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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팸스살롱 : 전환시기의 레거시와 새로운 리더십 2022-10-26
 

뷰카(VUCA)1의 시대, 균형적 관계를 설계하는 중재의 리더십

홍은지(신촌문화발전소장)

3년 만에 다시 대면행사로 열린 2022 서울아트마켓은 “예술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교류와 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동시대 공연예술의 흐름을 살피는 담론의 장〈팸스살롱pams salon〉의 첫 번째 자리는 ‘전환시기의 레거시와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진행하였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함께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최근 팬데믹으로 인해 수많은 예술활동이 중단되어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동시에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며, 진행을 맡은 임현진 협력감독은 주제를 선정하게 된 맥락을 꺼내 자리를 열었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다양한 리더들이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변화하는 예술 생태계 속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예술단체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는 취지를 전했다. 논의는 먼저 참여자의 단체 소개와 운영의 일원이 된 배경에 대해 듣는 것으로 출발하였다. 필자는 패널 중 하나로 참여하였고, 이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이 글에서 공유하고자 한다.

2022 서울아트마켓(PAMS)〈팸스살롱: 전환시기의 레거시와 새로운 리더십〉
- 일시: 2022년 9월 27일(화) 14:00
- 장소: JCC아트센터 콘서트홀
- 모더레이터: 임현진(PAMS 협력감독, 독립기획자)
- 패널: 홍은지(신촌문화발전소장), 줄리엣 냅(Juliet Knapp, 도쿄 익스페리먼트 공동감독)

줄리엣 냅(Juliet Knapp, 이하 냅) 공동감독이 활동하고 있는 교토 익스페리먼트(Kyoto Experiment)는 2010년 시작된 국제공연예술축제로, 매년 일본 및 해외의 실험적 공연예술작품을 초청해 소개하고 있다. 이 축제는 새로운 대화형식으로 예술과 사회를 가깝게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실험 작품을 선보여 왔다. 축제 개최 십년이 지난 2020년부터 세 명의 공동감독이 운영하는 공동의 시스템으로 방향을 전환하였고, 냅 감독 역시 그 중 한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신촌문화발전소는 2018년 개관한 청년예술인 지원공간으로, 서울시가 건립, 서대문구가 운영하고 있다. 50석 규모의 공공극장을 포함한 복합예술공간으로 창작과정 단계별 지원을 통한 안정적인 창작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필자는 공연예술기반의 다원적 작업 연출자로 창작활동을 해오다 공간 운영에 참여하게 된 몇 가지 계기들을 공유하였다. 지난 십여 년 간 한국예술계를 둘러싼 일련의 중요한 사건들, 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그리고 이어진 미투 운동 등을 통해 예술 생태계에 ‘예술 표현의 자유’와 ‘지속가능성’, 그리고 ‘안전한 창작환경’에 대한 질문과 성찰, 논의가 이어졌음을 상기하며, 공간운영을 통해 이를 탐색해 보고자 했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냅 감독은 2017년부터 페스티벌 홍보팀에서 일을 해오면서 동료들과 ‘축제와 다양한 관객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가’라는 부분을 많이 고려해왔다며, 이 관점에서 출발해 공연 관람이 단지 수동적인 경험에 머물지 않도록 완성된 작품을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정자체를 드러냄으로써 관객이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가올 미래의 리더십에 대한 변화, 디렉터에서 퍼실리테이터까지
이에 덧붙여 집합적인 공동 리더십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필자는 국내 독립예술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와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참조할 만한 사례로 들었다. 이 축제 역시 2015년을 전후로 새로운 세대의 진입과 급변하는 시대에 축제 지속을 위한 대안적 선택으로 일인의 예술감독 체제에서 4인의 운영위원 체제로 운영방식을 전환했다. 인력의존도가 높은 민간축제가 소통 구조의 변화를 감행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쉽게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냅 감독은 공동운영에서 매우 어려운 점은 하나의 결론을 내는 것이라며, 그 자체가 인위적이기 때문에 항상 논의하고 대화하며 그 과정을 관객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항상 무엇이 정답인지, 올바른 것인지를 찾는 경향이 있는데 관객에게 정확한 답을 주기보다 도전적이고 도발적인, 실험적인 것을 제공한다는 페스티벌의 입장에서 경험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공공기관에서도 공동운영단이라는 형태를 새로운 운영방식의 리더십으로 조직하는 흐름이 눈에 띈다. 그것이 어떤 장단점을 가졌는지는 아직 실험 중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다양한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겠으나 하나의 대안적인 방식으로서 우리가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대개 전통적으로 리더십이라고 하면 한 사람의 강력한 지휘체계를 떠올리는데 유연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변화의 시기, 리더십에 대한 요청과 의미를 되짚어보며 감독의 역할에서 중재자의 역할로 리더십의 변화를 감지한다는 임현진 감독은 과거의 레거시에 대한 질문으로 다음 논의를 이었다.

이전의 리더들이 이룬 것은 무엇이고, 다음 세대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
교토 익스페리먼트의 운영전환 시, 유스케 하시모토(Yusuke Hashimoto) 전 예술감독은 이름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꾸어도 좋다고 말했지만 이 페스티벌이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어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했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냅 감독은 이 정신을 교토 익스페리먼트의 레거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과거 실험적인 작품이 여전히 실험적인지’를 고민하며 변화한 관객층과 소통하기 위한 여러 방식을 모색 중이다. 초청작가의 연령대가 낮아졌고, 젠더균형과 지역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이전에 비해 유럽보다는 아시아 작품을 좀 더 소개하는 등 시대의 변화를 축제 프로그래밍에 반영하고 있다.

필자는 청년예술인들을 통해 바라본 한국예술계 전반의 흐름 안에서 과거 레거시에 대한 의견을 이어갔다. 전 세대의 성과는 ‘헌신과 열정’으로 압축해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수많은 발표의 장과 플랫폼 등 없던 길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예술적 성취를 인정해야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반면 그 과정에서 배제된 다양성은 무엇인지, 위계적 문화 속에 묵인된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야하며. 이 지점이 다음 세대로 연결되는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자유로운 발언을 통해 예술적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이전의 예술이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앞으로의 예술은 무엇을 나누어야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우리 앞에 남았다. 임현진 감독은 공동 레거시 시스템(co-legacy system)에 대한 상상을 제안하며 하나의 큰 기관이나 단일 주체가 아닌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우리를 위한 레거시를 함께 지켜나가는 가능성을 그려보기도 했다.

이에 덧붙여 공적지원과 예술의 자유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이전 세대의 노력으로 예술이 제도 다방면으로 진입하여 공적 지원의 폭을 확대하였고, 자본에 취약한 예술활동에 긍정적 영향력을 줄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동시에 예술의 공적지원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공공의 정책 및 의지의 변화가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적지원을 많이 받을수록 예술표현의 자유는 보장되는가, 다른 대안은 있는가,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어떻게 넘어서고 나아갈 수 있는지 등 실질적인 고민이 오갔다. 이에 대해 필자는 공공이 지원할 때 민간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존중할 때 예술의 저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냅 감독은 페스티벌의 공적자금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민간펀딩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과정의 자율성을 지켜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예측불허에 대한 기민한 대응, 협업 관계의 균형
발언을 객석으로 넘겨 참석자의 논평을 들었다. 최석규 PA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이 단일 단위로서 경쟁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협력체로 기능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임현진 협력감독은 중간다리로서, 연결고리로서 다양한 자원들을 연결하는 중재자의 역할 안에서 그 답변을 찾고자했다. 냅 감독은 축제 프로그램 중 간사이 연구프로그램(kansai studies)을 예로 들어 하나의 지역을 매개로 국제적 협력에 열려있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유연하고 탄력적 태도의 중요성을 들었다. 필자는 그 누구도 혼자 답을 내기 어려운 복잡계 안에서 ‘우리가 함께 생각해야하는 질문이 무엇일지’에 집중하고 집단적 해결을 시도하는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예컨대 신촌문화발전소에서 제안했던 세가지의 키워드-여성, 장애, 기술-는 다양한 목소리의 예술적 답변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접근했던 제안이었다.

참석자 라띠 재퍼(Rathi Jafer/ Director, Inko Centre(The Indo-Korean Cultural and Information Centre)는 팬데믹이 던져준 도전과제와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통해 신뢰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공공이나 민간자원 등 비록 가치와 철학이 다르더라도 함께 하는 모든 주체들에게 후원자(sponsor)가 아닌 함께하는 협력자(partner)임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했듯이 인류가 처한 뷰카(VUCA)의 시대, 불확실성의 영향력 아래에서 타인을 생각하는 태도를 돌아보며, 서로를 압도하지 않는 균형적 관계 속에 위기 극복을 모색해나가는 협력의지가 절실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다.

홍은지(신촌문화발전소장)
홍은지는 다양한 공연방식을 고민하고 고안하며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와 함께 공연예술 기반 연출작업을 해왔다. 현재 신촌문화발전소 공간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1 (변동성(Volatility)-불확실성(Uncertainty)-복잡성(Complexity)-모호성(Ambigu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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