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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건축가들, 변화의 개척자들 201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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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건축가들, 변화의 개척자들


명맥을 이어온 소비에트 시대의 문화예술 전통,
어떻게 볼 것인가?


취재: 보그다나 데미도바(Bogdana Demidova)
출처: Gig No. 18. Page 8 “Architects of Change


러시아 역사상 옥타센터(Okhta Center) 건축에 대한 논란만큼 문화예술 시책을 둘러싸고 의견이 양분된 적이 있었을까? 네바 강변에 자리한 러시아의 최대 에너지기업 가즈프롬(Gazprom)의 新본사 건물 옥타센터는 무려 403미터의 높이를 자랑하며 상트 페데르부르크의 상공을 향해 웅장하게 뻗을 예정이다. 런던의 RMJM 아키텍츠(RMJM Architects)건설사가 설계한 초고층의 옥타센터는 새로운 러시아의 번영과 현대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라는 것이 옥타센터 건립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한편, 옥타센터를 반대한 이들은 센터 건축이 상트 페데르부르크의 역사적 경관에 오점을 남긴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콘서트홀과 극장, 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인 옥타센터의 높이가 시 정부가 제시한 신축 건축물 높이제한 기준치보다 무려 세 배 이상 높다는 점에 항의하며, 2009년 10월에는 시민들의 센터 건립 반대 시위도 있었다. 상트 페데르부르크 출신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러시아 대통령도 센터 건축 프로젝트를 반대해 왔으며, 유네스코 또한 건축 시공이 진행되면 상트 페데르부르크의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사진: Bolshoi©Damir Yusupov; Temirkanov; The Arts Square Winter Festival
메인 사진: 옥타센터의 컴퓨터 그래픽 생성 사진


러시아에서 구세대와 신세대의 입장이 특히 엇갈리는 분야가 바로 문화예술 부문이다. 사실, 러시아 관객들은 연령을 불문하고, 높은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콘서트, 오페라, 연극 공연 등을 관람한다. 또, 러시아 국내영화 매출액도 전체 영화산업 총 티켓 판매액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건축물 신축과 관련해서는 舊와 新의 대립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뉴 홀란드 아일랜드(New Holland Island)를 상트 페데르부르크의 문화 거점으로 재개발하기 위해 마련한 옥타센터 건립안도 현재까지 수년 간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처음 재개발 프로젝트를 제시한 이는 2006년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영국의 건축 디자이너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이다. 공모전 수상 이후, 노만 포스터의 아이디어는 뉴 홀란드 아일랜드의 기존 전통 유산 보전에 상충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 왔다. 현재까지 그의 계획은 보류 중이며, 결국 새로운 공모전이 열리게 됐다. 모스크바에서도 포스터가 설계한 600 미터 높이의 타워가 정부의 신규 건축법에 따라 200 미터로 제한되었으며, 시 외곽에 200여 개의 고층 건물을 신축하려던 계획도, 거의 20여 년 전인 1999년, 계획 추진 초창기부터 지속적인 개발 문제에 직면해 왔다. 이 과정에서 문화 보존주의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은 카다쉬 부활의 교회(Kadashi Church of the Resurrection)건물 철거를 막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24시간 철야 농성에 돌입하고, 고르키 공원(Gorky Park) 근처의 센트럴 하우스 오브 아티스트(The Central House of Artists) 건물 바깥에 수십 개의 눈사람을 세우는 등 대중 선전전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교회 철거 문제는 일종의 “세기적인 사건 (cause célèbre)”이 되어 러시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검열, 언론의 자유 및 정치권력 사용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현재 센트럴 하우스 오브 아티스트의 대형 건물은 오랫동안 모스크바 시장직을 역임한 유리 루츠코프(Yuri Luzhkov)의 아내 엘레나 바투리나(Elena Baturina)의 소유이다. 바투리나는 원래 해당 건물을 역시 노만 포스터가 설계한 호텔 단지로 바꿀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 역시 문화 보존주의자들의 끈질기고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게 된다. 한 시위자는 루츠코프 시장 이름의 철자 순서를 뒤바꿔 “시장은 ‘ukluzhii vor’였다” 라는 깃발을 흔들기도 했는데, ukluzhii vor란 “천재 도둑”이란 뜻이다. 이에 대해, 어떤 소송에서도 져 본 적이 없는 루츠코프 시장은 즉시 해당 시위자를 명예 훼손죄로 고소했다. 그런데, 루츠코프 시장은 해당 소송에서 패하게 된다. 시장 이름의 철자를 뒤바꿔 “천재 도둑”이란 별명을 만들어 낸 당사자는 사실상 시위현장에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일정 정도 패인으로 작용했다.


1992년부터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시장직을 역임해 온 루츠코프 시장은 사실 예술가들로부터 신망을 받아 온 인사이다. 문화예술 진흥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공표하며, 루츠코프 시장은 모스크바에는 이제 더 이상 문을 닫는 극장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그는 1991년에 Evgeny Kolobov와 함께 노바야 오페라 극장(Novaya Opera Theatre)을 공동 설립했으며, 2003년에는 모스크바 국제 공연예술 센터(The Moscow International Performance Arts Center)를, 2005년에는 Et Cetera 극장 단지를 후원했다. 또, 2006년도에 신축된 마린스키(Mariinsky) 콘서트홀에 기부금을 낸 6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볼쇼이 극장(The Bolshoi Theatre)의 리모델링 문제와 관련해서, 루츠코프 시장은 “재건축 방식에 대한 반대 의사 표명”의 일환으로 2006년에 극장 이사회의 공동 의장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문화예술 경영인들과 관리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이들을 교육, 훈련시키는 것, 그것이 근본적인 숙제다.”


루츠코프 시장은 2009년 6월, 볼쇼이 극장의 원 건축업체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가 착수되자, 이사회 공동 의장직으로 복귀했다. 볼쇼이 극장은 2011년 10월 재개장을 앞두고 있으며 리모델링 총 비용은 210억 루블(5억 7천만 유로)로 예상된다.


Angelin Preljocaj 안무, 볼쇼이 발레단의
“천 년의 평화(One thousand years peace)” 첫 무대, 9월 24일


이후, 루츠코프 시장은 정부 시책에 대한 그간의 솔직 대담한 의사 표명 때문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루츠코프 시장이 모스크바와 상트 페데르부르크를 잇는 도로 건설을 중단한 정부의 시책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국영 TV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9월 10일 루츠코프 시장을 표적으로 삼은 악성 보도를 내보낸다. 그로부터 5일 후, 정부 소식통은 루츠코프 시장의 12월 사퇴설을 Vedomosti 신문사에 전달한다. 해당 다큐멘터리 채널이 지적한 시장의 주요 실책은 그가 모스크바의 문화 유산 보전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스티파코프(Vladimir Spivakov)와 갈리나 비슈네프스카야(Galina Vishnevskaya)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지도자 32인의 서명이 담긴 대통령 수신 공식 서한의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서한에서 문화예술 지도자들은 “우리는 루츠코프 시장에 대해 무한한 존경을 표하며, 그가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추진한 효과적인 정책들 및 그가 보여 준 문화예술 단체와 예술인들에 대한 배려와 지원에 감사한다” 라고 밝히고 있다.


모스크바의 문화예술 인프라는 점점 개선되고 있으며, 모스크바만큼은 아니지만 상트 페데르부르크에서도 인프라 개선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상당액의 문화예술 투자에도 불구하고 사실 러시아의 다른 도시들은 중앙 정부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0년 문화부 예산은 740억 루블(17억 8천만 유로)이었으며, 2009년 예산은 이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의 극예술 장르별(오페라, 발레, 드라마, 뮤지컬 코메디, 아동극, 인형극)극장을 모두 갖춘 도시는 전국적으로 6곳에 불과하다. 2008년 제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전 지역 중 거의 50%에 달하는 지역에 어린이 극장이 없는 한편, 어린이 극장의 20%가 모스크바와 상트 페데르부르크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또, 동 보고서는 “오늘날, 문화단체들의 네트워크는 지나치게 느슨하고 균등하지 못하다. 또, 예산상 어려움으로 순회 공연의 횟수도 크게 줄었다. 예를 들어, 1985년에 순회 공연은 전체 공연의 46%를 차지했던 한편, 1995년에는 20%, 2006년에는 7%로 그 비중이 현저히 낮아졌다.” 라고 밝히고 있다.


상트 페데르부르크 필하모닉,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Yuri Temirkanov)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


한편, 1985년 순회 공연이 전체 공연에서 차지한 높은 비중은 소비에트 체제하에 문화예술 기업들에 대한 높은 사회적 인식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공산주의 체제의 주요 정치 목표 중 하나는 정부 공식 문화 행사에 대중들을 최대한 많이 참여시키는 것이었으며, 그 덕분에 (정부의 엄격한 통제가 있긴 했으나)국민들은 다채롭고 광범위한 문화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1991년이 지나면서, 러시아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게 되고, 99년 경제 회복이 이루어질 때까지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 수준은 급격히 감소한다. 이 시기, 러시아 전통 문화예술 및 수준 높은 예술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높은 관심과 열정은 대중 문화나 예능 쪽으로 서서히 선회하게 되며, 이러한 양상은 지방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2008년 “문화와 러시아의 미래: 새로운 인식(Culture and the Future of Russia: New Insights)”이란 제목하에 출판된 연구서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풍부한 러시아의 전통 문화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며 자란 젊은 세대들이 정신적 빈곤에 빠지게 됐다. [오늘날, 젊은이들에게는] 복잡다단한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훌륭한 예술 작품을 분별할 수 있는 식견도 부재하다. 이들에게 문화란 그저 TV속에만 존재한다.”


위 연구서는 또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보수가 공공분야 종사자들가운데 최저라는 점에 대해 특히 비판하고 있다. 2008년도, 문화부가 추정한 81만 5천 문화예술 분야 정규직 종사자들의 평균 월급은 불과 1만 6천 루블(450 유로)에 불과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창작 비용은 인건비보다도 훨씬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침내, 2008년 12월, 각 분야별 임금 조정을 통해, 예술계의 임금을 30% 인상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알렉산더 아브제예프(Alexander Avdeyev) 신임 문화부 장관은 문화예술계의 대폭적인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예술계의 저임금 관행으로 인해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다는 점도 큰 문제다. 대부분의 극장은 여전히 구소련 시대에 교육받은 고연령의 매니저들이 운영하고 있다. 일례로, 모스크바 타강카 극장(Taganka Theatre)의 경우, 93세의 유리 루비모프(Yuri Lyubimov)감독이 여전히 예술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다. 문화예술 경영인들과 관리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이들을 교육 훈련하는 것은 근본적인 숙제로 남아 있다. 또, 실력 위주의 승진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문화 단체 종사자들은 주로 종신 고용의 형태로 근무해 왔다. 2009년, 아브제예프 장관은 문화부가 관장하는 다수의 예술 단체들을 대상으로 고용 계약제를 도입해, 관리직 직원들의 경우 3년에서 5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인원감축을 단행했다. “주요 박물관들은 서서히 쇠퇴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경영진이 그대로이기 때문이죠.” 아브제예프 장관이 프라우다(Pravda)지에서 한 말이다. 그는 말을 이어간다. “그러나, 새로운 고용정책 단행은 아주 민감한 문제이므로, 각 단체별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희망퇴직 제안에 아주 고약하게 대응하는 경영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호소하는 것을 넘어, 심지어 정계 로비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고 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봅니다.”


한편, 9월 25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모처럼 모스크바 및 여타 도시 예술 단체들의 총 감독들 16명과 만나는 자리를 갖었다. 아브제예프 문화부 장관도 함께 참석한 이 회의에서 모스크바 말리 극장(Maly Drama Theatre)의 레프 도진(Lev Dodin)감독은, 극장은 “그야말로 희망이 없는, 그저 적자만 쌓이는 비즈니스이므로, 정부 세수에서 극장은 제외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이 같은 내용을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재무부에 지시한다면, 극장은 더 이상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또, 도진 감독은 극장 종사자들의 임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소도시에 더 많은 소극장을 세우고, 이러한 다양한 소극장들의 순회 공연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 모인 단체 경영자들에게 이 소극장들을 지원할 방법을 모색할 것을 당부했다.


200개 이상의 문화 단체들이 문화부로부터 직접 기금 지원을 받으며, 사실상 거의 모든 러시아의 문화 공간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또, 보조금 지원, 장학금 제공 및 포상 등의 정부지원제도는 현재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지원제도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기존의 직접 지원 방식보다 선호하는 시스템이다. 정부의 문화예술 투자액도 지속적으로 조정되고 있으며, 현 정부는 문화예산을 2007년 GDP 대비 0.7 퍼센트에서 2020년 1.5퍼센트까지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문화 단체들이 새로운 문화예술 사조를 도입하기 위해 서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인식이 대세인 한편, 러시아의 자금조달 시스템은 “문화 기업가 정신”과 스폰서 및 개인 후원 의존도 등의 측면에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 및 미국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노만 포스터의 매력적인 설계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통 유산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처럼, 소비에트식 정부 지원책은 격동하는 러시아의 국내 정세에도 불구하고 향후 수년 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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