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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의 이야기와 판소리다움을 찾아 나가는 두 창작자의 여정 2016-10-06

동시대의 이야기와 판소리다움을 찾아 나가는 두 창작자의 여정
 


‘판소리만들기-자’는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 <억척가>에 이어 남미 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방인의 노래>, 그리고 한국 소설가 주요섭의 단편 ’추물’ ’살인’을 판소리의 형식으로 무대에 올리며 늘 새로운 판소리로 관객의 귀와 눈을 매료시켜왔다. 익숙하지만 낯설고 새로운 형식의 판소리. 그들이 올해 선택한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이다. 소설가 김애란의 ‘노크하지 않는 집’을 원작으로 한 판소리 <여보세요>이다.
텅 빈 무대 한편에 놓여있는 2단 공간 박스와 그 위에 차갑고도 무겁게 놓여있는 메트로놈이 이번에도 심상치 않은 작품을 보여줄 듯 관객의 시선을 모은다. 검고 긴 머리를 단아하게 묶고 한 손에 부채를 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소리꾼 이승희, 그 옆에 북 외에도 소소한 악기들과 소품들을 놓고 소리꾼의 미소에 화답하는 고수 이향하가 앉아 있다. 소리꾼의 입에서 자명종의 진동소리와 ‘카톡’의 사운드가 튀어나오리라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판소리 <여보세요>는 ‘판소리만들기-자’의 지금까지 작품과는 또 다르게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로 관객에게 성큼 다가온다.
‘판소리만들기-자’에서 판소리의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창작자 소리꾼 이승희와 고수 이향하를 만나 그들의 삶과 판소리, 전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필자와 판소리만들기-자 소리꾼 이승희, 고수 이향하 © 박예림

▲ 필자와 판소리만들기-자 소리꾼 이승희, 고수 이향하 © 박예림

만남

소리꾼으로서 고수로서 판소리를 시작한 배경과 판소리만들기-자에 결합하게 된 배경은?

이승희 :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웃음), 서울에 올라와서 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어요.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어느새 외부에서 소리꾼으로 작업할 나이가 되었어요. 지인들의 소개로 자연스럽게 예술계의 다양한 작가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2009년이었던 것 같아요. 판소리만들기-자에서 소리꾼을 찾는다고 해서 오디션을 봤고, 사람들의 연으로 안은미 선생님과 장영규 선생님도 만나게 되고 다양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향하 : 저는 대학에서 타악기를 전공했어요. 타악기는 집중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요. 정악 쪽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고요. 대학 때부터 이자람 씨가 작업한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에 참여를 했고, 2007년 <사천가>를 처음 창작할 때 판소리만들기-자를 같이 시작했어요. 사실, 처음부터 판소리에 관심이 많았다기 보다는 타악 연주자로 여러 가지를 경험한 후에 사천가와 억척가의 창작과정에 함께 하면서 판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 진로가 판소리를 만드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고수라는 독보적인 타악기 주자로서의 포지션이 너무 재밌고, 판소리가 제 일이 된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과는 거꾸로 갔다고 해야 할까요. 창작 판소리를 하다가 판소리 공부를 더 깊게 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판소리를 잘 몰랐어요.(웃음)

전통 판소리 & 창작 판소리

한 분은 전통에서 창작 판소리로 또 한분은 창작 판소리에서 전통 판소리까지 깊이를 더하고 계신 것 같은데, 두 분에게 판소리의 매력은?

이향하 : 저는 판소리가 너무 재밌어요. 어릴 적부터 구연동화도 너무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이야기를 해주는 거잖아요. 판소리는 소리꾼이라는 필터를 거쳐 이야기를 듣는 거고요, 저는 그 부분이 참 편안하고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음악적으로도 리듬과 어떤 뉘앙스들이 매우 고급스럽게 전달되는 것 같고요. 저는 소리꾼과 고수가 단둘이서 아무것도 없이 무궁무진하게 이야기를 펼쳐주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소리꾼은 소리로, 저는 제 포지션에서 그것들을 찾아서 만드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이승희 : 어릴 때 소리를 했을 때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저 목에서 나오는 기량만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높게 단어들을 야무지게 낼 수 있는지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판소리만들기-자에서 <사천가>를 하고, 이전에 전통 판소리에는 없던 연출이라는 역할을 만나게 되고,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사천가>는 초연을 이미 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극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많은 설명을 해 주셨어요. 그러면서 ‘아 판소리는 이야기였지.’ 하는 생각이 처음 들어오더라고요. 목소리를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이끌어 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판소리의 다른 면을 보게 되는 거예요.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어떤 소리꾼’이 전달하느냐에 따라 다 다른 거예요. 각자 다 다른 재미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이향하 :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연희를 하기 때문에 집중하기가 수월하고, 그래서 더 이야기에 빠지는 것 같아요. 어른들의 전통 판소리를 들을 때도 작품을 알고 보니까, 정말 기가 막힌 거예요. 알면 더 많이 볼 수 있는 게 확실한 것 같아요.

▲ <여보세요> © 판소리만들기-자

▲ <여보세요> © 판소리만들기-자

전통 판소리와 창작 판소리는 분명 많은 차이점이 있는데, 그런데도 소리꾼과 고수 둘이 무대를 채워 나간다는 양식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 같다. 창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향하 : 전통 판소리는 소리꾼이 선생님의 소리를 그대로 받아서 연희하면서 공력을 쌓아가는 거라면, 창작 판소리는 어쨌든 이야기를 찾는 것을 시작으로 있는 것을 다 버무려서 만드는 것이라 작업이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창작 과정에서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판소리다운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에요. 판소리답다는 것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은 어렵지만, 창자와 고수 단둘의 구조도 그렇고, 이야기하는 방식에서도 음악적인 면에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판소리다운 방법이 있을 텐데, 그게 무엇일지를 늘 찾아 나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이것저것 펼쳐놓고 다 해보다가도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장 기본만 남겨 놓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이승희 : 이번에 <여보세요>를 창작하면서도 대본이 나온 후에 향하 씨와 작창을 하고 음악 구성을 해야 하는데, 같은 장단이 너무 지겨우니까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는 곧 다시, 이게 옳은 선택일까 고민하다가 다시 기본 장단으로 돌아가고, 정말 깔끔하게 판소리 조로 하는 것이 딱 맞는 경우도 있고, 새로 찾은 것이 정말 너무 잘 들어맞을 때도 있고, 항상 여러 번 생각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향하 : 가장 판소리다운 것은 역시나 소리꾼의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라는 점인 것 같아요. 우리가 담고 싶은 철학이나 이야기를 소리꾼의 입을 통해 전달하기 때문에 최대한 함축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찾으려 하는데, 연출이자 작가인 이자람 씨와 작업할 때 그 분도 소리꾼이다 보니 협업이 잘 이루어졌어요. 소리꾼이 원하고 이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찾아 나갔다고 해야 할까요. 판소리를 창작하는데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동시대성인 것 같아요. 낡거나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내 이야기 같고, 엄마 이야기 같고, 친구 이야기 같이 공감할 수 있는 현재에 유효한 이야기를 찾는 거죠. 

이승희 : <여보세요>는 특히나 더 그런 것 같아요. 한국 소설로 작품을 만든 게 주요섭의 단편으로 만든 <추물살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요. 현재 살아있는 젊은 소설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것은 처음이에요. 2016년 현재를 배경으로 하는 것도 처음이고요. 처음에는 정말 낯설었어요. 

작품

<여보세요>는 김애란의 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김애란의 소설을 선택한 이유는?

이향하 : <여보세요>는 이자람 씨가 김애란 소설집을 재밌게 읽고 판소리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본인보다는 이승희 씨가 소리꾼으로 적합할 것 같다고 제안해서 시작되었어요. 

이승희 :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처음에는 한 젊은 여자의 삶 속에서 어려움을 만나고 이겨내고 하는 소소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똑같은 방의 모습이 나오면서 왠지 서늘함과 섬뜩함이 느껴졌어요. 제게는 이 이야기가 판타지적으로 느껴졌고, 이 작품을 어떻게 판소리로 만들지 걱정과 두려움이 생겼었어요. 보통 판소리는 여러 인물이 나와서 복작복작 하는 맛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사건이 전혀 없고, 한 여자의 생각과 추측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데다 나중에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여자의 상상인지 조자 모르게 흘러가더라고요. 기승전결이 전혀 없는 이야기를 어떻게 판소리로 창작할 수 있을지가 큰 숙제였었죠. 

이향하 : 저는 개인적으로 김애란 작가를 좋아해서 처음에는 무조건 좋았는데, 집에 와서 소설을 다시 읽었더니 이승희 씨와 같은 생각이 들어 고민했었어요. 그래도 이야기하면 할수록 판소리로 만들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결국은 공감이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 속에서 동시대성을 읽고, 이 시대에 그리고 관객에 던질 질문들이 생겨난 것 같아요. 

이승희 : 저도 향하씨도 모두 외지에서 와서 혼자 서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주인공 여자가 익숙하지 않은 사회에서 하숙집이라는 공간에 들어와 살아가는 모습에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저도 지금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옆집 사람이 나가려고 하면 기다렸다가 내려가고 그러는데, 어릴 적에는 더 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선택이라기보다는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아요.

▲ <여보세요> © 판소리만들기-자

▲ <여보세요> © 판소리만들기-자

소통

판소리는 무엇보다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잖아요. 올 초에 두산아트랩에서 공연할 때 관객의 반응은?

이향하 : 메트로놈이 신선했다, 섬뜩했다 등의 의견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음색적인 효과만을 생각하고 메트로놈을 생각했는데, 메트로놈이 규칙적이고 차가운 느낌과 나중에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내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아요. 역시나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내 실생활에 나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들으니까 새롭다는 거였어요. 

이승희 : 이전 작품인 <추물살인>이 워낙 관객과의 소통이 없던 공연이라, 이번에는 사건은 없지만, 대사에서 닥터마틴, 에뛰뜨 하우스와 같은 젊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브랜드 용어가 나오다 보니 관객들이 재미있어하고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였던 것 같아요. 

이향하 : 랩에서의 관객 반응이 예상했다기보다는 우연적 산물이었다면, 10월에 스파프(SPAF,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작품을 다시 올릴 때는, 두산아트랩에서 좋았던 것을 더 발전시켜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을 확장하려고 해요. 전통 판소리에서는 추임새를 끌어내면서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 또한 판소리다움의 하나로 판단하고 작업을 해 나가죠. <추물살인>에서는 계획적으로 그 부분을 분리했었는데, 그것 역시 두, 세 번째 공연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객과 소통하는 길을 그 안에서 찾게 되더라고요. 관객과의 끈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 <여보세요> © 판소리만들기-자

▲ <여보세요> © 판소리만들기-자

관객의 반응을 끌어내는데 있어 고수의 역할 또한 중요한데. 창작 판소리에서 고수로서 이향하씨는 전통 판소리의 고수와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향하 : 연습실에서는 소리꾼과의 직선적인 관계에 집중해서 작품을 만들게 되는데, 관객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신경이 트라이앵글로 만들어지는 것 같고, 소리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삼각형을 만들고 그 안에서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거죠. 전통 판소리와 창작 판소리에서 고수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전통 판소리는 고법이라는 틀 안에서 학습된 것을 순간적인 판단하고 즉흥적으로 맞춰 치는 것이라면, 창작 판소리는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둬요. 예를 들어 전통 판소리에서는 ‘이면에 맞는 북을 친다’는 말이 있어요. 드라마, 소리꾼의 상태, 말이 주는 느낌에 맞는 북을 쳤을 때 그것이 좋은 북이고, 이면에 맞는 북이라고 말하는데, 창작 판소리에서는 이면에 맞는 북을 만드는 거예요. 악기를 선택하기도 하고, 리듬을 구성하기도 하고, 직접 퍼포밍에 대해 디렉션을 받기고 하고, 이면을 만드는 것이 가장 다른 것 같아요. 연희자로서의 고수와 창작자로서의 고수라고 해야 할까요. 맞는 음색을 찾아서 새로운 악기를 찾기도 하고, 리듬을 채우기도 하고, 순간순간 이면의 북의 요소를 가져다 쓰면서 이면을 구성하는 거죠. 

<여보세요>에서는 전통 악기로는 북과 장고를 사용하고, 트라이앵글 같은 소악기 그리고 주인공의 속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일상 속의 사물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물병, 밥그룻, 나무토막 등 실생활에서 나는 소리를 가지고 세트를 구성해서 사용해요. 사실 처음에는 열 손가락이 모자라게 많은 악기를 사용하고 싶었는데, 결국에는 북을 메인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북이 가장 레이어도 많고 에너지도 맞는 것 같아요. 

해외의 관객 만나기

팸스초이스로 선정돼서 한국 관객뿐만 아니라 해외 관객들도 만나게 될 텐데, 해외 관객과는 어떻게 공감을 만들어 낼지?

이향하 : 저희가 작품을 창작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이 SNS에요. 익명성이라든지, 나를 내가 표현하는 데 있어서 도식화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들이 작품에 나오는 똑같은 여러 개의 방안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을 보면 유사한 해시태그가 달린 비슷한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잖아요. 각자는 자신의 개성을 어떤 것으로 표현하지만, 결국 같게 보이죠. 작품에서도 주인공이 자신의 개성이라고 선택한 물건들이 닥터마틴, 에뛰뜨 하우스 등인데, 결국 사회가 정해 놓은 물건들이죠. 나만 사용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모두가 사용하는 거죠. 내 방도 다른 방도 모두 똑같고. 저희는 이런 점에서 보편적인 동시대성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이승희 : 청년들이 살아가는 지금 시대가 너무 어렵잖아요. 돈을 벌기도, 취직하기도 어렵고,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청년들이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자신감이 있어야 서로 고개라도 들고 인사를 할 텐데, 자신감이 없으니 자기가 편한 것만 하게 되죠. 그래서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고, 아무것도 안 하고, 밖에도 나가지 않고 그러는 것 같아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젊은 층에서 공감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향하 : 20대 여자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 속 어느 구석에서든지 우리 엄마, 동생, 삼촌, 외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이 발견되면 더 많은 사람이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열어놓고 작품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어요.

▲ 소리꾼 이승희, 고수 이향하 © 박예림

▲ 소리꾼 이승희, 고수 이향하 © 박예림

전통

창작 판소리를 하는 소리꾼, 고수로서 전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승희 : 전통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아요. 창작 판소리를 하지만 지금도 춘향가, 수궁가, 심청가는 꾸준히 하고 있고, 전통 판소리를 지속해서 함으로써 창작을 할 때 관계성을 더 잘 만들어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전통을 배제한 채 창작 판소리만 했다면, 판소리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보다는 어떻게 더 화려하고, 멋있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만을 고민했을 것 같아요. 

이향하 :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창작 판소리를 하면서 전통 판소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판소리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전통이라는 것이 딱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창작 판소리 작업을 하면서 판소리라는 장르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생기고, 전통 판소리와 그 안의 소리꾼과 고수가 새롭게 보이는 지점이 많아요. 그게 바로 전통이 가진 힘인 것 같아요. 장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수 백 년을 건너온 그 안의 자유로움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옛날 선생님들의 소리를 들으면 그 안에서 자유로운 창작과 연희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그분들한테는 그게 전통이 아닌 거죠. 평생 해온 예술인 거죠. 북을 그렇게 쳐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자유롭게 연주를 하는 명인들은 보면 그분들한테는 전통이 아니라 현재의 예술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시각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작가의 길

이승희 : 예전보다 판소리로 하는 작업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애먼 길로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판소리가 가지는 기본적인 형식 안에서 느껴지는 재미를 가지고 가고 싶어요. 이야기의 소재를 잘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같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찾고 싶어요. 제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잘하는 것이 목을 쓰는 거고,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판소리가 재미없어지면 언젠가 그만두겠지만, 지금은 너무 재밌고, 관객이 좋아해 주시고, 창작자들이 찾지 못한 것을 관객들이 찾아주시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그러면서 계속 판소리를 만들어 가는 길을 가는 것 같아요.

이향하 : 이승희 씨와 작업을 하다 보면 판소리 할 때의 놀라운 집중력과 오기, 건강한 욕심과 함께 소리꾼의 자아가 느껴져요. 저도 타악기 연주, 밴드 연주할 때와는 달리 판소리 고수로 참여할 때는 제 자아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테크닉으로 하는 연주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개입하고 관객을 만나고, 다양한 역할을 해 나가면서 고수가 판소리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지고 있어요. 처음에 사천가에 참여할 때만 해도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에만 많이 집중했더라면 지금은 소리꾼이 입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때, 저는 몸과 눈빛, 북으로 말하는 또 하나의 화자라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요. 

관객에게

이승희 : 사람들이 판소리를 보러 가는 건 연극을 보러 가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병풍 앞의 소리꾼만을 상상하지 말고,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을 들으러 편하게 왔으면 좋겠어요. 이야기의 순간을 즐기고 따라와 주고 재밌게 보면 그게 판소리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향하 : 제가 판소리가 재미있다고 정말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고수는 앞 선에 있는 관객이거든요. 최 앞 선에 있고, 가장 먼저 보고, 가장 가깝게 많이 보기 때문에, 창작자의 입장이기도 하지만, 관객의 입장이기도 하죠. 판소리는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장르인 것 같아요. 

  • 기고자

  • 박지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프로듀서 그룹 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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