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2022 KOPIS 공연예술 데이터 포럼 <2022년 공연시장 이슈토크> 2023-01-18
 

변화를 체감한 2022년 공연계를 돌아보며

 
◾ 진행 및 정리: 송현민(월간객석 편집장)

◾ 참여: 김일송(이안재 대표), 윤대성(월간댄스포럼 편집장), 송현민(월간객석 편집장), 박병성(공연한 오후 대표)


지난 12월 14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마련한 <공연예술 테이터 포럼>는 공연예술계의 현황을 각종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고, 나아갈 길을 모색한 시간이었다. 그중 2부는 데이터가 산출되고 적용되는 현장의 이야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에 이어진 <2022년 공연시장 이슈토크>는 김일송(연극), 윤대성(윤대성), 송현민(클래식 음악, 국악), 박병성(뮤지컬)이 함께 하여 2022년 공연계 현상을 되돌아보고, 각 장르별 이슈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4개 이슈가 거론되었다. 특정 공연 쏠림 현상, 티켓 단가 상승, 2022년 공연계 이슈, 그리고 끝에 2023년을 내다보는 전망을 논하였다.
 


특정 공연에 쏠리는 ‘수요 집중화 현상’의 장르별 현황과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김일송: 연극은 중‧대극장, 오픈런, 프로덕션 작품에 수요가 몰린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2주 공연(약 10회)에 비해 중‧대극장 작품은 객석 규모나 공연 기간 면에서 압도적으로 소극장 연극의 관객 수를 능가한다. 오픈런 공연은 한 주에 20회에 가까운 공연 횟수를 선보이며 많은 관객이 몰린다. 창작자(연출가) 중심의 작품보다 프로덕션(컴퍼니) 중심의 작품이 매체를 통해 익숙한 배우나 뮤지컬계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다. 

박병성: 2022년 뮤지컬 시장은 ‘대극장’ 공연에 ‘스타 캐스팅’ 중심의 작품이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엔데믹(endemic)의 기대 속에서 대중이 대면의 기쁨을 느끼고 싶은 열망이 강했고, 공연의 양대 축인 콘서트 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뮤지컬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이 있다. 김준수‧홍광호 등이 출연한 <데스노트>, 박효신‧박강현이 출연한 <웃는 남자> 등 티켓 파워의 스타가 출연한 대작 뮤지컬이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한편 대중이 공연장에 오랜만에 나들이를 하다 보니 브랜드가 유명한 작품들이 잘 된 것도 있다. 고전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브로드웨이 42번가> 등과 스테디셀러 <킹키부츠> 등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윤대성: 무용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무용 시장은 오랜 기간 발레가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그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들이 흔들리면서 다른 발레단은 물론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 공연이 조금씩 차트에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1위의 몰락이 낳은 결과라는 점이 씁쓸하긴 하지만, 애초에 시장 지향성과는 거리가 먼 장르이기에 이들을 제외하곤 추세를 가늠할 수 없었던 후발주자들이 부상하여 공백을 메우고 있다. 무용공연은 정부 지원에 의해 좌우되는 터라, 수요 집중화보다는 공급의 경향 즉 공급의 탈집중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코로나 기간동안 복지와 예술지원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소액다건 지원에 따라 신진 안무자의 출현이 늘었고, 작은 공연들도 많아졌다. 

송현민: 뮤지컬‧연극과 달리 국악은 공연시장이라는 것이 없지만, 그래도 일종의 쏠림 현상은 있었다. JTBC <풍류대장> 등인데, 방송 ‘프로그램’으로 태어난 콘텐츠가 공연 ‘프로덕션’이 되면서 사람들은 스타들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 2020년 이날치 특수로 국악이 주목받고, 공연시장의 가능성과 긍정성이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있지만, 특정 그룹이나 공연 프로덕션에만 쏠리고 있다.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다. 특히 콩쿠르 문화는 대중의 클래식 음악을 향한 관심을 모으는 깔때기 역할을 하며, 특정 공연만 쏠리는 수요 집중화 현상을 낳는 원인이기도 하다.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신드롬은 그가 즐겨 읽었다는 괴테 ‘신곡’의 판매 부수를 늘리기도 했다. 콩쿠르 우승 이후 11월 말에 발매한 음반은 1만 장의 판매 부수를 올리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음반 시장도 호황을 얻은 셈이고, 클래식 음악이라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장르의 선전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이슈는 특정 ‘스타’에게만 집중될 뿐, 클래식 음악계 전반으로 뻗지는 않고 있다.

2022년 3분기 공연시장 동향 분석 자료에 의하면 티켓 단가가 상승한 것으로 보이는데, 장르별 현황은 실제로 어떠하며, 이러한 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나?

김일송
: 연극은 티켓 단가가 상승했어도 시장에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3~5만 원의 티켓 가격은 사실상 들이는 공임이나 물가 변동률, 최저시급 등을 고려할 때 턱없이 적은 수준이며, 지금 수준에서 2배 이상 상승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다만, 현재도 위축된 상황에서 가격을 고가로 책정할 경우에 오히려 관객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여 수익이 줄어들 위험도 있다. 

박병성: 팬데믹(pandemic) 동안 제작사들이 근근이 버텨오다가 오랜만에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매출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관객들도 시장에 몰리면서 할인율을 최대한 자제하여 평균 티켓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제작비 상승, 환율 폭등 등으로 마지노선이었던 ‘15만원’선이 무너지고 16만원(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8만원(물랑루즈)까지 올랐다. 문제는 이렇게 상승한 가격은 시장 상황이 좋아져도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렇다 보니 관객층이 확장되지 못하고 위축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송현민: 클래식 음악 시장도 코로나19로 인한 하늘길 봉쇄와 비행편 축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부족과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해 해외 음악가나 단체들의 내한 공연 티켓 단가가 상승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개인 음악가보다 많은 인원이 이동해야 하는 오케스트라 내한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코로나의 완화로 내한 공연을 계획했으나, 갑작스러운 세계 정세의 변화로 인해 이동과 체류 비용이 상승하여 대대적인 투어를 취소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과거에는 코로나로 인한 취소였다면, 이후에는 물가를 고려한 취소였던 것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음악가들도 역시 같은 경로를 통해 국내 시장으로 이동하기에 이러한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윤대성: 무용은 안타깝게도 해당 사항이 없는 이슈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정확한 비교를 해봐야겠지만 오히려 무용가에겐 지원을, 국민에겐 문화 혜택을 주기 위해 복지 성격으로 진행하는 공공 주도 공연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무료, 저가 공연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났다고 느껴진다.
 
송현민: 국악계의 티켓 거래는 시장성이나 상업성보다는 지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비싼’ 매표를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는 <풍류대장> 등의 대중적 공연의 출현이 반갑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티켓 가격이 오르진 않았다. 여전히 초대권과 지인 초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2022년 장르별 주요 이슈는 무엇이었나? 

김일송: 다른 장르에 비해 조금 더 민감하게 사회적인 이슈에 반응하는 연극계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쟁점이 되는 기후 위기를 다룬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도 연극인들의 관심사로 이에 대한 방법론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아르코예술극장, 두산아트센터 등에서 접근성 매니저 개념을 도입 중이고, 장애 예술에 대한 예산이 증가함에 따라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공연이나 공연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면 공연이 불가능했던 코로나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이머시브( immersive, 관객참여형) 공연도 다시 증가할 것 같다. 관객도 일방향적 전달이 아닌 쌍방향 대화를 전제로 하는 공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박병성: 뮤지컬 시장의 매출액 중 지금까지 가장 높았던 때가 2018년(약 3,800억 원)이었는데, 2022년에 4,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되어 코로나에서 벗어나자마자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도 블록버스터급 공연의 분전은 물론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흥행으로 창작뮤지컬 시장 비중이 꽤 높아졌다. 그만큼 시장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인 듯하다. 더불어 대형 제작사들도 창작뮤지컬 제작에 나섰는데, <더 테일 에어프릴 풀스>(쇼노트), <프리다>(EMK) 등을 꼽을 수 있으며, 2023년 <베토벤>(EMK), <위대한 개츠비>(오디컴퍼니)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공연법에서 뮤지컬을 독립 장르로 인정하면서 좀 더 체계적이며 산업적으로 바라보고 접근할 근거도 마련되었다. 

송현민: 2022년 임윤찬 신드롬은 클래식 음악계에 활력을 더한 사건이었다. 2022년은 물론 2021년부터 콩쿠르 출신의 음악가들이 국내 교수진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현상이다. 국제 무대에서 만든 이들의 값진 경험이 국내 교육과 공연계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씨앗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클래식 음악계는 윤작(輪作)의 시기에 이르렀다 할 수 있겠다. 지금 이러한 로테이션의 회로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연주를 통해 한국의 클래식을 알리고 있지만, 이들이 행하는 교육 콘텐츠도 훗날 한국 클래식의 중요한 동력이 되리라 본다. 국제적으로 볼 때 중국 시장의 봉쇄는 클래식 음악에 적지 않은 타격을 남기기도 했다. 내한하는 해외 예술가나 단체는 아시아 투어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많은 수익을 거대한 시장인 중국과 일본에서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중국 시장의 빗장이 풀리지 않아 아시아 투어를 망설이며 취소한 해외 단체들도 많았다. 

윤대성: 2022년은 코로나로 정체되어 있던 공연 활동이 터져 나오면서 공연 수가 급증했지만, 한편으로는 과도기이기도 했다. 무용계는 정부 지원도가 높은데, 선거와 정권의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새 정권의 문화방침과 방향성도 자리잡지 않은 듯하여 무용계도 붕 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큰 스폰서를 통해 대형공연을 주도해온 주요 국‧공립무용단 단장들이 임기 마지막 해인 것도 큰 흐름이나 동력이 느껴지지 않는 주요한 이유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창단 60주년을 맞은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의 역사는 축하받을 일이었다. 국립무용단은 60주년 작품을 초연하고, 단체의 역사를 잘 정리하여 ‘국립무용단 60년사’를 발간하기도 했다. 비수도권 무용공연 증가와 무용활동의 지형 변화도 눈에 띈다. 무용은 교육기관부터 극장, 문화재단 등 관련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있어서 수도권 집중화가 강했는데, 무용가들의 지방 행렬이 늘고 있다. 지자체 활동이 회복을 넘어 활성화를 이룬 시간이었다. 시 단위 문화재단이 많이 늘어나면서 공연 재원의 투입이 증가하고, 지역 극장의 시스템 개선도 이러한 행렬에 한몫했다. 무용가들도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합당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 

송현민: 국악계는 예술가나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2020년을 강타했던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나 <풍류대장> 등에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예술가들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는 지원이 많아졌는데, 결국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이상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하기에 유행하는 경향을 흉내 내면서 작품의 경향이 동일해지고 이슈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 국악이나 전통음악은 오래된 음악이지만, 살펴보면 창작과 대중화에 대한 암묵적인 강요를 가장 많이 받는 장르다. 창작 경향이 세분되어 여러 색이 공존케 하는 지원과 탕평책의 필요는 2022년은 물론 여러 해 동안 계속 느끼고 있다. 

 

 

김일송
책공장 이안재를 운영하면서, 희곡, 평론 등 연극 관련 도서를 출판하고 있다. 공연문화월간지 씬플레이빌 편집장과 서울무용센터 웹진 춤:in 편집장, 공연예술국제교류 정보플랫폼 더아프로 편집장을 지냈다.

송현민
음악평론가, 월간 ‘객석’ 편집장, 국민대 겸임교수, 국악방송 ‘FM국악당’ 진행자를 맡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서양음악 연구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 국악계 활동으로 국립국악원 70주년 유공자 표창을 수상했다.

윤대성
월간 댄스포럼 편집장 겸 서울대표공연예술제 ‘크리틱스 초이스 댄스 페스티벌 2023’ 총괄감독을 맡고 있다. 한국춤평론가회 최연소 회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서울시 발간 ‘한량무’, ‘국립무용단 60년사’ 등이 있다.

박병성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의 편집장을 역임하고, 뮤지컬 평론쇼 <스테이지 감동정산>을 제작, 진행했으며, 현재는 각종 매체에 공연 칼럼과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뮤지컬 탐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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