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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미즈 켄지 _ 기타큐슈예술극장 극장 코디네이터 2010-10-01

다루미즈 켄지 _ 기타큐슈예술극장 극장 코디네이터


인터뷰: 기무라 노리코(공연예술 교류 코디네이터)


일본 공공극장의 모델 사례로 국내외에 자주 소개된 바 있는 기타큐슈예술극장(2003년 개관). 이곳에서 개관 준비 당시부터 일해 온 다루미즈 켄지 씨가 올해 개관한 인천시 부평아트센터를 방문했다. 다루미즈 씨를 만나 기타큐슈예술극장과 아시아 교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한국에서도 소개된 바 있지만, 간략하게 기타큐슈예술극장의 시설과 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희 극장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할 수 있는 대극장(1269석), 연극 전용 중극장(700석), 블랙박스 형태의 소극장(120-216석) 등 세 개의 공연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극장을 통해 기타큐슈에 극장 문화를 뿌리내리겠다는 염원을 담아 기타큐슈예술극장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건물이라는 그릇에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담아 극장을 키워나가려고 하고, 그것을 위한 키워드로 ‘키우다’ ‘만들다’ ‘보다’를 내걸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이 생활에 불가결한 것이 되고 사람들이 활기차지고, 도시와 산업에서 창조력이 생겨나는, 그런 장소이고자 합니다.


다루미즈 켄지



‘키우다, 만들다, 보다’라는 슬로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일본에는 2천5백 개 남짓의 공공극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대관 위주의 시설이죠. 저희들은 예술을 활용해 지역에 공헌하는 21세기형 공공극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키우다’, 개관 준비 단계부터 해온 지역 연극인 대상의 연극강좌나 표현교육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한 워크숍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서 예술가를 초등학교나 지역에 파견하는 아웃리치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또, 극장 서포터 조직, 지역 극단이나 예술가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네트워크로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을 지역에서 키워 뿌리내리게 할 토양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타큐슈예술극장은 지역과 함께 성장해 가는 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들다’, 개관 당시부터 자체제작을 통해 본격적인 공연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시도를 통해 지역 활성화를 꾀하고, 극장에서 만들어지는 기타큐슈 발신의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다른 도시에서도 적극적으로 공연해서, ‘공연예술의 도시, 기타큐슈’를 어필하고 공연예술 창작발신의 거점이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작품제작을 통해 공연예술 창작을 뒷받침할 인재를 육성해 새로운 창조의 힘을 지역에 환원하고 있습니다.


‘보다’, 공연예술이 발전한 해외로부터 예술성이 높은 작품,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한 작품, 현재 최고 상종가의 작품 등, 폭넓게 작품을 초청해 지역 사람들에게 세련된 공연예술을 만나는 기쁨을 전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보고 싶은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전하되, 지금까지 극장에 온 적 없는 사람에게도 보는 즐거움을 깨우치는 문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극장 코디네이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저는 무대감독 출신인데요, 극장이 무엇인지, 극장이란 어때야 하는지를 줄곧 고민해 왔습니다. 그 고민이 지금의 일로 이어졌죠. 극장 업무 전체가 저의 일입니다. 그 중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극장의 올바른 모습과 운영방식을 제안하고 평가하는 일, 극장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매개자, 극장과 스태프의 스케줄 조정, 무대작업 안전관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 어떤 부서가 담당해야할 지 분명하지 않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본대를 지원하는 유격대 같은 역할입니다.


이번에 부평아트센터를 방문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기타큐슈예술극장의 경영전략과 한반도와 가까운 기타큐슈의 지정학적 요인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한국 공공극장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최근 일본에는 도시 간 경쟁시대가 도래하면서, 기타큐슈시 역시 살기 좋고 활력 있는 도시 만들기를 정책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얼마 전 기타큐슈에서 제정하고 있는 ‘기타큐슈문화진흥계획’과 관련된 회의가 있었는데, 기타큐슈예술극장은 기타큐슈시의 문화정책 안에서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었습니다. 또, 기타큐슈예술극장의 미션에는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에 공헌하는 공립극장으로서, 도시 간 경쟁에서 다른 도시에 뒤지지 않는 시티 브랜드를 확립하고 해외 예술가나 시설과 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개관부터 2008년까지 5년간은 극장의 인지도를 높이고 실적을 쌓는 사업을 해왔지만, 지금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의 사업이나 조직 체계를 돌아보고 새로운 사업방침과 계획을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극장 자체기획으로 김매자의 <심청>(2005), 한일합작 <강 건너 저편에>(2005), 김리혜의 <하얀 도성사>(2006),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2006), 김덕수 사물놀이(2007) 등 한국 작품 공연을 통해 교류를 도모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초청공연뿐 아니라 기타큐슈예술극장을 중계거점으로 하여, 양국 공연에 대한 지원이나 한국 공공극장과의 공동사업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실은 올해 연극을 통한 한일 어린이 교류 사업을 기획했습니다만, 사업을 추진하고 재원을 지원할 기관의 준비가 부족해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한국 공공극장과의 네트워크로서 부평아트센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타큐슈시는 부평아트센터가 소재한 인천광역시의 자매도시로, 양 극장이 연계사업을 하면 예산 측면에서도 시의 협력을 구하기 쉽고, 양 도시간 우호적인 관계 만들기에도 공헌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방문해 부평아트센터의 방침을 듣고, 시스템이나 활동을 실제로 보고, 직원 및 관계자분들과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앞으로 구체적인 공동작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평아트센터를 방문한 소감은?


이틀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제 전문분야라 할 수 있는 극장 운용과 안전관리에 대해 강연할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일본은 2006년, 무대현장에서 연이어 사상사고가 발생하면서 극장 안전관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무대현장에서의 사고는 스태프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극장운영과 제작시스템 자체를 개혁하지 않으면 재발의 가능성이 있는 거죠. 특히 일본은 2003년에 지정관리자제도라는, 그때까지 지방자치단체나 그 외곽단체에 한정되었던 공공시설 관리운영을 주식회사를 비롯한 영리기업, 재단법인, NPO법인 등의 법인이나 기타 단체에 포괄적으로 대행시킬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각각 소속이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또 대규모 시설이 등장하고 극장설비는 자동화, 고성능화, 대형화 되고 직종과 직능도 전문화, 분업화되었습니다. 무대 현장 상황은 바뀌고 있는데 무대작업 전체를 총괄하는 조직적인 지휘체계는 정비되지 않고, 무대와 관련된 사업자 간의 의사소통은 훨씬 적어졌죠. 그래서 일본연출가협회와 일본조명가협회, 공공극장무대기술자연락회 등 공연예술 관련 16개 단체가 모여, 현재 공연제작과 극장안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에서도 지정관리자제도와 같은 시스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한국에서도 공연제작과 극장 안전을 재점검할 시기가 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교류방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와서 부평아트센터 오프닝행사 영상을 봤습니다만, 제 자신과 기타큐슈예술극장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개관했을 무렵의 저희들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최근 7년간 사업에 매진하면서 잊고 있었던 열정과 희열이 되살아나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오프닝 행사였던  ‘거리야! 놀자’는 저희 사업에도 도입할 수 있을 것 같아 참고가 되었고요.

상주단체 분들과도 만났습니다. 연극 공연도 봤는데, 말은 몰라도 상상력이 자극되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컨템퍼러리 댄스를 좋아하는데, 지금 한국의 컨템퍼러리 댄스에는 힘이 있죠. 무용도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 왔는데, 굉장히 인상적이고 수확이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부평아트센터와 어떤 교류 계획이 있으신가요.


부평아트센터의 조경환 관장이 7월말에 기타큐슈를 방문했고, 이번에는 기타큐슈예술극장을 대표해 제가 왔습니다. 서로의 시설과 활동을 직접 보고 나니 이제야 출발점에 선 느낌입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양국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교류가 무엇일지를 협의해나가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한국에 올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창시절에 잡지에 게재되었던 ‘한국 통신’(70년대부터 80년대에 걸쳐 15년간 연재)이라는 연재기사를 읽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거든요. 한국의 군사정권이라는 상황에는 일본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었죠.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양국의 역사를 생각하면 한국에 오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우리 세대가 양국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을 위해 교류 기회를 만들고, 어린이들의 상상력, 커뮤니케이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한국 이외에 다른 나라와도 교류를 하고 있으신가요.


정기적으로는 2년에 한번 부토단체인 산카이주쿠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파리시립극장과 공동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교류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타큐슈예술극장이 공연예술 아시아 진출 중계기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실제로 도쿄에서 직접 아시아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도쿄에서 기타큐슈, 그리고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의 투어를 생각하는 단체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바람을 실현시키고 싶습니다.


한일 양국의 공연예술 교류가 활발해져서, 최근에는 스스로 극장을 빌려 자비로 공연하고 싶다는 문의를 종종 받습니다. 일본단체뿐 아니라 한국단체로부터도요. 해외단체가 기타큐슈예술극장을 대관하는 것도 가능한가요.


기본적으로 신청은 받지만, 극장 대관 여부는 작품의 내용과 수준에 따라 다를 겁니다. 또, 작품에 따라서는 제휴공연이 검토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용자와 극장 사이에서 상담을 받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후쿠오카시는 아시아와의 교류가 활발하지만 주로 미술과 영화에 한해서입니다. 기타큐슈는 연극과 무용을 메인으로 하려고 하니, 자비로라도 공연해줄 단체가 늘어난다면 좋지 않을까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감사합니다. 부평아트센터와의 교류가 앞으로 한국 문화예술계와의 교류로 확대되길 바랍니다.

 


 기타큐슈예술극장 http://www.kitakyushu-performingartscenter.or.jp/

  • 기고자

  • 기무라 노리코 _ 한일연극교류협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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