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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서울아트마켓 리뷰 - 잇다, 끌다, 열다! 2016-10-24

2016 서울아트마켓 리뷰 - 잇다, 끌다, 열다!
 


조선시대 농민들이 흉년을 극복하기 위해 물물교환을 하던 모임에서 시작된 민속시장(5일장)은 18세기 이후 ‘장터문화’로 발전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기능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물자가 만나는 연결망(network) 역할을 하면서 경제적 행위뿐만 아니라 각종 놀이와 연회를 하는 장소로 각광받으며 정보를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 된 것이다. ‘볼거리(spectacle), 살거리(product), 알거리(information)’로 발길을 이끄는 시장의 매력, ‘2016 서울아트마켓(PAMS; 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 이하 팸스)’에서 그 가치와 매력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5일장을 연상시키는 팸스는 지난 10월4일부터 8일까지 닷새간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갤러리 등에서 국내외 예술단체의 쇼케이스 및 부스전시, 학술행사, 네트워킹 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연극, 무용, 음악, 다원 분야를 망라해 한국 공연예술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선보이는 예술플랫폼, 또한 국내외 정보공유 및 네트워크 확장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국제교류의 장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 포커스세션 © 박예림

▲ 포커스세션 © 박예림

중동, 오일(Oil)이 아닌 예술로

개막당일 식전행사로 진행된 포커스세션 주제는 흥미롭게도 ‘중동’의 예술이었다. 사실 ‘중동’하면 오일이나 국지적 분쟁들, 사막의 기적 등이 언뜻 떠오를 뿐 그들의 예술을 주목하는 건 무척 생경한 일이다.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이란, 이집트, 오만, 모로코 문화예술 관계자들로부터 듣게 된 중동문화예술의 현장 이야기는 세계어디에서나 공유되는 예술의 가치와 역할을 공감하는 동시에 미개척 예술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특히 열린 예술 공간의 구현으로 중동의 지역분쟁문제해결에 접근하는 노력과 여성 및 소외계층 등 사회적 담론을 담은 예술 활동으로 민주화를 촉진하는 시도들은 오히려 한국사회가 간과하는 예술의 사회 공동체적 기능을 상기시키는 사례라 하겠다. 

▲ 리셉션 © 박예림

▲ 리셉션 © 박예림

익숙한, 그러나 낯선 시선

개막식 당일 대학로 일대가 다소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팸스를 통해 해외예술교류를 경험한 주역들의 영상으로 행사의 목적과 함축적 의미를 제시하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식후 공연은 한국의 장단과 운율로 재해석된 ‘로미오와 줄리엣’(극단 목화)이었는데 리셉션 자리에서 만난 외국인들의 호응과 호감을 보면서 우리 예술에 대한 익숙한 시선이 아닌 낯선 시선으로 보는 관점으로부터 해외교류의 첫 단추가 끼워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곧 새로운 시장은 새로운 장소 이전에 새로운 시선에서 개척된다는 것이다.  

▲ 마크볼 예술감독, 라운드 테이블 © 박예림

▲ 마크볼 예술감독, 라운드 테이블 © 박예림

 

둘째 날부터 3일간 팸스의 아침을 연 라운드테이블은 국내외 공연예술계의 최근 이슈를 현장과 접목하며 다양한 주제로 풀어냈다. 학술행사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여타의 프로그램에 비해 참여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북미 공연예술시장(지역축제)소개, 국가 메가 이벤트 계기 문화예술기획전략, 평창문화올림픽, 과학기술 협업을 통한 예술 창작, 아시아의 새로운 협력’의 제목에서 보듯 예술기획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길라잡이로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 특히 공연예술과 IT융합에 있어서 ‘사회적 윤리와 책임’이 강조된 공통의 목소리는 시대적으로 주지할 만한 내용이다. 문화예술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입장에서 연구의 주제로 발전 가능한 아이디어와 소스를 얻고 자극받는 건 라운드테이블이 준 행복한 보너스가 아닐 수 없다.  

국내외 심사를 통해 우수 공연예술 작품으로 선정된 작품들인 ‘팸스초이스(PAMS Choice)’ 쇼케이스는 팸스 기간 중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또한 팸스 동 기간 동안 전국의 곳곳에서 진행되는 공연들을 ‘엮어 할인 및 무료혜택을 제공하는 ’팸스링크’는 그야말로 볼거리의 향연과 축제로 확장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엄선된 작품들을 감상하며 동시대적 예술경향과 예술적 완성도를 가늠하고, 창조적 영감과 발전적 적용의 접점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서 펼쳐진 쇼케이스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되어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 부스전시장 © 산타안

▲ 부스전시장 © 산타안

준비된 만남, 결과보다 과정을

예년에 비해 규모가 약 45% 커진 부스전시는 국내외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해 공연예술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주고받는 열린 마당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었다. 특히 해외부스 참가자들은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었는데, 일례로 멕시코정부운영단체에서는 상담자에게 장르와 진출예상 분야, 구성원 등에 대한 자세한 질문을 통해 자국에 진출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단체 및 대표의 명함을 제공하고 그들의 특징과 장점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자국의 예술단체들의 정보를 숙지하고 적극 홍보하는 준비된 모습에 멕시코에 대한 인상과 호감도 역시 높아졌다. 이에 반해 국내의 몇몇 부스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운영을 하고 있거나 부스 담당자가 부재한 곳이 있었는데, 이러한 점들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각 부스에 대한 차별화, 원활한 운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부스전시에 참가한 공연예술단체 및 개인이 자신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팝업스테이지는 쇼케이스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품의 제작과 공연, 반응 및 평가에 이르는 기획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미 국내를 포함해 국제교류의 경험과 성과를 가진 해외단체들의 짧지만 인상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것만으로도 해외진출을 도모하는 예술인과 기획자들에게는 유용한 샘플이 되었을 것이다. 작품소개 후 즉석에서 공연섭외 문의와 논의가 진행되는 모습이 눈에 띠었다.

▲ 팸스나이트 © 산타안

▲ 팸스나이트 © 산타안

사람에서 사람으로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영국문화원, 액세서블 아츠 앤 컬쳐(Accessible Arts and Culutre)가 각각 주관한 세 번의 팸스나이트는 마치 공간을 이탈해 외국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는 듯한 즐거움이었다. 각국의 이벤트자체가 워낙 차별화되어서 축제를 즐기는 참가자들에게는 갑절의 기쁨이었을 것이다. 특히 우리 동네 작은 바(bar)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 아티스트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영국의 밤이 특별한 선물로 기억될 ‘꿈’같은 시간이었다면, 중년 신사들의 어쿠스틱 포크송으로 이어진 핀란드의 밤은 일상에 흐르는 예술의 감흥을 돋운 ‘삶’의 시간으로 비유하겠다. 아울러 한국의 공연예술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만큼이나 해외의 다양한 공연들이 국내에 자연스럽게 멍석을 깔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국민들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의 관심을 견인하고 그 자체로 문화콘텐츠가 될 가능성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 폐막식 © 산타안

▲ 폐막식 © 산타안

 

어느 행사나 폐막식까지 성황리에 진행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팸스의 폐막식이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일이나 행사가 아닌 ‘사람’에 초점을 둔 점이다. 애정상, 열정상 등으로 수여된 위트 넘치는 시상식은 5일 동안 눈인사를 하며 친숙해 졌던 국내외 참가자들의 마음을 묶어주며 한층 더 거리를 좁혔다. 해외진출, 국제교류 등의 거창한 목표나 슬로건이 아니더라도 웃음과 박수로 소통되는 마음의 거리를 좁혀준 것이다. 더욱이 마지막 순서에 팸스의 주인공으로 소개된 자원활동가 팸시안(PAMSIAN)들의 이름이 일일이 호명되는 순간 객석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환호와 박수는 가슴 뭉클한 감동의 여운으로 남았다. 곧 예술, 시장, 세계화, 네트워크,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사람’이 있음을 되새긴 것이다. 5일간의 팸스를 돌아보며 ‘잇다, 끌다, 열다!’로 축약해 본다. 폐막식은 팸스를 통해 서로 이어지고, 끌리고, 열린 만남과 인연을 발판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개막식이다.
이별을 아쉬워하고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진한 인사를 나누는 세계인들의 모습 속에서 소통의 장으로 확장된 우리네 장터문화가 오버랩 되었다. ‘삶의 현장에서 예술이 실현되고 예술의 현장에서 삶이 이어지는 장터’로서 팸스가 세계인의 장터문화로 발돋움하기를 응원하며 2017년 팸스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지면상 리셉션, 피치세션, 스피드데이팅 등의 소개가 생략됨을 아쉬움으로 남긴 채, 2017년 팸스를 직접 경험해보길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 기고자

  • 주희현(국민일보 마이트웰브 운영이사회 이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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