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아세안과 한국 공연예술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하다 2015-11-09

아세안과 한국 공연예술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하다
[동향] 2015 서울아트마켓 포커스세션


한국, 아세안에 주목하다

 2015년 서울아트마켓(PAMS)은 올해 주빈국으로 ’아세안’을 선정했다. 아세안(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이란 동남아시아 1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된 동남아시아국가 연합을 말한다. 1967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등 5개국으로 시작해, 1984년 브루나이, 1995년 베트남이 정식으로 가입하고, 그 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가 차례로 가입하여 현재 아세안은 10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세안은 국민 총생산(GDP) 3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7위의 경제권이며, 전체 인구가 6억4천만 명으로 유럽연합(EU)과 미국보다 많고, 노동력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 특히 아세안은 2015년 말까지 1) 정치·안보 2) 경제 3) 사회·문화 등 3개의 축으로 구성된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를 출범하고 유럽연합(EU)처럼 무비자, 무관세 제도 등을 도입하여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를 도모하고자 한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과 함께 그 역할과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전 세계가 아세안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서울아트마켓(PAMS)의 아세안 주빈국 선정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특히 공연예술 분야의 경우 북미, 유럽에 비해 동남아시아 권역과의 교류가 적기 때문에 관련 정보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PAMS를 계기로 많은 공연전문가가 아세안 권역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가지고 아세안과의 협업 및 교류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아트마켓 2015 포커스 세션: ‘아세안 공연예술의 오늘’ ©KAMS

현재 우리의 국제교류활동, 그리고 그 의미들

 10월 5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포커스 세션은 아세안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먼저 1부에서는 ’아세안 공연예술의 오늘’이라는 주제 아래 한-아세안센터 심규선 부부장의 사회로 캄보디안 리빙아츠(Cambodian Living Arts)의 총감독 플로운 프림(Phloeun Prim), 싱가포르 독립기획자 네오 킴 셍(Neo Kim Seng), 베트남 실험음악센터인 돔돔(DomDom)의 설립자 킴 응옥 트랜(Kim Ngoc), 한국 포스트에고댄스컴퍼니(Post Ego Dance Company) 정연수 예술감독, 일본 국제교류기금 아시아 센터(Japan Foundation Asia Center) 노리히코 요오카(Norihiko Yoshioka) 총 5명이 각 나라의 공연예술의 현재에 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인터미션 후에 진행된 2부에서는 ’아세안 공연예술의 미래’라는 주제로 아시아유럽파운데이션(Asia-Europe Foundation, ASEF) 아누파마 세크하르(Anupama Sekhar)가 진행하는 자유 토론과 Q&A 시간이 이어졌다. 

 1부에서 가장 먼저 발제를 시작한 캄보디안 리빙아츠 총감독 플로운 프림은 캄보디아 공연예술 분야에서 약 15년간 활동해왔으며, 전통문화의 회복을 목적으로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70년대 캄보디아에서는 정치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대량학살이 일어나 인구 1/3에 해당하는 200만 명이 희생되었다. 물론 그중에는 많은 훌륭한 예술가도 포함되었다. 플로운 프림은 살아남은 공연 마스터들을 찾아 그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노력해왔고, 5년 전부터는 신진예술가들을 발굴해 공연 마스터들과 신진예술가들이 함께 작업하며 전통과 현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국가 차원의 예술정책과 지원이 미흡하다 보니 민간주도형 활동이 주를 이루고 특히 외국 기관의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캄보디안 리빙아츠는 뉴욕 34개 기관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예술기금을 받기가 유리한 유럽, 미국 쪽과의 교류가 활발한 상황이지만, 아세안 내의 지역적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메콩 지역을 중심으로 젊은 연구자, 행정가 등 문화 관계자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Greater Mekong Hub for Cultural Innovator"라는 프로그램 계획을 밝혔다. 이후 이들은 아세안 내에서의 문화교류 촉진을 위한 예술 지원 정책, 기금 마련 등의 실질적인 주제에 관해 토론하게 될 예정이라고 하니 아세안 차원에서의 새로운 정책들이 나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발표를 이어간 싱가포르의 네오 킴 셍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공연장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Theatres on the Bay)에서 프로듀서로 일한 바 있다. 현재는 독립프로듀서로서 1995년부터 캄보디아 암리타 퍼포밍아츠(Amrita Performing Arts)와 함께 캄보디아의 역사적 비극을 다룬 무용, 연극 등을 제작해오고 있다. 또한, 2013년에는 캄보디아 암리타 퍼포밍아츠와 한국 포스트에고댄스컴퍼니의 공동워크숍을 기획하여 그 결과물로 라는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네오 킴 셍은 이러한 다 국가 간 장기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재정마련이라고 했다. 국가기금, 후원 등을 통한 재정 외에도 참여자들이 개인적으로 받은 상금까지 투입하며 작품을 제작해야하는 어려운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교류의 목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오 킴 셍은 주변 국가 간 현대 예술의 경향을 공유하고, 각 국의 전문가로서 노하우를 주고받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또한, 예술가가 생각하는 의미와 청중에게 줄 수 있는 의미는 어떤 것이 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며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발표한 베트남 킴 응옥 트랜은 실험음악인들을 양성하기 위한 실험음악센터인 돔돔의 설립자이자, 돔돔에서 개최되는 하노이뉴뮤직페스티벌(Hanoi New Music Festival)의 예술감독이다. 돔돔은 2012년부터 운영해왔으며 전자음악, 앙상블음악, 체임버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가르치기 위한 트레이닝코스뿐 아니라, 렉처, 아티스트 토크, 토론,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국가 차원의 예술정책이나 기금이 부족하다 보니 베트남 주재 해외대사관, 문화원 등을 통해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2013년에 시작한 하노이뉴뮤직페스티벌은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베트남 음악과 해외음악을 함께 소개하면서 베트남 최고, 최대의 실험음악페스티벌이 되었다. 하지만 베트남에는 매니저나 프로모터 등 공연관련 전문가들이 없다 보니 시설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실험음악을 하는 예술인과 그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관객 역시 많지 않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트레이닝을 통한 인큐베이팅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목적이며,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다양한 국내외 기관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발표한 일본 국제교류기금 아시아 센터 노리히코 요오카는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발표자였다. 세션에 참가한 대다수의 사람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일본 정부의 예술지원사업들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국제교류기금은 일본 외교부 소속 기관으로 1972년에 도쿄에서 창립해 현재 전 세계 도시별로 거점을 만들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또한, 2020년 올림픽게임의 문화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2014년 4월 아시아 센터를 산하기관으로 발족했다. 아시아 센터는 아시아 문화교류기금으로 6천7백만 달러를 집행할 예정이며, 라오스 비엔티엔, 캄보디아 프놈펜에 추가로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의 문화예술지원정책은 4C(Communicate → Connect and Share → Collaborate → Create)라는 이름으로 단계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예로 요코하마공연예술회의 (Performing Arts Meeting in Yokohama, TPAM)가 있다. TPAM은 Market이라는 이름을 Meeting으로 바꾸고 서로를 만나서 알아가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또한, 일본 공연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교류 촉진을 목적으로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무총장, 예술감독 모두 커미션을 통한 국제적인 공동제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TPAM은 사람들이 만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공동 협력작업을 협의하고, 이후 공연제작까지 할 수 있는 유기적인 지원구조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세션 참가자들은 체계적이면서 장기적인 일본의 예술지원 정책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서울아트마켓 2015 포커스 세션: 자유 토론과 Q&A 시간 ©KAMS

각국의 지원정책, 그리고 우리의 미래

 모두의 발표가 끝난 후 2부는 아시아유럽파운데이션 아누파마 세크하르가 진행하는 ’아세안 공연예술의 미래’에 대한 자유 토론과 Q&A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많은 참가자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각국의 문화지원 정책과 현황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주를 이루었다.


 각국의 문화지원정책은 어떠한지에 대한 물음에 플로운 프림은 캄보디아의 문화부가 다른 정부부처에 비해 소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정부의 우선순위 안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싱가포르처럼 문화를 통한 국가의 이미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캄보디아 정부는 문화의 중요성을 서서히 인식해가고 있으며,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상황이다. 플로운 프림은 캄보디아뿐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 아세안 국가들 역시 문화지원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에 민간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교류가 많지만, 그 나라의 문화정책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 없이 파트너기관에만 맞춰서 작업하면 되기 때문에 나름의 이점도 있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킴 응옥 트랜 역시 베트남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며 동의했다. 당국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와 방향이 달라 우리가 하는 일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이 많다고 했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베트남은 경제적 발전이 우선시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베트남의 정치적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라 문화예술계의 비전이 그리 밝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어 네오 킴 셍은 싱가포르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문화지원정책이 잘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조건부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금지에 대한 조건이 대부분이라 어렵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 등 대안적인 재원이 많아져서 정부의 정책을 적절하게 활용할 뿐 국가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부주도형 지원이 까다로운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다들 동의했다. 특히 외국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경우 항상 조건적이다. 예를 들면 한국기관이 지원하는 경우, 한국 단체가 함께 해야 하고, 일본기관이 지원하면 일본 단체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아시아에서 조건 없이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있을까? 일본 노리히코 요오카는 이번 아시아 센터 창립 당시 일본사람이 포함되지 않아도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으나,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것에 실패했다고 대답했다. 일본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일본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일본에 어떤 이익이 있는지 당위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가시적으로 증명하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정부관계자를 설득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국이 포함되지 않은 국제교류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은 당분간 시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교류기금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묻는 두 번째 질문에 캄보디아의 플로운 프림은 유럽에서 제공하는 공공 기금을 받을 수도 있고, 미국은 문화지원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없지만 민간단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재원모금에 있어서 다양한 조직에 의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싱가포르 네오 킴 셍의 경우는 자금 확보를 우선에 두고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펀딩의 유무가 아니라, 개인의 관심사, 파트너에 대한 이해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지가 있다면 자금은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패널들은 사회자인 아누파마 세크하르에게 아시아유럽파운데이션이 지원 기관으로서 국제교류를 진행하며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아누파마 세크하르는 지원한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라도 결과물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 어렵다고 답했다. 큐레이터들이 서로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게 되는데, 지원기관이 시간을 두고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모두 좋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원 수혜단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으나, 마지막으로 지원기관으로서의 어려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과 아세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번 포커스 세션을 통해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한국, 일본 모두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 공연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감독으로서, 프리랜서 프로듀서로서, 지원기관의 행정가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해온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아시아에서 예술계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지속해 가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를 보며 아시아 공연예술계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KAMS




 
  • 기고자

  • 송정은_한-아세안센터 정보자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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