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2022-11-30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의 런던 코로넷 극장 공연 후기

전인철_극단 돌파구 연출

극장 전경 / 코로넷 극장(The Coronet Theatre) 제공
극장 전경 / 코로넷 극장(The Coronet Theatre) 제공

런던 노팅힐의 코로넷 극장

2022년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런던 노팅힐의 코로넷 극장(The Coronet Theatre)에서〈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이 3일 동안 공연되었다. 코로넷 극장이 기획한 ‘TIGER IS COMING’ 축제에 참가하였다. 코로넷 극장의 예술감독 안다 윈터스는 크로아티아인으로, 19세기에 오페라극장으로 지어져 1차 세계대전 이후 영화상영관으로 사용되던 노팅힐의 극장을 10여년 전 경매에서 사들여 공연장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 동안 아시아 특히 일본의 공연예술을 런던에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고, 2022년 한국의 예술작품과 예술가를 런던에 소개하게 된 것이다. 안다 원터스는 작품 초청을 위해 코로나 기간에 3개월 동안 한국에 머물며 공연관람과 예술가 미팅을 했다. 2022년 ‘TIGER IS COMING’ 축제에는 미술 부문의 최정화 작가, 음악 부문의 이날치, 무용 부문의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김모든 안무가, 컬렉티브 A 그리고 다원 부문에 태싯그룹, 연극 부문에 극단 돌파구가 참여하였다.

코로넷 극장 예술감독과 안다 윈터스 (Anda Winters)와 전인철 연출 / 극단 돌파구 제공
코로넷 극장 예술감독과 안다 윈터스 (Anda Winters)와 전인철 연출 / 극단 돌파구 제공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코로넷 극장과 예술감독 안다는 돌파구가 2020년 초연하고 2021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선보인 SF연극〈당신을 기다리고 있어(김보영 원작/전인철 연출)〉를 초청하고 싶어 했다. 다만, 극장 도면을 확인한 결과 블랙박스에서 공연하기에는 블랙박스 공간이 너무 작았다. 프로시니엄 무대에 블랙박스를 만들어 공연할 수도 있었으나, 셋업의 시간과 비용이 크게 들었다. 런던이니 한국의 창작희곡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극단이 오랜 시간 공연해 온〈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을 제안했다. 성정체성의 문제가 런던의 관객들에게는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 수 있겠지만, 동시대의 한국 관객들이 고민했던 삶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다.〈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무대와 영상이 중심을 이루고, 이야기와 배우가 이미지를 따라가는 형태였기에 내가 그 동안 유지해온 작업스타일과 달랐다. 배우의 연기에 의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이 소박하지만 창작자로서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극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맞춰진 공연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 이런 고민의 과정에서 경험을 가진 누군가와 상의할 사람이 없었다. 주변에 해외투어에 대해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었고, 그런 경험을 가진 선배나 동료가 없었다. 어떤 단절을 느꼈다.

커튼콜 / 코로넷 극장 제공
커튼콜 / 코로넷 극장 제공

자막 준비과정

영국 투어를 간다고 했을 때, 영국 관객들이 자막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막을 통한 이야기 전달이 힘들거라는 얘기를 아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앞으로 해외투어를 갈 다른 팀들을 위해, 이번 공연의 영어자막 준비과정을 공유한다. 한국문학번역원에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주는 공모사업이 있다. 번역원의 공모사업에 희곡분야로 지원하고, 선정되어 번역을 하게 되었다. 번역가는 이경진님이다. 번역초본이 완성도가 높았고, 이경진님은 번역원 내의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쳐 번역본을 완성시켰다. 이후 극단에서 한국에 살고 있는 영국인 작가 폴 매튜스에게 윤색을 의뢰했다. 폴은 번역본을 공연본으로 바꾸었다. 프러덕션의 매니저인 백교희님이 대사를 한줄 한줄 다시 확인하며 PPT 작업을 했다. 코로넷 극장에서 리허설 하는 과정에서 극장의 프로듀서인 캐시가 이틀의 리허설 내내 객석에 앉아 배우의 언어와 자막을 유심히 지켜봤고. 관객이 자막과 배우의 연기를 모두 보게 하기 위해, 배우가 대사 하기 전에 두 줄이나 세 줄의 자막을 먼저 띄워서, 자막을 읽고 난후 배우의 연기를 즐기게 하는 형식이 이 공연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나누었다. 관객들은 자막을 보고 나서 배우의 연기를 봤고, 이야기 전달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매 순간의 반응이 한국과 똑같아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Hallyu! The Korean Wave

5년 전 방문 했을 때와 다르게 런던에서 한국과 관계된 무언가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코로넷 극장 바로 앞 건물에 한식 전문 식당이 있고, 옆 건물엔 한국 커피 전문점이 있다. 런던을 대표하는 박물관 중 하나인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에서는 9월 24일부터 2023년 6월 25일까지 ‘한류, The Korean Wave’를 전시 중이다. 한국 사회와 역사, K팝과 K드라마 그리고 한국영화와 뷰티를 전시 중인데, 한국인들이 즐기는 정서와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대중문화와 결합되고 확산되었는지를 다룬다.〈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의 런던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도 한류의 분위기 안에서 이해될 수 있었다. 코로넷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연령대가 다양했다. 넷플릭스로 한국드라마에 익숙해 있었고 간단한 한국말도 할 줄 알았다. 관객과의 대화 중 이 공연을 어떻게 보러 오게 되었는지 물었을 때, 코로넷 극장의 인스타 홍보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한국 문화를 즐기는 관객들 중 연극에 관심있는 분들이 극장을 찾은 것이다. 관대에서, 너희들의 과감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 한국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것을 보니 좋다는 얘길 들었다. 런던 관객들도 넷플릭스로 인해 자막을 보며 드라마를 따라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언어가 없는 연극, 셰익스피어를 한국적인 것으로 바꾼 연극이 이제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닌 모양이다. 지금과 같은 한류의 분위기가 속에서, 한국 연극이 좀 더 해외에서 공연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시간 30분의 공연 시간 동안, 한국관객들과 거의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런던 관객들을 보며 많이 놀랐다. 사는 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우리는 같은 경험 안에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교류의 즐거움

코로넷 극장의 예술감독 안다 윈터스에게 한국의 젊은 희곡작가들을 런던의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안다는 한국배우들도 함께 하면 좋겠다면서 세익스피어 너무 지겹다, 과감한 이야기 듣고 싶다며 웃으며 말했다. 연극을 하면서 해외투어에 대해 큰 기대가 없었는데, 코로넷 극장과 그곳을 찾은 관객들을 통해 연극의 새로운 즐거움과 의미를 느끼게 되었다. 기억에 오래 남을 시간이다.

전인철
강릉 출생, 연극연출가이며 극단 돌파구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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