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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 컬쳐 허브(Mekong Cultural Hub) 제니퍼 리 인터뷰 2022-10-26
 

아시아 안의 연대 ①

래이리(Räy Lee)_공연연출가, 시노그래퍼

메콩 컬쳐 허브(Mekong Cultural Hub, 이하 MCH)는 메콩지역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문화 실천가들이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메콩 지역에 대한 비전을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MCH는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에 사무실을 두었지만,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 기관에서는 예술과 사회의 교차점에서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데 2018년부터 지역 출신 실무자 150여명을 연결해 전문가 교류, 공동창작을 위한 준비작업 지원 및 협업을 진행하였다. 2022년 PAMS에는 제너럴 매니저인 ‘제니퍼 리(Jennifer Lee)’가〈라운드 테이블: Kofice-Asean / 리얼리티, 회복력, 그리고 전환되어야 할 아세안과 한국의 교류방식〉에 참여하여 이틀간〈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여 공공기금과 네트워크가 적은 아시아 안의 연대에 대한 정보와 생각을 나누었다.

‘메콩 컬쳐 허브’와 동시대적 공감
래이리(Räy Lee): 이틀동안 당신이 패널로 참여한 팸스 프로그램을 참관해서 발표와 토론을 지켜봤는데, 당신은 예술문화계통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특히 아티스트와 사회활동가들의 네트워킹연결에 대한 경험이 정말 풍부한 것 같아요.

제니퍼 리(Jennifer Lee): 저는 공연예술계 장르에서 20년 넘게 일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 제작 매니저, 프로듀서, 이벤트 & 페스티벌 코디네이터, 하우스 매니저 등 10년간 다양한 일을 했어요. 저는 프로덕션 분야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았고, 그 후 프로젝트 매니저, 프로덕션 매니저, 프로듀서, 행사 및 축제 코디네이터, 하우스 매니저로 더 다양한 경험을 했고,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1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이러한 이력으로 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들이 뭔가를 추진하는 걸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들이 함께 뭔가 해 내는 것이 좋았어요. 제가 선도하거나 주도하거나 비전을 리드하는 일원이 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프로듀서로서, 혹은 다른 역할로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않아요.

래이리: 그렇다면 MCH는 당신에게 흥미로운 곳이겠네요?!

제니퍼 리: 네. MCH는 저의 관심사 외 더 많은 것들을 추구할 수 있는 완벽한 곳입니다. 우리의 모기관인 '리빙 아츠 인터네셔널(Living Arts International)'과 자매단체인 '캄보디아 리빙 아츠(Cambodian Living Arts)'가 대만의 문화인 및 문화정책 담당자들을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지역의 더 많은 예술가와 문화 종사자들을 위한 지역 플랫폼을 키우자는 생각이 커졌는데, 대만 문화부를 비롯한 다양한 지원금으로 메콩컬쳐허브, MCH가 탄생하였고, 2017년부터 기관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저는 2018년 6월부터 MCH에 합류했어요.

MCH 단체의 성격은 여러모로 다른 단체들과 다릅니다. 메콩지역 국가 사람들은 아주 비슷하지만, 아주 다릅니다. 저도 그들에 대해서 아는 정보가 전무할 때가 있었죠. 하지만 저는 그들에 대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죠. 우리가 모르는 것들은 정말 많잖아요? 제가 알지 못하는 것을 만났을 때는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것들을 곧 탐험할 것이니까요.

2018년 MCH 동료와 베트남 하누이 VACAS 아트 스튜디오 방문 당시 사진
2018년 MCH 동료와 베트남 하누이 VACAS 아트 스튜디오 방문 당시 사진

래이리: 그 말이 참 인상 깊네요. 저는 독일에서 거주한 지 20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지금도 매일 아침에 눈을 뜰 때는 학생같은 기분이 들어요. 독일은 제2의 고향같은 곳인데도,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지금도 독일이라는 나라, 유럽이라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내가 이해받을 것인지 매일 고민하고 방법을 찾고 있어요.

제니퍼 리: 그 말에 정말 공감해요. 저는 모르는 것을 발견하는 일을 정말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것들은 불완전해요. 100퍼센트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드물죠. 제가 그런 상태를 받아들였더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중요한 건, 제가 사람들을 만날 때 마음이 평안해지니, 그들도 저를 편하게 대하더라구요. 래이리 당신이 처한 상황은 사실 참 귀중한 겁니다. 저는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라고 응원하고 싶네요. 내가 이해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하게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 보다는,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 지 듣고 이해하는 것이 변화를 위한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래이리: MCH에 대해서 설명을 좀 더 해 주시겠어요? MCH 홈페이지에서 메콩 컬처 허브의 중점국가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대만, 태국, 베트남이라고 읽었어요. 메콩 지역의 국가 간의 관계, 문화적 연결이나 차이, 예술가들의 교류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제니퍼 리: 메콩 지역을 잘 이해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할게요. 메콩 지역의 국가들은 지리적으로는 아주 근접해 있고, 발전의 역사는 대략 100년 정도 됩니다. 지금의 국경이 확정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이 지역은 항상 분쟁이 있었죠. 국경분쟁도 끊임없었죠. 지속적으로 비극적인 일들이 터졌죠. 식민지시대의 고통, 내전, 시민전쟁, 공산주의자들의 억압등 어떤 일들이 계속해서 발생한 곳입니다. 태국의 역사를 한번 살펴보세요. 베트남의 다낭, 캄보디아에서, 라오스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외부세력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당하고, 사회적 정신적 지배와 복종을 강요받고 억압당했어요. 국민들은 끊임없이 자기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했어요. 그런 역사가 계속 반복된 겁니다.

이 역사의 고통은 너무 커서 국민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어요. 캄보디아를 보세요. 40년도 채 지나지 않았어요. 40년 전에 이런 고통의 역사가 있었다는 게 믿기세요? 제가 15살 정도 된 청소년이었을 때, 전쟁이 있었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죽었죠. 이 뜻은 현재 메콩 지역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경험했다는 거죠. 그들은 피난과 망명을 반복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죽는 것을 경험했죠. 타인의 억압과 재산의 몰수도 경험했죠. 많은 사람들이 망명했어요. 현재도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또 새로운 망명자들이 외국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미얀마와 태국처럼 여전히 상황이 급변하고 불안정한 나라들이 있어요. 한국도 비슷한 역사가 있었다는 걸 압니다. 이런 비슷한 경험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감대는 동정심과 구별되어야 합니다. 공감대는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공감대야 말로, 글로벌시대에 서로간의 소통을 건강하게 만드는 감각이라고 봅니다. 이같은 내전과 분쟁으로 메콩지역의 문화 및 경제적 발전은 아직 미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비함을 그들의 미개함으로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이런 배경들을 알고 가는 것이 그 지역을 이해하는 기초적 요소라는 것이죠. 개발과 발전이 미비하다고 부정적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개발이라는 의미를 우리는 잘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 세계시민이라고 칭합니다. 우리의 영역을 확장한 것은 좋지만, 세계화라는 공동의 영역 안에서는 수직구조로 서로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가 무엇을 바탕으로 지금의 복지국가가 되었는 지 보세요. 그 배경에는 전쟁과 식민지 정복이 있습니다. 모든 나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풍요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결핍이 있는 곳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되는거죠. 그들의 결핍을 ‘기여’라는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세요. 국가적 교류관계를 경제적인 측면과 문화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문화적 결핍은 지금의 선진국가들의 발전을 위해 착취가 원인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내 자원을 굳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해야 하느냐 하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옳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의 결핍은 결국 다른 사람들의 풍요를 위해 희생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을 근간으로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교류를 굳이 정부와 결부시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세계화 혹은 반세계화’라는 단어들이 불편합니다. 우리는 이 단어를 빨리 변화하는 데만 촛점을 두고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많은 것들이 그냥 사라져 버렸죠.

메콩 컬처 허브의 파트너 그리고 네트워크
래이리: MCH의 주요 파트너는 누구인가요?

제니퍼 리: 자매기관인 ‘캄보디아 리빙아츠(Cambodian Living Arts)’가 있습니다. 이 기관은 지난 25년간 캄보디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살의 생존자이자 음악가로 활동했던 설립자는 캄보디아에서 생존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발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캄보디아의 크메르 르주 정권은 1975-79년에 90%이상의 예술가들과 지성인들을 학살했었어요. 설립자는 미국으로 망명하여 성장한 후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는 문화와 예술로 캄보디아의 사회를 치유하고 싶어했어요. 그리고 캄보디아의 예술인들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고, 전통예술과 문화가 다시 부흥하기를 바랬죠.

당시 대만은 동남 아시아 국가들과의 문화 교류를 포함하는 남향 정책을 펼치고 있었는데, 이것이 "리빙 아츠 인터내셔널" (캄보디아 생활 예술의 모체 조직)과 대만 문화부 간의 협력의 시작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인맥연결(people connection)'과 '공동 제작(co-production)'이 '리빙아트 인터내셔널'과 대만 간의 공통 관심사였어요. 교류를 시작했을 때 예술, 공연, 문화분야에서 이미 지리적으로 교차하면서 많은 부분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캄보디아의 동료들은 대만에 많은 동남아시아의 이주민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래기도 했어요. 부모 중 한 명이 동남아시아 출신인 대만 인구가 40만 명에 달한다는 동남아시아의 출신이었다는 통계자료도 있죠. 말하자면 대만정부가 관심을 가지기 전에 문화교류가 이미 시작된 셈이었어요. 대만정부의 의뢰로 대만과 캄보디아 리빙아츠의 혁신 허브 프로젝트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 당시 진행하던 ‘문화리더 프로젝트 cultural leader project’를 가 있었는데,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이 협력기관으로 프로그램 착수를 위한 예산과 프로그램밍을 후원했습니다. 대만정부도 협력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제가 함께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MCH의 10개국 동료들과 미얀마 양곤(Yangon)에서 관객과 관련한 토론 중인 모습
MCH의 10개국 동료들과 미얀마 양곤(Yangon)에서 관객과 관련한 토론 중인 모습

우리의 관심사는 세가지입니다 : 토론하기 (Disscuss) / 발전시키기 (Develope) / 생각하기(Thinking).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한 것들을 “공유 및 토론하고 발전시키고 생각하자는 것”이죠. 이런 모토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투자를 했습니다. 어떤 시도를 위해 프로젝트를 제작하거나, 어떤 때는 네트워킹을 구축하거나 전문지식 혹은 경험을 공유했어요. 전통적인 역할 - 프로젝트 수행 파트너쉽을 가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주제나 지역과 관련된 국제예술교류 프로젝트를 다룹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필요하다면 지원서를 내기도 합니다. 이 모든 방식이 혼합되어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2, 3년전에 우리와 함께 일을 했던 파트너들이 우리와 함께 일하는 동료(펠로우)나 어드바어저(adviser)들에게 우리 MCH의 활동을 홍보하고 소개했다는 것입니다. MCH가 메콩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연구 및 관련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단체로 알려졌다는 것을 나타내죠. 우리의 파트너들도 대부분 메콩지역에 관심을 갖고, 사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있고, 예술적으로 풀고자 하나, 그 접근 방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이들은 예술과 사회가 결합하면 엄청난 파워를 갖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입니다.

저희가 이런 에피소드를 들을 때, 참 행복합니다. 활동가들이 우리와 일을 했던 펠로우나 어드바이저들의 경험과 조언, 추천을 귀담아들은 것이라는 걸 증명하기 때문이죠. 그들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더 많이 찾아올 것 같아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를 비롯한 MCH의 동료들은 예술을 믿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하게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는 일의 신념입니다. 예술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제니퍼 리(Jennifer Lee)
제니퍼 리는 문화 정책과 예술 경영학을 전공하고, MCH에서 프로그램 개발 및 제작 및 조직화와 프로젝트 관리, 검토 및 보고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20년 넘게 다양한 공연예술분야에서 관객 개발, 공연 서비스, 창작 프로젝트 관리 및 프로그램 기획을 포함한 워크샵 및 예술교육 커리큘럼의 기획과 진행을 담당했다. 그녀의 주된 초점은 문화예술사업을 위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 예술의 사회참여, 인재 육성을 위한 다중 메커니즘, 교류를 통한 다문화 학습/이해, 그리고 지역 문화 교류 및 협업이 용이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래이리(Räy Lee)
공연연출가, 시노그래퍼. 한국과 독일에서 다양한 공연분야 -오페라, 음악극, 연극, 다원예술, 무용, 시각예술- 에서 컨템퍼러리예술 창작 작업을 하고 있다. 공연단체 ’벨린 바이프로덕트 (Berlin Byproduct)’ 예술감독, 독어권 공연창작연구소 ‘벨린수(Berlin-Soo)’ 대표. 한독공연 문화교류를 인정받아 DAAD상을 수상 및 베를린 공연단체 오퍼디나모베스트 (Oper Dyanmo West, 2005~2015활동) 창단 멤버, 공연작품집 『Stadt als Bühne도시무대』 출간했다.
(독일예술서적출판사 Hatje Cantz, 2010) / instagram: @raey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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