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아시아 월드뮤직을 대표하는 에이팜을 위해 2014-11-18

아시아 월드 뮤직을 대표하는 에이팜을 위해
[축제/마켓] 울산 아시아퍼시픽 뮤직미팅 (APaMM) 관람기


싸이라는 가수가 세상을 누빌 당시 아시아 퍼시픽 뮤직 미팅(Asia Pacific Music Meeting: APaMM 이하 에이팜)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 된 이름은 싸이였다. 싸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싸이 현상에 대한 논의였다. 그리고 그 현상에 비추어 한국음악 시장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나누곤 했다. 2104년에는 그 주인공이 잠비나이(Jambinai)란 그룹이었다. 잠비나이는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국악그룹으로 알고 있으니 - 국악인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는 - 본인으로서는 기쁜 일이었다. 잠비나이는 현상에 대한 논의나 진단의 대상이 아닌 ‘모범’으로 회자되었다. 그들은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자랑이었다. 다만 기우이길 바란 것은 다른 단체들이 이 흐름을 타고자 ‘잠비나이의 옷’으로 갈아입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국악을 넘어 외연 확장을 모색하는 에이팜

아마 작년까지였나 보다. 그 때까지는 월드뮤직 시장 진출에 대해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 것 = 국악’이라는 공식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최소한 에이팜에서는 말이다. 국악을 하고 국악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본인도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의심이 없었고, 또 의심하고 싶지도 않았다. 지난해까지 ‘우리 것(=국악)’의 세계 진출을 위해 열심을 다하고 있는 에이팜 주최 측에 한량없는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찾은 2014년 에이팜은 다른 공간으로 다가왔다.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낯설기까지 했다. 출가시킨 자식의 집을 찾은 부모의 마음이 이럴까? 에이팜은 더 이상 내 것 혹은 나의 ‘나와바리’가 아닌 공간이었다. 국악 비중이 줄고 소위 ‘인디음악’이라 불리는 장르 비중이 커졌다. 반반 정도의 모습이라도 갖추려고 애쓴 주최 측의 노력은 엿보였으나 숫자적 안배 외에 단체들의 역량(?)까지 두루 살핀다면 분명 낯설고 새로운 분위기였다. 국악이 아닌 그들(?)은 이미 시장에 놓여 고품질 상품으로서의 준비를 마친 것처럼 싱싱했다.

2014 에이팜 공식 포스터

에이팜 컨퍼런스 현장

2014 에이팜 공식 포스터 에이팜 콘퍼런스 현장

분명 에이팜이 변했다고 힐난할 문제는 아니다. 이것은 현상이고, ‘우리 것 = 국악’의 현실이다. 이 현상은 여러 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국악의 풀(Pool)이 넓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다. 또 한편으로는 국악인 혹은 국악 단체 스스로가 세계 시장 진출의 희망에 지친 건 아닐까 생각했다. 국악의 풀이 넓지 못함은 부연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 시장 진출의 희망에 지쳤다함은 많은 기관에서 ‘우리 것 = 국악’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여러 해 애를 썼지만 노력이나 당위만큼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고, 예술 단체 역시 이런 상황을 몇 해 겪으면서 지쳐버린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앞서 얘기한 잠비나이 같은 단체도 있지만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꿈꾸는 것에도 한계를 느낀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러한 현상이 국악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정말로 진솔하게 우리를 돌아 볼 수 있다면 말이다. 국악 스스로 ‘우리 것 = 국악’이라는 공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 공식에 안주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상, 아니 시장은 이미 그러한 방식으로 형성되고 있다. 당장 ‘우리 것’인줄 알았던 에이팜도 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 것 혹은 우리 음악은 국악만이 아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것들 모두인 것이다.

새롭게 재정립되는 월드뮤직

월드뮤직(World Music)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보다 그 말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왜냐면 우리는 분명 그 말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말이 지칭하고 있는 공간(시장)으로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슨 바람처럼 혹은 유행처럼 많은 음악 단체들을 흔들었던 단어였다. 지난 3년간 에이팜에 참여하면서 자주 물었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머리가 나쁜 나는 올해도 묻는다. 분명히 쓰이는 말인데 쓰는 사람마다 다르게 규정한다. 혹자는 월드뮤직이란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2014년 에이팜 콘퍼런스에 참가한 사람들의 결론이었다.

2014 에이팜 국제 컨퍼런스

컨퍼런스에 참가한 패널들

2014 에이팜 국제 컨퍼런스 컨퍼런스에 참가한 패널들

언어가 모호하면 사고가 혼란스러워진다더니, 그동안 국악 단체들이 월드뮤직이라는 세계를 그리며 자신을 만들고, 정체성, 예술성, 시장성… 등에 대한 복잡한 논쟁들에 머리를 싸 메고, 또 지쳐가고 있을 때, 시장이라는 공간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결론은 팝이라고 이야기 되는 대중음악과 클래식들을 제외한 다양한 음악들이 만나는 그냥 ‘시장’이 월드뮤직이라는 것이다. ‘월드뮤직 = 한국적 정체성 = 국악’이라는 공식에 희망을 품거나 역으로 중압감을 느끼며 살았던 ‘국악’인들에게는 고마운 죽비소리였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월드뮤직이라는 단어를 시장에서 지워버리고, 우리 머릿속에 단순 명확하게 ‘시장’이라는 단어를 새로 각인하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음악인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쓰지 말고 내 음악이 시장에 내놓을 음악인지 아닌지, 그 시장이 광장시장일지, 모란시장일지 아니면 동네의 아담한 재래시장일지 혹은 의리의리한 백화점일지를 판단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시아 월드뮤직을 대표하는 에이팜을 위한 제언

그렇다면 에이팜은 어떤 시장일까? 에이팜은 정확하게 자신의 위치를 규정한 듯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팸스(PAMS)와 뮤콘(Mucon) 등과 견주어 볼 때 결과적으로 그 규모 차이와 포괄 범위 등으로 인해 에이팜이 그었던 선이 무색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해외시장 진출의 성과 역시 규모가 큰 뮤콘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지 염려스럽다. 정확한 눈을 갖고 들여다 본 사람들은 그동안 에이팜이 해외 페스티벌 디렉터들과의 신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들을 분명 볼 수 있다. 네트워크의 수준 혹은 질에 대한 고민 역시 한국 사회를 살아온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숫자를 이기지는 못했다. 거기가다 누군가 합리성(?)이라는 이유까지 들면 자연스럽게 통합이라는 단어가 고개를 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따라서 에이팜이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자신들의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색을 꾀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가 봐도 분명한 자기색이 필요하지 않을까? 자기색을 갖기 위해선 에이팜이 지칭하는 ‘아시아’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공간 개념만이 아닌, 어쩌면 미학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물리적 혹은 공간적으로 묶어진 아시아는 지금의 세상에선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음악의 경우 한국에서 울려지는 음악이, 또 아시아의 다른 음악들이 서양보다 더 서구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오히려 가치적이고 정신적이며 음악적인 아시아적 연대, 아시아의 색깔 찾기가 필요하다. 이것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누군가의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에이팜에서 이것을 만드는 힘은 분명 음악에 있을 것이다. 가까이는 일본과 중국으로 에이팜의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왜 우리는 ‘해외 = 서구’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나? 아시아 마켓 간의 연대도, 예술 간의 조화도 만들어 볼 만한 일이라 여겨진다. 이제는 한국 음악을 넘어 아시아를 보기 위해서 울산을 찾게 된다면 좋겠다.

2014 에이팜, 어쿠스틱 앙상블 재비 공연모습

2014 에이팜, 바라지 공연모습

2014 에이팜, 어쿠스틱 앙상블 재비 공연모습 2014 에이팜, 바라지 공연모습

에이팜이 페스티벌 디렉터들과 쌓아온 네트워크와 신뢰는 탄탄해 보였고 혹자는 가족처럼 보인다 이야기한다. 좋은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시장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나만의 경험일까? 친구가 연애를 시작할 때 문득 느껴지는 소외감 같은 거? 에이팜이, 그리고 동시에 일어나는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이하 UWMF)이 음악인들의 축제, 음악인들의 네트워크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장에서 건강한 상인들이 즐겁게 떠들며 자신들의 상품을 자랑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상인들이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는데, 얼핏 예술 혹은 상품의 소외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최 측 내부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예술가들의 지지를 놓치지 않고 증대시키는 에이팜을 기대해 본다.

어떤 사람들에게, 혹은 어떤 장르에서는 해외 시장 개척이 당장의 현실적 과제이며 목표가 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분명한 사실은 국내 시장이다. 국내의 음악 시장이 얼마나 건강한가? 살피고 돌아볼 일이다. 본인의 앞선 바람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내 시장이 건실해야 한다. 해외 페스티벌 디렉터들과의 네트워크만큼 국내 공연장 혹은 기획자들 간의 네트워크가 왕성히 이루어져 국내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국내 시장의 건강함이 앞서 말한 모든 것의 근본이 될 것이다. 시장을 열었는데 고객이 외국인만 있다는 건 무언가 크게 아쉽고 허하지 않은가? 이 허함은 그것이 현재적 느낌을 넘어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까지 에이팜에 기대할 것이냐?”라 분명히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랬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감(感)’을, 혹은 냄새를 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국악인으로 둘러본 에이팜은 이렇게 다가왔다. 개념에서 시작해 찬찬히 줄여 봤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일을 찾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분명 요구할 일이 아니며,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다. 수신제가(修身齊家).

2014 처용문화제 공식포스터

2014 UWMF, 포르투갈 뮤지션 디노 산티아고

2014 처용문화제 공식포스터 2014 UWMF, 포르투갈 뮤지션 디노 산티아고

 

Ⓒ천재현


  • 기고자

  • 천재현_정가악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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