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아르코 국제심포지엄 리포트 2022-07-06

Get Real!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 다시 탐색하라!

글: 박지선(프로듀서그룹 도트)

아르코 국제심포지엄ⓒ아르코 국제심포지엄 제공
아르코 국제심포지엄ⓒ아르코 국제심포지엄 제공

펜데믹으로 연결과 이동성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던 2021년 진행되었던 ‘다시, 연결하기(Re:Connection)’에 이어 올해는 ‘다시, 생각하고, 상상하고, 행동하기(Re Think, Imagine and Act)’ 제목의 아르코 국제심포지엄이 6월 7-8일 양일간 열렸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생각과 행동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제목은 코로나의 공동경험으로 확산되고 깊어진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예술의 존재 방식과 역할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던져준다.

지금까지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평균적인 삶의 수준은 계속 높아져 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인류의 생존이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고 있으며, 그 한 가운데 ‘기후위기’의 논의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위기가 인간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2020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서 명백히 밝혀짐에 따라 기후변화 원인에 대한 논란은 사실상 종결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우리는 문제를 만든 것과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했듯이, 새로운 차원의 생각과 상상, 행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심포지엄은 두 개의 주제 키워드를 담고 있다. ‘창조적 마찰과 탈-인간중심주의’이다. ‘마찰’은 고전 역학적으로 보면 운동을 방해하는 모든 힘들을 의미한다. 사회적 맥락 안에서 마찰은 관계 맺음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며, 가장 극단적인 마찰은 ‘전쟁’이다. 하지만, 마찰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수 있을까? 마찰이 없으면 움직임은 존재하지 않고, 어떠한 생산적인 힘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찰을 없애거나 마찰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구축하는 것은 가능한 것인가? 디지털화되고 있는 지금 시대 빌게이츠는 ‘마찰 없음’이라는 용어로 사용자 친화적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대체로 사용자가 ‘왜?’를 생각할 필요가 없을 때 ‘마찰 없음’이 사용자 친화적인 것이다. 주거 공간, 쇼핑, 이동 등 모든 것이 기술로 편리하게 시스템화 된 세상 속에서 ‘마찰 없는 사회’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앞세워 사람들을 마비시킨다. 사람들은 마찰 없는 사회라는 픽션 속에서 살며, 다른 공간에서 발생되는 마찰을 외면하게 된다. 예술의 고유 영역이었던 픽션의 세상이 현실 속에 존재하는 지금, 예술은 새로운 픽션을 창조해야 할 때이다. 존재하는 마찰을 드러내고,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마찰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이 심포지엄의 두 번째 키워드 탈-인간중심주의와 맞닿아 있다. 지구에서 인간만이 유일한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서 벗어나, 예술은 인간과 동물, 식물, 미생물, 기계 등 다양한 지구 위의 생명과 창조적인 마찰을 만들어 내고,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난 포스트 휴머니즘의 철학적 토대 위의 새로운 상상과 행동, 세상을 제시해야 한다.

이상욱 교수 ⓒ아르코 국제심포지엄 제공
이상욱 교수 ⓒ아르코 국제심포지엄 제공

심포지엄에서 다룬 첫 번째 화두는 포스트 휴머니즘이다. 한양대학교 철학과&인공지능학과 이상욱 교수는 포스트 휴머니즘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통해 생태주의적사고, 기후변화, 탈-인간중심주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피고, 포스트 휴머니즘 논의가 인공지능이라는 화두와 직결됨을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휴머니즘을 살펴보면, 우리가 인문주의 또는 인본주의라고 하는 휴머니즘은 시대마다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며, 18세기 사회혁명을 거치면서 인권의 개념이 등장하며, 인본주의는 확대되었고, 휴머니즘은 끊임없이 역사적으로 재규정되어 왔다. 그는 포스트 휴머니즘도 인문주의 전통에서 오래 동안 지속되어 왔던 인문주의에서 검토되어 왔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인 ‘인간 존엄은 무엇인가?’, ‘인간만이 존엄한 것인가?’를 물으며 시작되었음을 강조한다. 남미에서 나비 개체 보호를 위해 나비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거나, 비록 실패하였지만, 갠지스 강의 오염을 막고 보존하기 위해 강에 법인격을 부여하려던 시도 등은 비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민과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상욱 교수는 기후변화 시대, 에코시스템의 권리와 이익의 균형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협력을 제안한다. 인공지능은 인간과 매우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인간처럼 생각하고 상호작용을 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다른 낯선 지능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가 사는 세계들을 보다 안전하고 바람직한 세계로 만들기 위해 기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즉, 인간중심주의 가치를 기계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지능과의 협력을 통해 기계뿐 아니라 다른 비인간과의 상호작용의 방법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파이버(FIBER) 축제의 야를 슐프(Jarl Schulp) 감독이 운영하고 있는 예술, 과학, 기술, 철학, 고고학 등이 융합된 랩에서 진행한 작업 중 따개비 스캔을 이용해 GPT2 인공지능과 결합해 만든 작품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현재 인공지능은 따개비에 대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공상과학 소설의 데이터까지 포함해 학습을 하고 있으며, AI의 파라미터를 몇 개만 변경하게 되면, 비인간 생명체가 사람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바위에도 목소리를 부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시도를 통해 인간이 중심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탈 중심화 된 시각의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행사장 전경ⓒ아르코 국제심포지엄 제공
행사장 전경ⓒ아르코 국제심포지엄 제공

탈-인간중심주의, 포스트 휴머니즘에 대한 논의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인류의 종말의 위협으로 그 논의가 점차 활발해 지고 있는데, 심포지엄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작업의 방식이 다를 뿐 기후변화와 비인간에 대한 사유를 중심에 두고 있었다. 영국의 연극과 오페라 연출인 케이티 미첼(Katie Michell)은 2011년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실을 접하게 되면서 지체 없이 이 문제를 무대로 올리기 위해 노력한 예술가이다. 처음 그녀는 모두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연극적 양식에서 기후변화를 다루고자 했지만, 인간을 기후위기로 몰아넣은 인간 중심주의의 연극 방식이 이 문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연극이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으며, 인간 세계를 바꿀 수 있을지, 연극 제작의 표현의 정치학을 바꿔 나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기후 변화의 위기에 대해서 가장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들을 지속했다. 케이티 미첼을 포함해 많은 예술가들은 기후변화를 하이퍼 오브젝트(Hyperobject), 초 객체로 언급한다. 즉, 규모가 너무나 크고 개입되는 요소가 많으며,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거쳐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고, 어떤 곳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 어떤 곳에서는 10년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시공간이 매우 다양하게 펼쳐진다. 따라서 이해하기가 어렵고, 지구 온난화와 이에 동반되는 생태 위기가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케이티 미첼은 이 하이퍼오브젝트인 기후변화를 관객과 만나게 하기 위해 초기 몇 년 간은 렉처 퍼포먼스의 형태로 과학자와의 협력하며 지성에 호소하는 작품을 창작했으며, 이러한 방식이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현실을 부인하게 한다는 점을 알게 되고, 감정에 호소하는 작품,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무 전력의 작품 등 다양한 시도를 해오다, 지금은 비인간 세상을 작품의 중앙 무대에 세우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을 나무 관점에서 바라보는 작품이다. 벚나무가 인간 중심적인 연극의 초점을 대체할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인간이 풍경이 되었을 때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 과연 연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를 고찰하는 실험이다. 야를 슐프의 파이버 축제에서도 하이버 오브젝트 시스템을 좀 더 작은 규모로 보여주는 작품인 <얼음의 법적 지위>라는 작품을 보여주었다. 북극의 석유와 가스 자원 채굴을 둘러싸고 발생하고 있는 여러 국가 간의 분쟁과 그 안에서 녹고 있는 북극의 풍광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탐색하고 있다. 즉, 기후변화의 진실을 어떻게 다른 비주얼 혹은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고 기후 변화의 영향과 그 기원의 복잡성을 알릴 것인가, 이 질문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감각적인 예술과 디자인, 공연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다 감각적인 구성과 이미지 메이킹 또는 추측을 새로운 사고방식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을까 등, 파이버 축제와 심포지엄 참여 예술가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다양한 연구와 작업을 통해서 해답을 찾고자 했다. 파이버 축제는 기후 상상의 프로젝트를 통해 화석 연료가 없는 세상에 대한 상상과 사유를 제안했다. ‘변이’를 사고의 한 방식으로 두고, 새로운 전략 혹은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혹은 변화하는 세계에 어떻게 적응할지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했다.

네덜란드의 또 다른 축제 STRP의 톤 반 굴(Ton van Gool) 감독은 2020년 탈 인류세, 2022년 무한의 끝을 주제로 삼고 인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예술가들과 상상해 보며, 인간이 없는 세상이 스스로를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인지와 점점 더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예술가들은 기후변화와 비인간 서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고착적으로 미래는 인류의 파국 또는 낭만적 구원이라는 두 개의 축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예술이 진정으로 대안적 미래를 사색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Get Real! 현실을 직시하라! 고 외친 후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주제적 탐색을 다시 시작하라고 이야기 한다.

박지선

박지선
박지선은 연극, 무용, 다원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 걸쳐 활동하는 기획자로 축제, 레지던시 기획, 작품 제작 및 국제 네트워크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 경계, 기술과 예술, 기후와 예술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예술가와 새로운 탐험을 하며 예술의 동시대성을 탐구하고 있다. 2022아르코 국제심포지엄 프로그램 기획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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