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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의 현주소(2) 2010-08-04

일본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의 현주소(2)
가나자와시 사례로 본 다양한 형태의 AIR


글: 기무라 노리코 (프리랜스 공연예술 기획자)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이하 AIR)란 한마디로 정의하면 아티스트의 체재형 창작활동, 그리고 그 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이른다.


일본에서는 최근 15년 사이 다양한 유형의 체재제작이 실로 많은 장소에서 진행되어 왔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인재 발굴과 육성, 지역 활성화나 문화 발전 등의 목적으로 AIR를 시도하고 있으며 그 방법과 지원내용도 천차만별로, AIR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AIR에 대한 시도는 단순히 체재형 창작활동과 그 예술적 결과물이라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아티스트가 체재하는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AIR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지방도시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의 AIR를 소개한다.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는 일본해(동해) 쪽에 위치한 인구 46만 남짓의 중소도시다. 에도시대에는 성시(城市)로서 에도(도쿄), 오사카, 교토, 나고야의 뒤를 잇는 대도시로 번성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의 공격을 받지 않아 시가지에는 지금도 역사적인 풍치가 남아있으며 긴 역사를 가진 문화가 뒷받침이 된 수많은 전통공예, 일본의 3대 정원, 서민문화 등으로 관광도시로서도 알려져 있다.


가나자와에는 재단법인 이시카와현 음악문화진흥사업단이 운영하는 이시카와현립음악당(2001년 개관), 재단법인 가나자와예술창조재단이 운영하는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2004년 개관), 낡은 방적공장을 재활용한 가나자와시민예술촌(2004년 개관) 등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시설을 활용,  복합적인 AIR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지역을 조성해 오고 있다.


이시카와현립음악당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


특히 콘서트홀, 일본음악홀(전통음악), 교류홀 등 세 개의 공연장을 가진 이시카와현립음악당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는 일본 AIR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는 일본 최초의 실내오케스트라로서 1998년에 창설됐다. 초대음악감독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이와키 히로유키다. 그가 오케스트라 창설 당시 내걸었던 컨셉은  ‘가나자와에서 세계로 발신하는 문화’였다. 지방도시가 ‘세계로 발신하는 문화’를 문화전략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거는 일은 종종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 도시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뿐더러 ‘세계’를 내거는 순간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지역을 망각하기 십상이다.


이시카와 현립 음악당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는 이와키 히로유키의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국내외에서 투어 공연을 하고 다채로운 지휘자, 연주자를 초청, 세계의 음악정보 네트워크라는 귀중한 자산을 구축했다. 그와 동시에 세계적 규모의 오디션을 실시, 단원을 구성했다. 당초에는 이와키 히로유키를 비롯한 프로의 눈에 차는 합격자가 열 명 정도밖에 없어 우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전 세계에서 공평하게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도록 1차는 음반 심사를 하고 그 중 선별된 연주자에게 항공비를 제공하여 오디션을 통해 2차 심사를 진행한다. 그 결과, 많은 외국인 연주자가 심사에 참가하고,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수석주자가 계약 사이의 시간을 쪼개 반년, 일 년 단위로 가나자와를 찾게 되었다. 지금은 젊은 연주자가 커리어를 위해 스스로 가나자와를 찾아 기량을 닦는다.

이렇듯 오케스트라 창설에 의해 가나자와의 클래식음악은 세계적으로 비약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대도시라면 어디에서든 가능하고 언제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는 ‘세계’와 동시에 ‘지역’을 지향한다.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에 소속된 연주자의 계약은 기본적으로 1년이다. 그 기간 동안 이시카와현립음악당에서의 연주회는 물론이고 근교 학교에서의 연주회나 장애인을 위한 연주회 등 기획콘서트에 출연하는 것도 이들의 의무다. 또한 정기연주회 때에는 매 공연 전 로비에서 작은 무료콘서트도 열어 시민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 외에 마을의 전통을 살려 노(能)와  콜라보레이션하여 콘서트를 여는 등 동양과 서양의 기호를 하나의 무대에 조화시키는 시도도 매우 흥미롭다. 이렇게 다양한 장소와 관객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여는 것은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단체에게는 볼 수 없는 특징으로 2010년에는 54회의 유료음악회와 120회나 되는 무료음악회가 가나자와시를 중심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지역문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는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를 서포트하는 유료회원 2500명, 찬조회원 600명이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이 숫자는 NHK교향악단의 회원 약 1만 명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1만 명과 2500명에는 숫자상으로는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상 지역의 인구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높은 회원가입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시카와현립음악당은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라는 단체를 상주시키고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는 오디션을 통해 세계의 지휘자, 연주자를 체재시키는 두 가지 AIR로 ‘오케스트라 앙상블 가나자와’가 내건 ‘가나자와가 세계로 발신하는 문화’라는 전략을 진정한 의미로 실현하고 있다.


이시카와현립음악당  www.ongakudo.pref.ishikawa.jp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시민, 지역 산업 등과 연계를 꾀하며 교육, 창조, 엔터테인먼트,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제공, 시민이 참여하는 전혀 새로운 미술관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으로 미술관이면서도 콘서트, 공연, 영화상영, 강연도 기획한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의 AIR는 가나자와미술공예대학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미술가 초청 프로그램이 있고, 작년의 경우 도요타 코이어그래피 어워드 수상자들이 미술관 내 씨어터21에서 레지던스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음악, 사진, 영상, 퍼포먼스를 대상으로 비공모로 아티스트를 선정, ‘공연을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가나자와 발신의 신작을 창작 및 초연하는 것인데, 제작은 공연단체가 하고 공간과 비용은 미술관이 제공하는, 단체와 미술관의 협력사업이다. 아티스트나 공연단체의 체재(약 2주)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와의 교류, 지역에의 현대공연예술 정착, 나아가 현지 스태프가 창작에 참여하여 지역 인재육성과 의식 향상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처럼 지역에서 2주간 정도 체재하면서 지역의 스태프나 인력과 함께 제작과 공연을 하는 ‘공연을 위한 레지던스’가 무용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재팬 컨템퍼러리 댄스 네트워크가 실시하는 ‘일미 안무가 교환 레지던스 프로젝트’와 ‘국제 크리에이티브 레지던스 프로젝트’ 그리고 ‘리저널 크리에이션 프로그램’ 등도 이와 마찬가지 형태의 AIR 프로그램이다.


일본의 AIR는 미술 중심이 압도적으로 많고, 무용, 연극, 음악 등의 공연예술에서 실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미술관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이 이러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열의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큰 의의를 갖는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www.kanazawa21.jp


그 외에 가나자와시에는 가나자와예술창조재단이 운영하는, 공예를 중심으로 한 가나자와유와쿠 창작의 숲 레지던스가 있고 공공시설 이외의 민간에서 운영하는 AIR도 활발하다. 민간단체인 CAAK(카크, Center for Art & Architecture, Kanazawa)는 가나자와에 거주하는 젊은 미술가와 건축 관계자에 의해 결성된 그룹으로 2007년에 낡은 민가를 거점으로 활동을 시작, 가나자와를 방문하는 아티스트에게 자비로 전시회나 콘서트 장소를 제공하거나 인적 서포트를 제공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가나자와시에는 여러 공공, 민간의 AIR프로그램이 있어 시민에게는 다양한 예술분야, 그리고 일본뿐 아니라 해외의 문화까지도 체험하고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뿐 아니라,  7개의 스튜디오와 연습실을 보유한 가나자와시민예술촌의 활동 상황으로도 알 수 있듯이 시민들에 의한 창작활동도 활발하다.


가나자와시민예술촌 www.artvillage.gr.jp


이상 가나자와시의 AIR 상황을 살펴봤다. 이 프로그램들에는 일본에서 실시되는 AIR의 다양한 형태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체를 상주시켜 육성시키고 거기에 소속된 아티스트의 경제적인 면까지를 보장하는 장기적인 AIR, 공연을 목적으로 한 단기적인 AIR, 민간이 직접 제공할 수 있는 만큼을 지원하는 민간교류적인 AIR, 아티스트와 작품제작에 중점을 두는 AIR, 작품제작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중시하는 AIR 등, 목적도 프로그램 내용도 지원 방법도 AIR 프로그램의 수만큼 다양하고 따라서 그 정의도 다양한 것이 지금 일본의 현황이다. 그리고 각각의 AIR가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 지역 문화예술의 특색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또 어떤 형태의 AIR가 일본 각지에서 나타날지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사이트는 일본의 레지던스 프로그램 검색, 일본의 AIR에 참여한 아티스트 소개, AIR에 대한 질의응답, AIR에 관한 기사나 책 소개로 구성되어 있다. 정보는 수시로 갱신되며 구축 중인 사이트이지만 일본 AIR의 데이터베이스로서는 유일한 것으로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


AIR_J http://air-j.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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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무라 노리코 _ 한일연극교류협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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