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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채굴하기” _ EU 문화수도 프로젝트
취재: 자라 슐먼(Zahra Suleman)
출처: Gig No. 7. Page 10 “Mining Ideas”
지금까지 독일 북서부의 루르 지역은 유럽 최대의 문화 수도이자 최소 예산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올해로 유럽 문화 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 프로젝트는 25주년을 맞이한다. 1985년 유럽 연합이 착수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40개 이상의 도시에서 국제적 문화 산업과 예술 활동이 활발히 전개돼 왔으며, 그 덕분에 유럽의 경제도 보다 활성화되었다. 유럽 집행위원회 호세 마누엘 바로수(José Manuel Barroso)위원장은 3월 24일에 열린 기념식에서, “일부 도시들은 유럽 문화수도 프로젝트를 통해 그야말로 새롭게 거듭났습니다.”라고 말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투자금 1유로당 8유로에서 10유로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했다고 밝히면서, 가장 눈에 띠는 성공 사례로 글래스고(1990)와 리버풀(2008)에서 얻은 성과를 꼽았다. 중공업 기반의 이 도시들은 문화수도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가 신 경제(new economy) 활성화에 동력이 되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현재, 독일 북서부의 루르 지역도 이러한 전례를 따라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독일 최대의 탄광 및 철강 생산 지대였던 루르 지역은 주력 산업인 중공업이 1960년 이래 사양길에 접어 들면서 전체 지역 경제가 흔들리게 됐고, 최근에야, 서비스, 테크놀로지, 문화 등에 착목해 경제 활성화 노력을 진행해 왔다. “문화가 베를린 발전에 새로운 원천이 되었듯, 우리 지역 경제도 문화의 덕을 보고 있습니다.” 프리츠 플라이트겐(Fritz Pleitgen) 루르 2010(Ruhr.2010) 유럽 문화수도 추진위원장은 말한다. “우리는 새롭고, 현대적이며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메트로폴리스 구축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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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겐 위원장과 루르 지역 문화수도 추진위원회는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추진 업무 기획에 만전을 기했다. 글래스고나 리버풀과는 달리, 루르 지역은 4,435 평방 킬로미터에 이르는 대지로 기존 문화수도 프로젝트가 진행된 어느 지역보다도 그 규모가 크며, 도르트문트, 에센, 보훔, 뒤센베르크 등 대도시를 비롯해 53개의 도심 지역이 프로젝트 대상에 포함된다. 또, 각 도시는 도시별 고유의 문화예술 공동체 사업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루르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에 띠는 점은 총 예산이 6천 5백 50만 유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올해 문화수도 프로젝트가 진행 되는 다른 두 도시, 터키 이스탄불과 헝가리 페츠가 각각 1억 7천만 유로-2천 5백만 유로, 1억 8천만 유로에 달하는 예산을 예상하는 것을 감안해 볼 때, 그 예산 규모는 타지역과는 확연히 대조된다. 더욱이, 루르2010년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지원은 최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총 예산의 26%에 불과한 1천 7백만 유로에 그쳤다고 한다. 이에 대해, 플라이트겐 위원장은 재원 조달의 대부분은 지역 사회나 민간을 통해 이루어지고, 연방 정부의 도움은 크지 않다고 말하며, “에센 지역의 경우에는 공적 자금과 후원금을 통해 기금 마련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루르 지역에는 플라이트겐 위원장과 올리버 샤이트(Oliver Scheytt) 문화정책 자문위원이 초반부터 강조해 온 장점이 있다. 바로 기존의 문화예술 시설들이다. 루르 지역은 100여 개의 콘서트 홀, 120여 개의 극장, 200여 개의 박물관이 있으며, 250여 개의 축제가 열리는 장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2010 문화프로젝트 신청서 공고가 나왔을 때, 지역 차원에서만 2,650여 제안서가 제출됐는데, 이 중 300여 프로그램이 자금 지원을 받게 됐다. 독일 최대의 최신 콘서트 홀 두 개가 또한 루르에 소재하고 있다. 도르트문트 콘서트 홀 (Konzerthaus Dortmund)은 세계적인 음악가 에사 페카 살로넨(Esa-Pekka Salonen)과 독점 계약을 맺고 향후 세 시즌 동안 그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며, 에센 필하모닉(Philharmonies Essen)도 재원 및 인력 부족의 난관을 딛고, 도전적이고 참신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다수의 상을 수상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스탄불과 페츠 예산에서 건축이나 시설 리모델링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 반면, 루르는 문화 예술 인프라가 이미 상대적으로 일정 수준 갖춰져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플라이트겐 위원장은 “우리는 소프트 인프라를 원합니다. 현지 예술 단체들과 협력해서 이른바 “노하우(Know-how)”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죠. 53개 도심과 도시 간에 경쟁이 아닌 연대, 협동 정신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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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 도시의 기업들도 기금 후원 등을 통해 문화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일례로, 5월 말로 예정된 주요 이벤트 쉐프트사인 (Shaft Signs, Schzchtzeichen)행사에 350여 기업들이 참가해 1백 75만 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로 마련하게 됐다. 쉐프트사인은 400개에 달하는 대형 노랑 풍선을 루르 지역 하늘에 띠우는 행사로 풍선 하나하나에 폐광촌을 새겨 이를 기리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 행사는 루르 전역의 상공에서 펼쳐지는 전례 없는 대규모 설치 예술 행사로써, 대형 풍선을 통해 보는 이들이 옛 탄광촌의 위치를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다. 또, 풍선 하나당 5,000 유로의 후원금을 받도록 했는데, 벌써 350개 풍선 후원이 신청되면서, 추가 기금 마련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후원자들이 이미 지난 3개월 간 프로젝트 예산 기금 현황을 지켜봐 왔고, 루르 2010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중요성에 대해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기 언급된 유럽 집행위원회의 전망치, 즉, 투자 대비 8배 수익 창출 이외에도, 1월에만 루르 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7.1 퍼센트 증가해, 184,000명에 육박했다. 또, 호텔 투숙객 수도 4.8 퍼센트 증가해 342,000 명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외국인 투숙객 수는 11.5 퍼센트 증가했다. 루르 2010 페이스북 홈페이지에는 지난 3개월 만에, 17,000 명이 친구로 등록했으며, 루르 2010 행사 광고 후원도 26개 국적의 기업에서 제공한다고 마르크 올리버 해닉(Marc-Oliver Hänig) 언론 대변인은 말한다. 또, 해닉 대변인은 현재까지 거의 350여 기업의 후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루르 2010의 성공은 기업 광고 수익 측면 이외에도, 총 1,100만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티켓 매출액을 통해 점칠 수 있다. 2010년 최대 규모의 뮤지컬은 한스 베르너 핸재(Hans Werner Henze)작곡가의 대형 공연 시리즈가 될 것이다. 이른바 핸재 프로젝트(Henze Projekt)라 불리는 이 공연에는 40여 개의 음악 단체 및 공연 예술 기관이 동참해, 오페라에서부터 발레, 심포니, 챔버 콘서트, 심포지아 필름 회고전과 교육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행사가 초대형 규모로 펼쳐진다. “현대 음악에 대한 이해 및 젊은층에게 다가서는 음악 창작에 대해 특히 초점을 맞췄습니다.” 스테벤 슬라네(Steven Sloane) 예술 감독은 말을 잇는다. “우리는 초점이 있는 교육, 연구 및 자유로운 즉흥성이 현재 우리 주변의 니즈와 충동의 욕구에 대한 해답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쇼케이스의 대표작은 핸재의 오페라 최신작 지셀라(Gisela)로, 젊은 세대를 겨낭한 이 작품은 루르트리엔날레(RuhrTriennale Festival)와 드레스덴 젬퍼오퍼(Drsden Semperoper)의 공동 기획으로 제작되었다. “판토마임, 노래, 기악과 무용이 어우러진 이 공연은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창작되었습니다.”라고 핸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창작 공연은 피에르 아우디(Pierre Audi)의 감독으로 9월 25일 루르트리엔날레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우리는 현지 예술 단체들과 협력해서 이른바 “노하우(Know-how)”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루르 지역을 비껴간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시설이나 프리젠터 측면에서 루르 지역의 문화 인프라는 이미 상당히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유럽 문화수도 프로젝트의 목표 중의 하나는 문화수도 행사가 진행된 각 도시가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장기적으로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 이에, 루르 2010의 조직위원회측은 예술 교육과 문화 연구를 다각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모색해 왔다. 올해에는 “현대 예술의 사원”이라 불리는 에센 폴크방 뮤지엄(Folkwang Museum)이 공식적으로 다시 문을 열어, 도서관과 열람실, 다목적 홀, 행사 공간, 창고, 복원 공간 등을 마련했다.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 건축가가 미니멀리스트 글래스(minimalist glass)와 철재 건물의 재디자인 계약을 따내, 한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뮤지엄”(2010년 재개관 기념 전시회 타이틀)이었던 폴크방 뮤지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박물관 재개관 비용은 루르 2010이 아닌 크룹 재단(Krupp Foundation)이 후원한다.
이와 더불어, 도르트문트에서는 진보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른바 창조 경제를 위한 유럽 센터(European Center for Creative Economy, Ecce)가 도르트문트에서 첫 출범을 하게 된 것이다. 구 유니온 양조장(Union Brewery)내에 위치한 센터는 다양한 장르의 창작 산업과 관련된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전통적인 비쥬얼 아트나 공연예술과 더불어 테크놀로지와 뉴 미디어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첫 프로젝트는 웹-TV의 대규모 플랫폼인 “2010Lab”으로 “가상 창작 도시(Virtual creative city)”를 구현하기 위해, 비디오, 블로그, 포드캐스트 등을 실험하는 것이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달라이 라마(Dalai Lama) 등이 주요 온라인 콘텐츠로 제공된다. 또한, 2010Lab에서는 게임산업에서부터 예술 마켓까지 아우르는 창조 경제 11개 지부의 현지 예술가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 콘텐츠도 선보인다.
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그 곳, 현재는 도르트문트 U(Dortmund U)라 불리는 구 유니온 양조장에서는 Ecce이외에도 다른 예술활동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르트문트 대학(Dortmund University)과 도르트문트 고등교육 학교(Dortmund College of Higher Education)가 모두 건물 1층에 상주하며, 4층과 5층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전시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며, 자매결연을 맺은 학교의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라운지도 있다. “1950년대와 60년대 이후, 대단히 풍부한 문화예술 작품이 이 곳 루르에서 창작됐습니다.” 라고 도르트문트 U의 감독이자 예술사학자인 안드레아즈 브뢰크만(Andreas Broeckmann)박사는 말한다. “그러나, 현재 U가 목표하는 바가 너무 광범위해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도르트문트에 사는 대다수 시민들이 문화단체가 선보이는 공연이나 작품들을 더 이상 “자신들의” 문화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요즘 세대는 상당히 색다른 형태의 문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우리 전통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예술 교육과 이들과의 소통이 도르트문트 U를 성공시키는 열쇠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문화수도의 실질적인 성패는 대중들이 문화산업에 대해 한때 지역경제의 젖줄이었던 중공업만큼 가치를 두느냐에 달려있다. “루르는 유럽에서도 독특한 도시입니다.” 2007년에 플라이트겐 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토록 풍부한 문화와 이토록 많은 애국주의자들이 이처럼 작은 공간에 밀집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통이 2010년 이후에도 보존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관광산업과 인프라 개발 측면에서 지금까지 거둔 성과는 루르 2010의 성공을 예감하는 좋은 징조이다. 그러나, 2011년에도 6천 5백 50만 유로의 투자가 헛되지 않게 루르가 그 성공담을 이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www.ruhr2010.de
Ruhr.2010
www.2010lab.tv/en
2010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