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찾아 나누고 협력해 혁신하다
_PA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석규 인터뷰
2021-09-01

찾아 나누고 협력해 혁신하다
_PA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석규 인터뷰

김일송(더아프로 편집장)

서울아트마켓로고

2021 서울아트마켓(이하 ‘PAMS’)이 변하고 있다. PAMS는 국내 공연예술 작품들의 합리적 유통과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해 2005년 창설된 국제공연예술 플랫폼으로, 그동안 쇼케이스,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의 장으로 기능해왔다. 그리고 매 시기 변화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격변하는 정세, 국제 공연예술 시장의 다변화와 진일보하는 기술, 무엇보다 2020년 시작된 팬데믹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답변하기 위해 PAMS가 변화 중이다. 방향타를 쥔 최석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로부터 방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난해부터 PAMS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변화의 방향 설명 이전에, 전환을 꾀하게 된 배경 설명 부탁드린다.
PAMS는 2005년에 시작되었는데, 그때와 지금 아트마켓에 요구되는 역할이 상당히 다르다. 먼저 대외적으로 공연예술시장의 국제적 관계가 달라졌는데, 2000년대 초기는 국내작품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때였고, PAMS가 국내작품의 해외 진출을 돕는 역할만 수행해도 되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축제와 공연장이 이런 마켓의 기능을 겸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울산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Asia Pacific Music Meeting같은 축제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교류 플랫폼의 역할을 했다. 아쉬운 건, 이들 축제나 공연장이 마켓과 유기적 관계를 전혀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외적으로는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의 중어권 예술이 국제 공연예술시장의 경쟁을 가속화시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 투어 중심의 해외유통방식이 공동제작, 레지전시, 리서치 랩을 통한 다양한 국제이동성의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국 해외유통, 국제이동성의 다양화와 다각적 전략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KAMS’) 내에 PAMS의 위상변화가 있었다. 초창기에는 센터의 프로그램들이 PAMS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PAMS가 진화하면서 센터스테이지코리아Center Stage Korea와 저니투코리안뮤직Journey to Korean Music 등으로 사업이 분화되었다. 이후 센터의 지원대상이 시각예술과 사회적 기업으로 넓어지고, 통합전산망까지 관리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센터 내에 다양한 팀이 생겼다. 또한 일부의 사업들이 한국국제교류진흥재단으로 이관되면서, 전체적으로 사업이 다양화는 되었지만, 유기적 관계성과 협력은 약해지게 되었다. 결국 PAMS의 중요성과 그 역할이 이전보다 축소된 느낌이다. 정리하면 국내 공연예술시장의 변화와 해외시장의 변화, 그리고 KAMS 내부의 조직변화가 PAMS의 변화 배경이다.

마켓에서 유통 개념의 확대

관건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것 같다.
그래서 KAMS에서 의뢰한 ‘서울아트마켓 중장기 발전계획 연구’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사무국 팀과 몇 개월 동안 ‘포스트 펜데믹을 준비하는 국제 공연 플랫폼 혹은 네트워크로서 PAMS는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해 내부 워크숍을 가졌다. 중요한 건, 해외 진출이나 유통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었다. 이전에 유통방식은 ‘작품투어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후에 공동제작이나 레지던시 등으로 유통방식의 변화가 있었는데, 이렇듯 유통의 개념을 재구조화, 다각화, 다양화하는 게 첫 번째 미션이었다.
공연예술에서 유통이란 상품인 작품을 유통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그 작품을 만드는 사람, 즉 예술가, 예술 단체 그리고 기획자에 주목하는 것이다. 예술가와 기획자의 예술적 지향점, 가치 그리고 다양한 생각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면, 유통의 방식도 다양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출이나 안무의 형태, 희곡과 음원 등이 다양한 형식이 가능하다. 또한 최근에는 지역 관객개발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따라서 창작자의 콘셉트를 기본으로 현지 관객과 함께 만드는 콘셉트 투어링Concept Touring도 가능할 것이다. 한편으로 콘셉트가 출중하다면, 물리적 결과물인 작품이 없어도 ‘생각과 아이디어의 유통’도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PAMS에선 아이디어가 좋은, 과정 중에 있는 작품들도 PAMS 초이스에 선정했다. 중요한 건 창작자다.
물론 단번에 쉽게 변화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예술가의 다양한 형식의 이동성이 유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올 거라고 본다. 물리적 이동은 지양되고, 사람이나 아이디어, 콘셉트의 이동이 많이 질 것이다. 그러려면 유통을 고정화하면 안 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팸스커넥터

좋은 의도다. 그러나 최종 결과물을 예상할 수 없는 과정 중의 작품을 유통하는 게 그리 쉬워 보이진 않는다.
유통의 다각화가 일어나려면 섬세한 매칭과 전략적 케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센터 인력은 행정과 운영의 전문가이지, 공연예술 현장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외부 인력을 투입해 예술감독, 팸스커넥터 등의 임무를 맡겨 현장과 국내, 해외를 연결하는 전략적 디자인을 짜게 했다. 내부인력과 외부 인력의 이원체계가 첫 번째 과제다.
다음으로 KAMS 내 유기적 관계성도 중요하다. 각자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 긍정적이다. 현재 KAMS 커넥션KAMS Connection은 리서치, PAMS는 플랫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는 관객을 만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센터스테이지코리아Center Stage Korea와 저니투코리안뮤직Journey to Korean Music은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더 유기적으로 구조화해, 리서치를 통해 제작하고 투어 가는 형태를 구축하는 게 두 번째 과제다.
그러나 내부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외부 조직과 연대, 협력의 파트너십이 절실하다. 그래서 장르별 축제와 공연장, 창작센터, 해비치마켓 등 국내의 연계기관과 유기적 관계를 맺어 네트워크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했다. 해외 쪽도 장르별, 주제별 파트너십. 제작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방콕공연예술회의 BIPAMBangkok 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Meeting, 요코하마공연예술회의 TPAMPerforming Arts Meeting in Yokohama, 호주아트마켓 APAMAustralian Performing Arts Market 등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와 인력의 유통이다. 담론을 만들고, 새로운 국제적 이슈를 토론하는 자리에서 파트너가 되는 역량 강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더해 당장은 아시아, 유럽, 그리고 북미 시장이 중요하지만, 지금의 유통 구조에 빠진 아프리카나 중동, 남미 쪽에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연결 파트너를 구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조직의 전문화와 유통 구조의 전환, 그리고 협력 거버넌스 파트너십의 구조를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

조직의 물리적 구조만이 아니라, 시간적 구조의 변화도 있는 듯하다.
연중 구조 형식이 PAMS, PAMS ON, PAMS Season으로 나뉘던데.

가장 큰 변화는 시즌 프로그램의 마련이다. 이전의 방식은 해외에 소개할 단체를 수월성 위주로 선정해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선정단체 수나 경향의 한계가 있었다. 단적으로 인지도 높은 단체 위주였다. 반대로 다양하고 역동성 있게 성장한 한국의 동시대 공연예술의 현재를 소개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러한 국내공연예술의 현재성과 동시대성을 소개하고자 팸스시즌PAMS Season을 만들었다.
팸스시즌은 시기별로 하나의 장르나 주제를 집중해 선보이는 자리로, 내년에 무용으로 시작한다. 시댄스와 부산국제춤마켓BIDAMBusan International Dance Market, 서울무용센터Seoul Dance Center, 국립현대무용단Korea National Contemporary Dance Company 등과 코어 파트너십을 맺고, 해외에도 파트너십을 맺어 주제를 가지고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국 무용 현장과 예술가를 소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아트앤테크’, ‘무용과 사회’, ‘젊은 창작 무용 안무가’ 등의 주제로 다양한 예술가를 소개하고, 해외의 무용전문가를 불러 한국공연의 다양성, 역동성, 현재성을 발견하게 해주려 한다.
그리고 이전에는 PAMS가 10월에 한 번 열렸는데, 행사가 끝나면 모든 게 문 닫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창작자들이나 프리젠터들과 지속해서 유기적 관계를 맺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팸스온PAMS ON은 이를 해결하고자 만든 것으로 온라인상에서 동시대 화두와 핵심 이슈들을 토론하는 장이다. 한 달에 한 번, 에어밋Air Meet에서 만나 예술가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네트워크와 컨퍼런스도 가능하다. 그걸 상시로 운영해 늘 관계 안에 존재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연중,연대,서울아트마켓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올해 PAMS의 비전과 미션은 네 가지다. Discover, Share, Collaborate, Innovate.
첫째는 우리 공연예술의 현재성을 보여주고, 새로운 실험을 소개하는 동시대 작품을 발견Discover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국내작품이 대부분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조금 더 확대해 아시아공연을 같이 소개하는 형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시아의 창Shared Asia’이라고 해서, 아시아의 창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이러한 일은 혼자 할 수 없다. 이전 질문에 답변했듯, 협력관계Collaborate가 필요하다. 아시아, 북미, 유럽의 다양한 네트워크와 협력해서, 같이 공유되고 협력할 수 있는 장을 열려고 한다. 우리는 시각과 관점을 가지고 동시대 담론을 공유할 수 있는 장. 그게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공유의 장Share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서 질문이 생긴다. 팬데믹 상황이 가속화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제 유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럽에서는 예술가들이 기후위기 문제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렇듯 국제 이동성에 관한 질문과 더불어,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새로운 소비 행태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 유통과정에 대한 혁신Innovate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작과 유통, 소비가 하나의 체인으로 연결되어 온라인으로 가는 시대에, 플랫폼을 어떻게 재구조화해야 할까. 이는 또한 관객에 대한 관점의 조정을 필요로 한다. 관객이 극장으로 오지 않는다면, 온라인상에서의 수동적 관극이 아니라 적극적 참여를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넥스트모빌리티Next Mobility를 준비 중이다. 올해 국내 리서치로 시작해서, 내년에 국제협력 리서치와 공동 창작과 제작의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아트마켓 미션/비전

넥스트모빌리티Next Mobility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넥스트모빌리티는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에 국제 이동성 유통은 무엇이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즉 ‘테크놀로지의 일상화 시대, 기후위기와 물리적 국제이동성의 제약을 겪고 있는 공연예술계에서 최소한의 물리적 이동 혹은 물리적 이동을 하지 않고, 디지털 창작 공간에서 작품을 만들거나, 디지털로 생각이 이동돼서 현지의 예술가들과 현지의 관객들과 같이 공연을 만드는 형태는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관람 방식도 예전에는 물리적이었지만, 이제는 버츄얼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
올해는 다섯 명의 리서처들과 오픈 콜을 통해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9팀이 함께 한다. 이들과 함께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공동주제를 가지고 리서치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발자국 측정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공연 제작할 때 조금 더 그린Green 하게 만드는 방식도 고민 중이다. 또한, 온라인 관객개발의 방식 등 주제별로 다양한 담론을 심화해보고 있다. 디지털 일상화된 젊은 세대들이 감각하는 방식은 전 세대와 다르다. 기존의 고전적 방식과 감각을 공유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이전과 다른 것을 찾고 확장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리서치 결과 공유회도 갖고, 필요하다면 미래의 국제이동성을 위해 예술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툴킷toolkit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국내외 아티스트와 함께 국제 이동성의 가능성을 시도해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씀 부탁드린다.
이제 마켓의 개념의 변하고 있다. 여전히 고전적인 마켓도 존재해야 하나, 담론을 나누고 관계성을 맺는 플랫폼이 되어야만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것들이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는 마켓이 되어야 한다. 플랫폼의 중심에는 예술, 예술가, 기획자 즉 사람이 있어야 마켓이 형성된 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또한 디지털 환경이 기반이 되는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동제작이나 디지털 이동에서의 저작권Intellectual Property문제도 더 세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형식의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국제적으로) 이동된다고 했을 때, 윤리의 문제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작을 하다 보면, 한국의 윤리적 잣대와 유럽의 윤리적 잣대가 같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개인의 생각 차이와 민족적으로 문화의 차이 있다 보니. 문화적 해석이 굉장히 다른 경우가 많은데, 국제 공동제작에서 작업에서 어느 아이덴티디가 유지되어야 하고, 어떤 부분은 변경 가능한지,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당장은 올해 PAMS를 잘 치르고, 이러한 변화의 지속성을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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