 수 있는 문화 공동체 센터 건립안이나, 600석 규모의 오디토리엄과 리허설 홀 신축 계획 등은 구룡의 코샨 극장 (Ko Shan Teathre)에게는 더 없이 좋은 청신호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코샨 극장은 홍콩에서 광둥어 오페라의 주 무대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또 다른 장기 개발 프로젝트가 올 가을에 공표될 예정이다. 2007년 처음 발표된 중앙 경찰서(Central Police Station) 레노베이션 작업이 유명 건축팀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의 설계로 착수될 계획이다. 사실 중앙 경찰서 개조 작업 계획도 시민들의 평가와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다소 지난해졌으나, 이러한 과정이 시작되기 전인 3년 전쯤, 홍콩 경마 클럽은 이 사업에 18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새로운 공간 창출, 특히 변두리 지역에 조성될 새로운 문화 공간들은 홍콩 관객의 분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처럼 저녁 공연을 보기 위해 굳이 중심가로 나갈 필요 없이, 본인이 사는 거주지 근처에서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지역 센터 건물들을 공연에 용이한 형태로 업그레이드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최근 몇 년간 새롭게 개장한 시설들 가운데 2006년 홍콩 창작 학교(Hong Kong School of Creativity: HKSC) 개교는 단연 가장 돋보이는 성과이다. 창작 학교는 앞서 언급한 HKICC의 안으로, 서부구룡문화지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 명의 경합 후보 중 하나였던 로코 임(Rocco Yim)이 설계한 건축물이다. 학교 건물 내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학교와 대중들의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설계에 더해, 국내외 작품 전시회, 공연, 다양한 포럼이 개최되는 중앙 멀티미디어 아트 센터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훌륭한 입지를 자랑한다. 홍콩 창작 학교는 홍콩 공연예술 대학(Hong Kong Academy for Performing Arts), 홍콩 예술학교(Hong Kong Art School), 시립 대학의 창작 미디어 학부 (City University’s School of Creative Media)와 제휴를 맺고, 학과 과정의 반은 “전문가 과정 (professional-oriented)”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각각의 학생들은 학과 과정 내내 개인 멘토에게 꾸준히 맞춤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예술 경영 코스는 현재 홍콩 공연예술 대학과 사바나 예술대학(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 SCAD)의 홍콩 분교 에서 제공된다. 또, 홍콩 예술개발 위원회는 2009년과 10년 클로어 리더쉽 프로그램(Clore Leadership Program)에 장학금을 지원했다. 올해 장학금 수여자는 홍콩 신포니에타(Sinfonietta)의 최고 이사인 마가렛 양(Margaret Yang)이 선정됐다.


최근, 서부구룡문화지구를 중심으로 “문화 소프트웨어(cultural software)” 진흥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창작학교는 구룡문화지구 도처에 위치한 다수의 새로운 공간과 공연장을 감안한다면 충분한 양의 풍부한 국내외 컨텐츠와 이러한 공연장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 경영팀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2008년 예술 비평가 오스카 호 힝카이(Oscar Ho Hing-kay)는 여전히 예술계에는 예술 인재를 양성할 교사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해외 전문가를 초빙하고 국내의 인재들을 해외 인턴쉽 과정에 참여”시킬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 “정부가 정부소속 문화 기관을 개방하고 인턴쉽이나 실습 프로그램을 도입해 실습 기회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세계 최대의 물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9월 16일 프리미어, 마카오); 홍콩의 전망대; 홍콩 신포니에타와 함께 하는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


“최근 ‘문화 소프트웨어(cultural software)’ 진흥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또, 비평가 호 힝카이는 예술계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통렬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문화, 예술에 여전히 무관심하다. 대중들의 무관심에 대해서 쉽게 비판하지만, 사실 예술계도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시인해야 한다.” 그 동안, 홍콩 내무부는 학교에서 예술교육을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커리큘럼에서 8%-15%는 예술 교육에 할애해야 한다는 지침이나 학생들이 청소년 대상 문화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 문화의 날(School Culture Day)”을 정례화해 올해로 3년째 이 행사를 치뤄 왔다. 학교 문화의 날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직접 학교 내의 예술 경험이나 활동들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이에 대한 포상으로 학생들에게 전문 예술가 그룹 방문, 워크샵 참여, 무료 공연 관람 등의 기회를 선사한다.


프로듀서들 사이에서 홍콩, 특히 도시 중심지에 보다 많은 문화예술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중간 규모의 작품을 위한 공간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대형 뮤지컬과 콘서트는 이미 대규모 관객 유치에 성공해 온 반면, 중소 규모의 앙상블은 다소 소외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 많은 공간들이 창출되고, 해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향후 수 년 내에, 동아시아 공연예술 시장에는 큰 지각변동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해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CreateHK: www.createhk.gov.hk
Hong Kong Arts Development Council: www.hkadc.org.hk/en
Hong Kong Institute of Contemporary Culture: www.hk-ic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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