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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S Choice] 공연창작집단 뛰다 2015-06-16

고요함 속에 내딛는 치열한 정중동(靜中動)의 한 걸음
[PAMS Choice] 공연창작집단 뛰다


2015년 6월.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서울 대학로를 뒤로하고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한 지 꽉 찬 5년이 되었다. 군인이 절반을 넘는 인구 2만 6천의 화천에 열댓 명의 젊은이들이 단체로 이주해 온 것을 화천군도 반기지 않을 리 없었다. 화천 문화예술진흥에 대한 협약을 맺고 10년을 내다보며 터전을 옮긴 지 딱 절반이 흘렀다. 2015년 지금, 뛰다는 <고통에 대한 명상>으로 벌써 네 번째 팸스초이스에 선정되어 또 한번 국제 네트워크를 확장할 기회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뛰다의 진정한 비전은 오랫동안 품어온 고민에 있었다. 

화천행(行) 5주년, 공연창작집단 뛰다 NOW

Q (이연경) : 화천에 내려가며 문화예술진흥에 대한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한 추진은 어떠한지. 화천군과의 협력은 어떤지 궁금하다.

A(배요섭, 이하 배): 화천군과의 가장 큰 협력은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시골마을 예술텃밭’의 공간을 계속 사용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작년에는 화천군의 의뢰로 군민 약 130여 명과 함께 전통 수상 마당극인 <낭천별곡>이라는 공연을 올린 바 있다. 한 시간 반짜리 공연을 위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한달 반 정도를 준비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화천에서 하고 있는 작업 중에 지역주민과 함께한 가장 이상적인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만들어진 공연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작업 안에 직접 들어와 그들의 삶을 소재로 한편의 공연을 만든다는 과정이 매우 이상적이었고 결과물도 좋아 우리를 포함한 참여자 모두와 군 관계자들도 크게 만족한 프로젝트였다. 향후에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다시 하게 된다면 지역주민과 예술을 매개로 ‘함께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참여할 의사가 있지만, 아무래도 화천군은 우리보다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현상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협력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창작집단 뛰다

공연창작집단 뛰다

Q : 뛰다의 행보는 크게 서울 대학로 시기를 1단계, 이주 및 정착 시기를 2단계, 이주 5년 차가 되는 지금을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2015년 지금, 뛰다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인가.

배 : 지역으로의 이주를 어렴풋이 고려는 하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움직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화천에 이주해 오고 나서도 우리는 먼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 뛰다가 가지고 있는 화두는 ‘어떻게 하면 공간이 잘 활용될 수 있을까’ 이다. 공간이 갖춰지고, 프로그램도 꾸려서 잘 사용하고 있지만 공연을 창작하며 보내는 시간은 1년 중 길어야 3개월이다. 다용도로 활용되는 시간을 제외하고 비어있는 기간도 있어 기왕 있는 공간이 효율적으로 잘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그와 더불어 공간의 개념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 공간이 어떠한 개념으로 잘 활용되면 좋을지, 이것이 요즘 우리의 화두이다.

우리는 시골마을 예술텃밭에서 다섯 번째 ‘텃밭예술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 만나고 싶었던 단체들과 교류하고 나누기 위해 축제를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만 즐기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젊은 개인 예술가들을 초대하여 숙식을 제공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터주게 되었다. 지난 3회와 4회에서 그런 취지를 유지해왔고, 해외초청 아티스트, 설치미술가, 무용가, 음악가, 배우들이 한데 모여 공연도 하고 교류도 하는 활발한 축제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런 방식으로 축제 운영을 하다 보니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는데, 우리 축제에서 알게 된 예술가들이 서로 화천을 벗어나서도 교류를 이어가고 작업을 지속한다는 점이었다. 작년에 만나게 된 태국-한국 독립예술가들이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태국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지원금을 받아 문래예술공장에서 작업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뿌듯했다.

화천이라는 외진 지역을 플랫폼으로 삼고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을 이점으로 살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꾸리다 보니 일종의 예술가를 위한 치유 프로그램, 재충전 프로그램, 플랫폼 등의 형식을 갖추게 된 것이 아닌가 싶어 이것을 잘 정착시키고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다. 

고래

고래

고래 Ⓒ뛰다

<고통에 대한 명상>, 짧고도 긴 여정

Q : 뛰다는 그간 활약을 통해 국제교류에 대한 자생력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년간의 경험과 소스를 토대로 <고통에 대한 명상>이 탄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배 : 이 작품은 창작된 계기 자체가 매우 재미있다. 뛰다는 아이러니하게도 화천에 들어가면서 갑자기 국제적 네트워크가 확장되었다. 단일 공연이 아닌, 진정한 국제교류의 의미나 지속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던 참에 화천에 이주, 정착하게 되었다. 그 후에도 그러한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되었는데, 공간의 변화가 우리의 생각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큰 것 같다.

이 작품은 뛰다의 해외 네트워크 중 첫 번째 상대국인 인도를 만나면서 여러 단계를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원래부터 이 작품을 기획하고 인도의 파트너를 만난 것이 아니라, 작년에 공연을 위해 인도의 아드샤티라는 극단과 물물교환 워크숍을 진행하던 중에 원(元) 소스를 얻게 된 셈이다. 배우들 간의 워크숍에서 얻어진 것과 워크숍 중 알게 된 ‘꾸띠야땀’이라는 인도 전통 공연예술의 한 장르가 어느 날 공연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극단 내 최연소 2명과 최고령 2명이 두 팀으로 나누어 스토리와 공연을 만들기로 하고, 2㎡의 제한된 공간에서, 꾸띠야땀에 활용되는 음악과 배우가 호흡하는 방법을 차용하여 만들어졌다. 각각 <넉손이>와 <고래>로 명명된 두 작품은 만들어지고 나서 ‘고통’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는 점이 발견되어 하나의 큰 테두리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이야기적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두 작품의 비슷한 점을 찾기는 힘들다. <넉손이>가 매우 강렬하고 구체적으로 고통에 대한 서사를 풀어내는 작품이라고 한다면, <고래>는 매우 시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보다 이미지로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에 시적이고 모호하지만, 관객에게 또 다른 방법으로 고통에 대해 반추하게 한다.

Q : 팸스초이스는 쇼케이스 형식을 취해야 한다. 두 개의 이야기가 병렬되어있는 이 작품을 어떻게 보여줄 예정인가.

배 : 연극을 쇼케이스화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이 있고, 몇 장면만을 추렸을 때 연출이 의도한 부분을 놓쳐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네 번째 도전하는 것이지만 앞선 시도가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후회하는 부분이 생기곤 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두 개를 모두 보여주기보다 한 개의 작품에 집중하여 음악, 절제된 형식 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넉손이

넉손이

넉손이 Ⓒ뛰다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을 위한 협업

Q : <바후차라마타> 공연은 4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고 들었다. 국제교류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여간 힘들고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만들어진 <고통에 대한 명상>이 올해 팸스초이스에 선정되었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서울아트마켓이나 팸스초이스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배 : 사실, 뛰다의 작품이 아주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국내 관객들이 보기에 우리 작품이 사실은 낯선 것인데 그것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에 해외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국내보다 교감도 잘 되고 반응도 매우 좋은 편이다. 팸스초이스를 통해 바로 작품이 초청되는 등의 직접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외 진출을 통해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작품의 다음 단계에 대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낭천별곡>과 같은 공연을 했던 것은 이러한 면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우리가 만든 공연과 관객 사이의 접점이 잘 생기지 않을 때 고민에 빠지는데, 정확히 우리가 고민한 부분에 대해 지지해 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가고자 하는 방향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극단의 전체적인 방향을 돌리는 것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과를 낳을 것을 분명히 알기에, <낭천별곡>과 같은 별도의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고, 우리가 계속하고 싶은 것들을 꾸준히 찾아볼 예정이다.

Q : 뛰다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되나.

배 : 2009년부터 교류해온 일본의 ‘토리노 게키죠(鳥の劇場)’와 협업을 예정하고 있다. ‘전쟁’을 테마로 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다. 협력 상대가 일본이기 때문에 ‘전쟁’을 테마로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우려가 굉장하다. 우선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념이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르지만, 개인적으로 전쟁은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예술가들이 만났을 때는 그 이상의 가치를 논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라 어느 정도의 수고와 노력은 감수하고 있다. 리서치 기간을 1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다시 일본에서 모여 리서치 결과를 놓고 서로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볼 예정이다.

Q : 이번 서울아트마켓은 아세안 국가 중 베트남, 싱가포르, 캄보디아를 포커스 국가로 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의 협업이나 교류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배 : 특별히 국가를 한정해서 교류하고 있다기 보다, 누구라도 우리를 자극하는 점이 있다면 교류해볼 생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당장 협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나라들은 프랑스나 뉴질랜드이지만, 이번 포커스 국가는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공연예술의 원형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다만,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같은 경우는 무형유산 혹은 무형유산에 가까운 공연예술이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나기 쉬워 이런 점은 주시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도 협업을 위해 1년여의 리서치 기간을 들이고 있는데,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같은 경우는 미지의 세계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 발견을 위해서라도, 기금이나 여건이 조성된다면 주변의 여러 나라를 묶어 뛰다 작품의 가능성을 새로운 곳에서 시험해보는 공연 투어를 다녀오고 싶다. 

 

ⒸKAMS


 
2015 팸스초이스 선정 작품 : <고통에 대한 명상>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살갗이 패여 나가는 아픔, 뼈가 으스러지는 괴성, 가슴이 찢어지는 통증 등의 고통은 역설적으로 살아있음을 방증한다. 인도의 전통연희 꾸디야땀의 형식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고통에 대한 명상>은 극도로 제한된 원형무대 아래 절제된 말과 극대화된 신체표현으로 고통을 수반하는 생의 이면을 탐구한 연극이다. 자기가 내뱉은 말로 인해 끊임없는 고통의 사슬 속에서 죽어가는 고래이야기와 고통의 소리를 먹으며 자란 이후 인간의 고통, 그 극한의 소리를 찾아 헤매는 넉손이의 이야기를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아있다는 증거인 고통이 소리가 되고, 이후 말이 되고, 그 말이 다시 고통을 불러오는 순환구조를 풀어냈다.

2015 팸스초이스 선정단체 : 공연창작집단 뛰다

예술가들의 유기적인 공동체로서 창작, 공연, 교육활동을 통해 이 땅에 예술의 밭을 일구는 문화예술집단이다. ’열린 연극’, ’자연 친화적인 연극’, ’움직이는 연극’의 세 가지 이념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2001년 창단하였다. 그리고 지난 14년간 배우의 몸과 소리에 대한 탐구, 광대 및 오브제 연기에 대한 연구,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연극형식에 대한 실험을 계속해왔다. 2010년에는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하여 그곳을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 이름 짓고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자 지역의 예술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뛰다는 연극이 소수의 관객을 위한 문화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모두를 위한 문화환경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www.tuida.com


  • 기고자

  • 이연경_(재)예술경영지원센터 전략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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