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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키 소마 _ 페스티벌/도쿄 프로그램 디렉터 2010-11-01

치아키 소마 _ 페스티벌/도쿄 프로그램 디렉터


인터뷰 _ 기무라 노리꼬


2009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일본 최대의 공연예술축제 ‘페스티벌/도쿄’(이하 F/T). 이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디렉터로서 코스모폴리탄 도쿄와 세계 최첨단의 공연예술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치아키 소마에게 ‘도시에서의 페스티벌의 역할’과 앞으로의 F/T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Soma Chiaki_PHOTO Kagamida Nobuyuki


한국 공연예술계에도 이미 치아키 소마라는 이름을 알고 계시는 분은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간단하게나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8년에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를 졸업하고 프랑스 리옹 제2대학원에서 예술경영과 문화정책을 공부했습니다. 프랑스 현지의 아트센터 등에서 경험을 쌓은 후에 일본에 돌아와서 2002년부터 NPO법인 아트네트워크 재팬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저희 조직에서 F/T의 전신인 도쿄국제예술제를 시작하게 되면서 국제공동제작 관련 프로젝트를 맡아왔습니다. 그리고 2006년에는 요코하마시(市)와 함께 새로운 공연예술 창작거점을 지향하는 ‘급경사 스튜디오’(Kyunasaka Studio)를 설립하여 2009년까지 디렉터로 일했고, 현재는 F/T의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소속되어 계신 NPO법인 아트네트워크 재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1988년에 ‘도쿄예술제 ’88 이케부쿠로’ 개최가 첫 활동이었고, 2000년에 NPO법인화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예술의 사회적 힘 회복’과 ‘예술과 사회의 연결’이라는 모토 하에 문화예술의 활성화 및 국제교류 촉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F/T 개최, 니시스가모 아츠 팩토리, 가와사키시(市) 아트센터, 오쿠라야마 기념관, 급경사스튜디오, 신유리21홀 등의 문화시설 기획운영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예술가나 예술기관과 연계하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고요. 저는 법인의 이러한 활동 중 일부인 F/T 개최를 담당하고 있는 거죠.


F/T 2010 포스터



F/T 개최의 배경을 설명해 주세요.


원래는 아트네트워크 재팬이 단독으로 ‘도쿄국제예술제’를 개최해왔는데, 2009년에 도쿄도(都)가 올림픽 유치를 염두에 두고 도쿄문화발신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도쿄도와 도시마구(區) 등 공공기관이 축제에 참여하게 되면서 지금의 F/T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도쿄문화발신프로젝트는 세계 주요도시에 견줄 만한 문화예술의 창작?발신과 문화예술을 통한 어린이 육성, 다양한 지역의 문화거점 형성을 목표로 연극, 음악, 전통,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이벤트나 페스티벌,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하는 공동프로그램, 마을과 예술을 연결할 인재의 육성, 어린이 대상 체험프로그램 등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적 기반의 깊이, 선진 거대도시로서의 활력과 다양성을 최대한으로 살리고 도쿄의 매력을 만들어 발신함으로써 세계에서 도쿄의 문화적 입지를 확립하고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의 다양한 도시와의 국제문화교류 거점이 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F/T의 개최에도 물론 그러한 목적과 목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시에 있어 페스티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도쿄의 경우, 별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문화의 중심입니다. 많은 문화시설이 점재해 있고 많은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컨텐츠가 빈약합니다. 페스티벌은 그러한 도쿄의 연극상황에, 그리고 세계를 향해 연극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현대의 표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고, 새로운 경향이나 주장을 가진 작품을 발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역할에 의해 도쿄뿐 아니라 세계의 공연예술이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F/T는 공동제작 등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지금까지의 일본 공연예술페스티벌이 갖고 있던 스타일을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일본에서 개최되었던 국제공연예술축제는 대부분 세계에서 첨단의 공연을 모아 와서 쇼케이스처럼 관객에게 보여주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에서 보듯이 축제의 역할이 단순한 쇼케이스형에서 창작(creation)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죠. 이러한 창작에 직접 관여하는 점이 F/T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F/T의 프로그램은 세계초연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 점이 축제에 있어서의 창작이라는 점과 연결되는 지점인데요, 특히나 유럽에서는 축제의 사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을 어떤 창작단체나 예술가와 창작을 진행했는가와 그 결과물인 초연작품으로 발표하는 형식이죠. 다만, 서구 작품의 경우, F/T에서는 아시아 초연 이상이 되기는 힘듭니다. F/T가 원하는 작품을 초청하기에는 경제적인 면과 함께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협상에는 제법 시간이 걸리죠. 이렇게 세계초연, 혹은 아시아초연 작품을 소개한다는 것도 F/T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F/T는 지금까지 일본에는 없었던, 세계 수준의 페스티벌을 지향합니다.


창작에 직접 관여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하고 있나요.


소위 말하는 공동제작인데요, 여기에는 경제적인 면과 창작 내용적인 면,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이라고 하면 흔히 내용적인 면을 떠올리지만, 제작비를 제공하는 것도 창작에 직접 관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F/T가 제작비의 일부를 대고 저희 축제에서 초연하는 경우도 있고, 작품 내용부터 함께 검토하고 공연을 올리는 작품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저희 축제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어떤 형식이건 저희와의 협력관계 안에 있는 거죠.


작품은 전부 직접 보고 고르시나요?


초연이 기본이기 때문에 작품을 볼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저의 경우 각각의 작품보다는 예술가를 중시합니다. 같은 사상의 베이스를 공유하고, 같은 예술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예술가를 만나면 서로 아이디어를 함께 내면서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거나 그 예술가의 작품을 선택하거나 합니다.


지금까지 F/T의 해외작품에는 아시아 작품보다는 유럽 작품이 많았던 것 같은 인상입니다.


1-2회 행사는 서구의 최첨단 공연을 통해 새로운 페스티벌을 정착시키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아왔습니다. 올해로 3회를 맞는데, 앞으로는 아시아로도 관심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아시아’라고 한마디로 말하지만, 도쿄, 좀 더 나아가 일본에는 두 개의 아시아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본 밖의 아시아, 또 하나는 일본 안의 아시아입니다. 예를 들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중국인, 이미 일본에 정착한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 안의 아시아죠. 일본 바깥의 아시아도 현실이지만, 일본 안의 아시아는 우리 일본 사람들에게는 리얼한 현실이고 직접적인 이슈입니다. 이러한 관점도 담아 아시아 작품에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이번 축제에서 교토의 마레비토노카이라는 그룹이 <히로시마-합천 : 두 개의 도시를 둘러싼 전람회>(연출 : 마츠다 다카히로)를 공연하는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라고 하는 원폭을 체험한  두 도시로부터 한국인 피폭자가 많이 사는 합천으로 시야를 넓혀가는 작품입니다. 유일한 피폭국에서 파생된 이방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일본 안의 아시아와 바깥의 아시아를 연결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축제부터 신진예술가나 단체를 지원하는 공모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일본 전국에서 80개 단체 및 개인이 응모해 그 중 8개 단체가 선정되어 축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공모는 젊은 예술가가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기회로, 연습실과 공연장을 제공할 뿐 아니라 작품에 대한 비평 등 다양한 측면의 지원을 통해 예술가가 새로운 작품창작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내년부터는 공모의 범위를 아시아 지역으로까지 확대하여, 축제를 아시아의 젊은 예술가가 모이는 작품-창작-비평(평가)-유통에 이르는 총괄적인 플랫폼으로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상호비평과 공유의 장인 페스티벌과, 페스티벌에 모이는 사람들이 함께 하여 완전히 새로운 발상에 기초한 가치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모에 선정되어 축제에 참가하는 작품 중 새로운 가치 창조를 시도한 우수한 작품에게는 F/T어워드(가칭)를 수여할 계획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분이 응모하셨으면 합니다.


한국과의 공동제작 계획은 없나요?


2003년경부터 5-6차례 한국을 방문했는데요, 아직 같은 예술적 사상,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예술가, 프로듀서, 비평가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런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한국과의 프로젝트도 시작될 수 있겠죠. 지금은 그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F/T를 어떻게 발전시켜가고 싶은지요. 또한 소마 씨의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들려주세요.


지난 해 6만 명의 관객이 F/T를 찾았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정착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개최를 도모하면서 명실상부한 일본의 대표 페스티벌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기반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아비뇽의 경우는 예산규모가 20억 엔 이라고 합니다. 그에 비해 F/T의 예산은 3.5억 엔(한화 약 49억원_편집자)으로, 세계 유명 페스티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습니다. 사실상 일본을 대표하는 페스티벌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경제기반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죠.


개인적으로는 도시공간에 연극을 인스톨하는 프로젝트를 프로듀싱하거나 드라마투르그로서 기획해 나갈 생각입니다. 연극은 영화 등 다른 매체와 비교하면 굉장히 자유롭지 못한 미디어입니다. ‘지금, 여기서’밖에 성립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부자유 안에 사람이 모이고, 대화하고 공유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연극을 통해 사회나 현실이 보이기도 하고, 그런 것을 배우는 데에서도 재미를 느낍니다. 도시를 배경으로 이러한 재미를 확장시키고 발견해 나가고 싶습니다.


페스티벌/도쿄 http://festival-tokyo.jp
NPO법인 아트네트워크 재팬 http://anj.or.jp


글쓴이 소개:
기무라 노리꼬는 1998년 극단 목화의 기획업무를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 간 공연교류의 코디네이터, 프로그래머, 번역가, 프로듀서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 왔다. 또한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운영하는 퍼포밍아츠네트워크재팬, ‘한국연극’등을 통해 한일양국의 문화예술정책, 실태에 대한 글도 집필하였으며 현재 프리랜서 프로듀서로 한국과 일본 공연예술계에서 활동 중이다.





  • 기고자

  • 기무라 노리코 _ 한일연극교류협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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